‘중원의 힘’ 떨치는 당당한 이름들
  • 이춘삼│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6.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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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획 시리즈] 한국의 신 인맥 지도 | 충북 청원
▲ 충북 청원군에 있는 문의문화재단지. ⓒ청원군 제공

충청북도의 정치 성향은 꽤나 복잡다기하다고 할 수 있다. 어느 특정 정당으로 표를 몰아주지 않는다. 몇 개의 메이저 정당에 안분(?)해 주는 것이 지금까지의 대체적 경향이었다. 물론 예외는 있다.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자민련을 이끌었을 때에는 그쪽에서 싹쓸이를 한 적도 있다. 그만큼 지역의 맹주로서 JP의 위치가 확고했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충북 지역 유권자들은 어느 정당을 연속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한 차례 우세했던 정당이라면 다음 번에는 전세가 역전되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것이 영남·호남 지역과 다른 면이다.  

현재 충북도의 국회의원 분포를 보면 민주당이 압도적이다. 도내 8개 지역구 중 다섯 군데를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홍재형(청주시 상당구)·오제세(청주시 흥덕구 갑)·노영민(청주시 흥덕구 을)·변재일(청원군)·정범구(증평군·진천군·괴산군·음성군) 의원이다. 한편 한나라당에는 윤진식(충주시)·송광호(제천시·단양군) 의원이 있고, 자유선진당에는 이용희(보은군·옥천군·영동군) 의원이 있다.

충주시는 당초 민주당 소속의 이시종 현 충북도지사가 의원직을 갖고 있던 지역구로서 지난해 7·28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 이용희 의원은 지난 4·27 재·보선을 앞두고 청원군의 민주당 지방의원 후보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해 주목을 받았다. 민주당으로서는 이의원의 지역구를 전과 같이 되돌린다면 ‘충북 민심=민주당’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충북 지역의 ‘민주당 우세’ 현상은 17대 때 나타나 18대로 이어졌다. 이 지역 출신의 한 정치인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바람이 불어 이른바 ‘탄돌이’를 등장시킨 역풍이 전국을 휘몰아쳤을 때 나타난 현상이 18대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또 하나 요인을 찾자면 같은 충청권이면서도 충북 민심이 대전·충남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이회창 대표가 이끈 자유선진당을 ‘충청도당’이라기보다 ‘충청남도당’이라고 여기는 심리와 충북이 지역 발전에서 소외되었다는 섭섭함이 깔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홍재형 의원의 역할에 의미를 두는 해석도 있다. 청주중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재무부 관료로 성장해 시중 은행장과 재무부장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을 역임한 그의 화려한 경력은 지역의 인물로 내세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는 청주 상당구에서 16대 새천년민주당, 17대 열린우리당, 18대 통합민주당의 이름으로 3선을 한 중진으로서 18대 국회 후반기에 야당 몫 부의장을 맡았다. 그가 청주의 민주당 바람을 주도하고, 나아가 충북 전역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고 의료 산업 메카’ 꿈꿔

이런 연장 선상에서 현재 청원군에서는 변재일 의원과 이종윤 군수가 모두 민주당 깃발을 내걸고 있다. 본적이 청원인 변의원은 청주중·고와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방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국무총리실을 거쳐 정보통신부에서 기획관리실장-차관을 지내고 열린우리당 공천으로 17대 국회에 들어갔다. 18대 총선에서는 통합민주당 간판을 달고 나가 재선에 성공했다. 18대 국회 후반기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종윤 군수는 청원군 오창읍에서 태어나 오창초교-오창중-청주농업고를 졸업한 토박이이다. 청주농고 시절 학생회장을 지냈고 청원군 공무원으로 임용된 이래 면장, 군 지역경제과장, 기획감사실장을 지낸 향리(鄕吏)로서 부군수를 마친 후 5회 지방선거에서 군수로 당선되었다.

내년 총선 전망을 놓고는 견해가 엇갈린다. “겉보기와 달리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이 더블스코어로 선진당에 앞서더라”라고 말한 또 다른 지역 인사는 “이런 기조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 같다”라고 내다보았다. 반면 자유선진당측에서는 지지 정당을 바꾸곤 했던 예의 ‘충청도 민심론’에 기대를 거는 눈치이다.

최근 김병일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재경청원군민회 통합회장으로 선출되어 내년 총선 구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재경군민회 비대위가 정원 24명 중 17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 전 처장을 만장일치로 통합회장에 추대한 것. 그동안 청원 지역 출마설이 나돌았던 그가 회장이 되면서 출마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18대 총선에서는 청주 흥덕 갑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적이 있다.

현재 자유선진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현하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은 청원군 자민련 당원협의회 위원장 등을 맡으며 쌓아온 정당 활동의 경험을 토대로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뛰어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18대 총선 때 청주 흥덕 을의 자유선진당 후보로 출마했던 언론인 출신의 오효진 전 청원군수 역시 주위에서는 잠재적인 주자 군의 한 사람으로 보고 있다.  

▲ 오송생명과학단지 상징탑 야경. ⓒ청원군 제공

청원군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는 청주시와의 통합이다. 두 시·군은 도농 복합이 시행되던 1995년에 합쳐지지 않은 지역 중 하나이다. 그러나 그동안 통합안이 대두되었을 때 이를 긍정적으로 고려했던 청주시와 달리 청원군은 독자적인 청원시로의 승격을 원했다. 몇 차례의 주민투표에서 통합안이 무산된 밑바탕에는 대부분 세포 행정 조직의 장(長)과 관변단체 관계자들의 기득권과 이해관계가 깔려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청원군은 국토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전국 어디서나 3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다. 고속도로만 해도 경부·중부·호남·당진·상주 고속도로가 통과하고 경부고속철과 공항이 연결되어 있다. 때문에 중부권 내륙 물류 기지가 들어섰고, 굵직한 국책 기관들이 속속 자리 잡고 있다. 이미 조성된 오창과학단지와 함께 오송에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세워지면 세계 최고의 의료 산업 메카로 변모하게 된다.

청주시를 마치 달걀 노른자위를 흰자위가 둘러싸듯 도넛 모양으로 감싸고 있는 두 지자체의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청주시로서는 외곽으로 뻗어나가는 데 숨통이 트이게 되고, 청원군은 각종 문화 시설을 비롯해 농촌 지역에 부족한 도시적 기능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청주고 출신 인사들, 각계에서 활약

마침 두 시·군은 지난해 11월 통합 준비 절차의 일환으로 광역행정협의회를 열고 업무협약서를 체결해 주민 화합과 상생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전국 규모의 대회를 공동 유치한다든가, 보건소를 공동 이용하고 보유 장비를 교환·활용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한범덕 청주시장과 이종윤 청원군수가 동향이다.

이 지역의 명문고는 전통적으로 청주고가 독보적이었다. 표에서 보듯 지역 출신 유력 인사들은 거개가 87년 전통의 청주고 동문들이다. 그러다가 고교 평준화 이후에는 사립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광고이다. 기독교계 재단이 1953년 설립한 세광고는 높은 서울대 입학률을 자랑하며 전국 일류 명문고임를 자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숫자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청원 출신으로 사계(斯界)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이 있다.

송필호 중앙일보 대표이사 부회장은 서울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 행원으로 근무하다 삼성건설로 이적했다. 그룹 비서실에서 홍보 담당 이사를 지내고, 이어 중앙일보로 옮겨 주로 경영지원실에서 일했다. 중앙일보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올해 4월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한민구 합참의장은 국방부 국제협력관과 정책기획관을 지낸 전략통이면서 수도방위사령관, 육군참모차장-총장으로 이어지는 핵심 야전 지휘관을 거쳤다. 육사 졸업 후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다녀 육사 전사학과 교수로 2년간 재직했으며, 후배와 부하들의 얘기를 경청하는 등 온화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지장과 덕장의 풍모를 고루 갖추었다는 평을 듣는다.

송희연 아시아개발연구원 이사장은 평생 교수 활동과 연구원 생활을 계속해 온 경제학자이다.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시라큐스 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내 연구소에서 지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으로 귀국한 후 거친 연구원만도 국제경제연구원(KIEI), 산업연구원(KIET), 해운산업연구원(KMI) 등 다양하다. 그 과정에서 원장으로 재임한 연구소가 KMI, KIET, KDI이며 현재는 한때 원장을 맡았던 아시아개발연구원(ADI)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송도글로벌대학 설립 지원 재단 이사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익살스런 풍속화로 많은 팬을 갖고 있는 이서지 화백은 청주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경제학도이면서 타고난 재주를 살려 그림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국일보 기자로 근무하며 풍속화에 심취해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면서 남긴 <풍속화로 보는 세시풍속 동화> <옛 생활 문화 이야기> <정겨운 시절 이야기> <암각화> 등 많은 작품은 생활 주변의 풍경을 정겹게 묘사한 것으로 인기가 높다.

오웅진 꽃동네 신부와 법타 동국대 정각원 원장이 청원 출신이다.

탤런트 박인환씨는 연극 무대, 은막, 안방극장을 종횡무진하며 폭넓고 깊이 있는 연기로 관객 속을 파고드는 중견 연기인이다. <왕룽일가>를 비롯해 많은 작품에서 보여준 혼신의 연기로 각종 상을 차지한 그가 출연한 작품은 일단 괜찮을 것이라는 신뢰를 준다. ‘연예인 사관학교’로 불리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법조인으로는 박은석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윤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윤춘구 전주지검 군산지청 부장검사, 전광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있다.

기업인 중에는 박근희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사광기 씨앤아이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신병곤 KT텔레캅 대표이사 사장, 이종명 삼익피아노 대표, 이태희 두산 사장, 임일수 한화증권 대표이사, 최승주 삼진제약 대표이사 회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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