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또’ 제 식구 감싸기 하나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1.07.1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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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직원 자동차 수뢰 의혹 사건 수사 유야무야…‘뇌물’ 건넨 이씨 “분명히 보냈다” 증언

▲ 2006년 7월 쏘나타 중고차를 매입해 검찰청 여직원측에 전달한 이 아무개씨(오른쪽)가 증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윤성호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사건 등으로 큰 홍역을 치렀던 검찰이 또다시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한 건설회사 사외이사였던 김 아무개씨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김씨는 이 고소장에서 사행성 오락실과 상가 분양 사업 등을 하는 ㄷ그룹 회장인 최 아무개씨가 폭력배를 동원해 자신을 집단 폭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최씨가 검찰청 소속인 여직원 ㄱ씨에게 승용차를 ‘뇌물’로 건넸다’라고 주장하고 나서 주목을 끌었다. ㄱ씨는 그동안 검찰 고위 간부 10명 이상의 여비서로 재직했으며, 현재도 서울에 근무하고 있다. 검찰 내에서 ‘왕언니’ ‘왕 여비서’로 통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 힘’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 제1127호, 2011년 5월31일자 참조)

고소인 김씨는 “(피의자) 최씨가 2006년 7월께 검찰청 내부 각종 정보를 제공받을 목적으로 당시 ‘재경 검찰 고위 간부’의 사무실에 근무하던 여비서 ㄱ씨에게 뇌물 형태로 중고 ‘EF쏘나타’ 승용차를 전달했다. 그러자 ㄱ씨는 자신이 모시고 있던 ‘검찰 고위 간부’의 잔심부름과 검찰청 내 각종 정보를 최씨에게 수시로 제공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내가 운영하는 회사에 근무한 적이 있는 ㄱ씨 여동생 남편의 경제적 형편 등이 어려워 도와주고 싶은 호의적인 마음에서 6백만원 상당의 중고차를 제공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 결과, 문제의 쏘나타는 ㄱ씨 여동생 명의로 되어 있다. ㄱ씨 또한 검찰 조사에서 “나는 당시 한 검사장실에 근무하던 여직원으로서 최씨에게 수사 정보를 제공할 위치도 아니고, 수사 정보를 알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다”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지난 6월2일 최씨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고소인 김씨는 즉각 항고했지만, 서울고검은 이를 기각했다. 김씨는 “검찰이 자기 식구가 포함된 사건이어서 수사를 제대로 안 하고 있다. 대검에 청구한 재항고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원에 재정 신청을 할 것이다. 끝까지 갈 것이다”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또 한 명의 증인이 등장했다. 2006년 7월 쏘나타 중고차를 매입해 ㄱ씨 측에 전달한 당사자인 이 아무개씨이다. 그는 “검찰과 피의자인 최씨와 ㄱ씨 등이 짜 맞추기를 하고 있다”라며 고소인 김씨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나섰다. 이씨의 등장으로 이 사건은 새롭게 조명받게 되었다. 이씨는 피의자 최씨와 30년 지기이다. 한때 최씨와 사행성 오락실 사업을 같이했던 동업자 관계였다.

실제로는 최씨가 무언가 ‘지시’를 내리면 그에 따르는 ‘부하’ 격이었다. 현재는 서로 완전히 등을 진 상태이다. 이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서 세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내 진술보다는 최씨와 ㄱ씨 진술에 더 무게를 두고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 같다”라고 밝혔다. 기자는 7월6일 서울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이씨를 만나 사건의 실체에 대해서 들었다.

왜 2006년 ㄱ씨에게 쏘나타 중고차를 전달했는가?

당시 나는 최씨와 동업자 관계였는데, 최씨의 지시를 받았다. 최씨가 ‘검찰 여직원 ㄱ씨에게 중고차를 한 대 사주어라’라고 지시했다. 최씨는 ‘1천만원 미만짜리로 사줘라. 쏘나타급이면 되겠다. 그쪽(ㄱ씨쪽)에서 그렇게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8백만원짜리 중고차를 사서 보냈던 것이다. 최씨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차량을 어떻게 전달했나?

서울 양재동의 한 중고차 매매상에게 8백만원을 주고 매입했다. 차량은 그 매매상이 다른 사람을 시켜서 서울 양천구청 주차장으로 가져다 주었다.

최씨는 왜 ㄱ씨에게 차를 사주어야 한다고 말했나?

최씨가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사업을) 하려면 ㄱ씨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시 우리는(최씨와 이씨 등) 도박 사이트 사업을 하고 있었다. 최씨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ㄱ씨에게 차를 사주었겠는가.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ㄱ씨 여동생의 남편을 도와주고 싶어서 6백만원 상당의 중고차를 제공해준 것이다’라고 주장했는데.

거짓말이다. 당시 차값은 내가 운영하던 회사의 돈으로 지불했다. 최씨는 나에게 차값을 주지도 않았다.

최씨와 ㄱ씨는 어떤 관계인가?

같은 호남 사람으로 약 15년 전부터 서로 오빠·동생 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는 사실을 이번에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처음 알았다. 

당신은 중고차를 사서 보내기 이전에도 ㄱ씨를 알고 있었나?

전혀 몰랐다. 당시 최씨가 차를 사서 보내라고 해서 검찰에 그런 사람(ㄱ씨)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ㄱ씨는 본 적도 없고, 지금도 누구인지 모른다.

중고차 명의가 ㄱ씨 여동생 명의로 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 차가 ㄱ씨 여동생 명의로 되어 있었던 것도 이번에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처음 알았다. 당시에는 분명히 ㄱ씨에게 보낸 것이었다.

최씨나 ㄱ씨측으로부터 당시 승용차 명의를 ㄱ씨 여동생 명의로 해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나?

당시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다. 최씨에게서 ‘ㄱ씨에게 사주려고 한다’라는 얘기만 들었다. 나는 ㄱ씨에게 준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최근 중고차 매매상한테서 ‘당시 ㄱ씨가 자기 동생 명의로 해달라고 요구했다’라는 말을 들었다. 

지금 기자에게 증언하는 것을 검찰 조사를 받을 때도 똑같이 진술했나?

그렇다. 틀림없다.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최씨의 뇌물 공여 혐의가 무혐의 처분되었다고 생각하나?

검찰이 자기 식구가 포함되니까 민감해서 덮어버린 것 같다. ㄱ씨는 검찰 내에서 고위 간부를 많이 모셨다고 하더라. 검사가 아닌데도 검찰 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들었다. ㄱ씨 여동생 남편이 2003년부터 1년 정도 최씨 회사의 경비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ㄱ씨가 그곳에 취직시켜주었다고 들었다. 그것을 가지고 최씨가 ㄱ씨가 아닌 ㄱ씨 여동생 남편에게 준 것이라고 꿰맞춘 것이다.

이와 관련해, ㄱ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7월7일 전화를 걸었으나, ㄱ씨는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마자 “할 말이 없다”라면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최씨는 7월8일 현재까지 자신의 휴대전화 단말기의 전원을 꺼놓은 상태이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여러 가지 많이 조사했고,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었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안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하자 “우리도 그런 부분이 있어서 오히려 더 철저하게 조사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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