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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 문자의 여왕’, 잡고 보니 남자

무등록 대부중개업체 운영하면서 6개월간 총 1백20만건 발송…PC방 이용해 수사망 따돌려

조현주 기자 ㅣ cho@sisapress.com | 승인 2011.06.21(Tue) 16: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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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씨가 운영한 대부중개업체의 직원들이 스팸 문자에 반응해 전화를 걸어온 사람들과 대출 상담을 한 내역.
ⓒ 중앙전파관리소

‘스팸 문자의 여왕’이 결국 덜미를 잡혔다. 네티즌 사이에서 일명 ‘김미영 팀장’으로 알려진 스팸 여왕은 ‘남성’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적발한 스팸 문자의 여왕은 무등록 대부중개업체를 운영하는 30대 남성으로 밝혀졌다. 일부 남성 네티즌들은 ‘김미영 팀장’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휴대전화 화면을 공개하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방통위 중앙전파관리소는 지난 6월8일,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동안 총 1백20만건의 스팸 문자를 보낸 김 아무개씨(30)를 검거해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검거된 김씨는 역대 최대 규모의 스팸 문자를 보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10개월 동안 총 1백80만건의 스팸 문자를 보내 지난해 11월에 적발된 한 대부중개업자의 경우를 넘어선 것이다.

타인 명의 도용해 스팸 문자 보내기도 

   
▲ 최근 불법 스팸 문자 대량 전송자를 검거한 방송통신위원회 중앙전파관리소 이병우 팀장이 수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씨가 스팸 문자를 보내기 시작한 때는 지난해 12월 무렵이다. 김씨는 줄곧 대부업체의 직원으로 일해왔는데 지난해 12월부터 인천시 남구와 경기도 부천시 소사에 두 개의 사무실을 임대해 ‘신한캐피탈’이라는 무등록 대부중개업체를 차렸다. 그는 12명의 직원을 고용해 영업에 나섰다. 이때부터 김씨는 대출 고객을 모집하기 위해 스팸 문자를 전송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김씨는 어떻게 1백20만건에 이르는 스팸 문자를 보낼 수 있었을까. 김씨가 보낸 스팸 문자의 양은 어림잡아 하루 1만건가량에 이른다. 그는 우선 스팸 문자를 보내기 위해 인터넷 문자서비스 사이트에 가입해 50여 개의 아이디를 만들었다. 그는 아이디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불법으로 타인의 명의까지 도용했다. 또 스팸 문자에 대한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스팸 문자를 보낼 때에는 반드시 PC방을 이용했다.

과거에는 스팸 문자를 보내기 위해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사들이거나 특정 사이트를 해킹해 개인정보를 빼내오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07년 2월에 스팸 메일의 여왕 ‘김하나’로 적발된 박 아무개씨의 경우, 스스로 대량 메일을 발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3백18개의 홈페이지를 해킹하는 등 스팸 메일을 보내기에 앞서 치밀한 사전 작업을 벌였다. 결국 그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목적으로 해킹한 사이트에서 덜미를 잡혔다. 정보를 받기 위해 사이트에 자신의 이메일 계정을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달랐다. 그는 기막힐 정도로 단순한 방식을 택했다. 김씨는 엑셀 프로그램을 활용해 10자리 혹은 11자리의 휴대전화 번호를 대량으로 생성했다. 김씨를 검거한 방통위 중앙전파관리소 전파보호과 이병우 팀장(불법 스팸 담당)은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에 관련 신고 접수가 급격히 늘어나 본격적으로 IP 추적에 나섰다. 조사 결과 김씨는 인터넷 문자 사이트를 이용해 엑셀로 생성된 번호로 혼자 스팸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사실 그리 복잡한 절차를 거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해 7천만건 신고 들어와…대책 마련 시급

누구나 손쉽게 스팸 문자를 보낼 수 있어서일까. 스팸 문자로 인한 피해 신고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방통위에 따르면 연도별 휴대전화 스팸 신고는 2008년도에는 2천1백12만건에서 2009년도 3천5백58만건, 2010년도 7천33만건으로 해마다 급격히 늘어났다. 이에 대해 스팸 문자 신고를 받고 있는 한국인터넷진흥원 스팸대응팀의 한 관계자는 “사실 휴대전화로 유통되는 스팸 문자 메시지 자체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스팸 신고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스팸으로 인한 피로감이 누적되어 불법 스팸 문자 신고는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불법 스팸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까지 스팸 문자메시지의 유통량을 3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1월 방통위가 내놓은 ‘스팸 방지 종합 대책’에는 스팸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대량 문자 발송 서비스 사업자에게는 통신 전송 속도를 20% 하락시키는 방안이 담겨 있다. 또 인터넷 전화 사업자 역시 휴대전화와 동일하게 1일 5백통으로 제한하는 등 자율 규제 수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많다. 스팸 문자의 온상으로 꼽히는 ‘웹 메시징’을 통한 대량 문자 발송 서비스에 대한 규제책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는 와중에도 대량 문자 발송 서비스를 통해 전송되는 스팸은 늘고만 있는 상황이다.

스팸 문자 전송자를 적발하는 시스템 역시 스팸 문자 신고의 증가 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현재 스팸 문자 전송자에 대한 수사 및 단속은 방통위에 소속된 전국의 11개 전파관리소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팸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인원은 총 26명에 불과하다. 한 해 7천만건에 육박하는 스팸 문자 관련 신고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숫자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중앙전파관리소의 한 관계자는 “스팸 관련 수사는 전파관리소뿐만 아니라 경찰청 쪽에서도 함께 맡고 있다. 또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지난해에는 스팸 전송을 총 31건 적발했는데 올해는 5월까지만 해도 27건에 이른다”라고 말했다.


 대출 광고 스팸, 피해 줄일 방법은 없나

최근 들어 유명 금융사를 사칭한 대부업체들의 광고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스팸 문자를 통해 전달되는 것들이다. 방통위 중앙전파관리소의 이병우 팀장은 “요즘은 경기가 어렵다보니 대출 관련된 스팸 문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우리금융, 신한캐피탈과 같은 이름이 적힌 스팸 문자 중 대개는 무등록 대부중개업체가 상호를 사칭해 보낸 것들이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1~4월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상에서 상호나 상표를 불법으로 광고한 업체 47곳이 적발되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뱅크’ ‘뱅킹’ ‘자산운용’ ‘투자신탁’ 등의 문자를 자주 사용했다. 은행이 아닌 업체가 이런 문자를 사용하면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고, 집합 투자자가 아닌데도 ‘투자신탁’ 등의 문자를 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러한 불법 광고는 고리의 대출 사기로 이어져 서민들의 피해를 부를 수 있다. 

피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대부업체 등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이다. 현재까지 전국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1만7천여 개에 이른다. 무등록 대부업체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할 수 없지만 어림잡아 5천여 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부업체 등록 여부는 서울시 경제진흥본부 홈페이지 혹은 한국대부금융협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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