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소비’와 ‘차별화’로 각자 튀었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7.0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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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 맞은 국내 백화점 삼국지 / ‘포화 단계’ 진단 무색하게 동반 매출 상승세 수년째 이어가

▲ 왼쪽부터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왼쪽부터)ⓒ 시사저널 윤성호,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유장훈


국내 백화점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포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무색하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와중에도 백화점 매출은 줄어들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 위기 탓에 위축된 소비가 다시 늘어나는 데 백화점이 크게 기여했다. 지난 2009년 매출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10년 기존점(개장한 지 1년 이상 된 매장) 매출은 9%까지 성장했다. 2011년 상반기 매출 신장률은 더 높아지고 있다. 지식경제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은 3월에 13%, 4월에 15%, 5월에 8.7% 성장했다. 백화점 매출 신장률은 하반기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백화점 업종 호황은 장기적으로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또 소비자는 할인 제품을 찾으면서도 비싼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 이중적 소비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가치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양극화와 가치 소비 확산은 한국 빅3 백화점의 경쟁력 강화와 맞물려 백화점 호황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 롯데쇼핑-‘중산층 대상 다점포 전략’

롯데쇼핑은 국내 최대 백화점 업체이다. 전국 프랜차이즈 매장까지 합하면 29개 매장을 거느리고 있다. 그럼에도 롯데쇼핑은 무한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외 유통업체를 인수·합병(M&A)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김장우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롯데쇼핑은 지난 3년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을 확대하고 해외 진출에 주력했다. 국내 소매 시장이 포화 단계에 다다른 것을 감안하면 (해외 진출은) 차별화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롯데쇼핑이 가장 주력하는 해외 시장은 중국이다. 올해 본사 매출은 16조3천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중국 매출은 2조원을 웃돌 것이다. 김장우 연구위원은 “(롯데쇼핑) 총매출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2.5%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긴축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5% 넘게 오른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물가가 안정될 기미가 보이자 중국 정부는 6~7월을 기점으로 긴축 정책을 완화하고 내수 진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소비가 늘어나면 가장 수혜를 보는 곳은 롯데쇼핑이다.

덩치 키우기에 치중한 나머지 롯데그룹 계열사답지 않게 롯데쇼핑은 부채 비율이 높아졌다. 지난 6월16일 전환사채 9천7백89억원을 제로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전환사채 발행으로 연간 3백50억원의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롯데쇼핑은 이 자금으로 부채를 줄이고 신규 투자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다. 추가 확장에 필요한 실탄까지 확보한 셈이다. 

▒ 신세계-‘지역 1번점 전략’

신세계는 양보다 질이다. 롯데쇼핑이 중산층을 목표 시장으로 설정하고 다점포 전략을 취하는 것과 달리 신세계는 고급화 전략으로 차별화한다. 신세계가 보유한 백화점 매장은 아홉 곳에 불과하다. 신세계는 매장이 자리한 상권마다 최고급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지역 1번점 전략’을 지향한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백화점은 지역 1번점 전략에 따라 기존점을 증축하고 신규점을 늘려 올해 매출을 13.2% 늘릴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신세계의 매출 신장률은 지난 1~4월 26.5%(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이다. 5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5% 늘어났으나 영업이익 증가율은 5.4% 낮아졌다. 한국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기존점 매출 신장률은 신세계 12%, 현대백화점 11%, 롯데쇼핑은 7%일 것이다”라고 추정했다.

신세계는 올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부산 센텀시티점을 비롯한 신규 투자로 인해 감가상각비 부담이 컸다. 센텀시티점이 개장한 지도 이제 3년차로 접어들면서 감가상각비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 고정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영업이익이 불어날 소지가 커진 것이다. 신세계는 2012년 의정부점, 2014년 대구점을 개장한다. 수익성 개선 못지않게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전략이다.

▒ 현대백화점-‘대한민국 최고급 매장 전략’

현대백화점은 매장 12곳을 운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상권마다 매장이 자리하고 있어 고급 제품 소비 증가로 인한 수혜를 가장 많이 보는 곳이 현대백화점이다. 지난 5월 명품의 매출 신장률이 21%이다. 백화점 품목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은 지난 1~4월까지 기존점 매출이 13%(누계) 늘어났다. 6월에도 9~1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킨텍스점이 개장 1년을 지나 기존점에 포함되면 경쟁 업체와 성장률 차이가 커질 듯하다”라고 내다보았다. 현대백화점의 기존점 매출은 앞으로 3년 동안 연평균 8%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규점이 추가로 개장하면서 앞으로 4년 동안 연평균 18%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고물가에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대출 이자율이 오르고 있어 하반기 소비는 나아지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박종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업황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명품과 가정용품 매출 비중이 높아져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 해외 여행 회복에 따라 해외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이 한풀 꺾이고 있다. 백화점 매출을 끌어올리는 품목은 패션 의류이다. 패션 의류는 수수료가 높다. 하반기 수익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소득 양극화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고급 제품 수요는 갈수록 늘어난다. 대한민국에서 고급 제품 유통 채널로 백화점에 필적하는 업체가 없다. 국내 백화점 업체 가운데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과 경쟁할 수 있는 업체는 없다. 앞으로 5년 동안 신도시와 지방 도시가 잇따라 개발된다. 국내 백화점 빅3는 새 도시마다 신규점을 개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신규점이 잇달아 개장되면서 백화점 업계는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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