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지금은 백약이 무효”
  • 김회권 조현주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1.07.1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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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로·정치 전문가 10인 국정 진단 / “이대통령 리더십과 정책 일관성 결여 등이 난국 불러”

 

 

지난 2월과 4월, 특임장관실은 여론조사 전문 기관에 의뢰해 ‘한국민의 가치관’을 묻는 조사를 실시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뢰받는 집단’을 물은 결과, 응답자 중 22.3%가 ‘학계’를 꼽았다. 이어 언론 20.6%, 대기업 15.6%, 공무원 10.2%, 검찰·법원 8.1% 순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꼴찌 순위였다. 최하위는 국회와 경찰로 각각 2.9%, 그 다음이 청와대로 3.4%였다.

우리 정부와 국회를 신뢰하는 사람이 100명 중 2~3명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에 대해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지낸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국민이 국가를 불신한다는 뜻이다. 이는 국정의 중심이 없다는 말과 다름없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우리 대신 국가를 이끌어달라고 뽑은 국민의 대표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신뢰를 얻지 못하면 어떻게 국정이 운영되겠나”라고 꼬집었다.

현 정부의 국정 난맥은 분야를 막론하고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공직 사회의 도덕성을 의심하게 했고, 남북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과 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는 지역 간의 반목을 키웠고, 대학생들은 높은 학비에 옭아매어진 삶을 바꾸기 위해 ‘반값 등록금’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전·월세 문제와 높은 물가로 국민은 ‘민생 대란’에 빠져들었다. 총체적으로 국정이 난맥상을 보이는 국면이지만 정부의 묘책은 나오지 않는다. <시사저널>은 우리 사회의 정계 원로와 정치학 교수 등 10명의 인터뷰를 통해 현 정부의 국정 난맥상의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해법은 있는지 진단해보았다.

▲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국민이 의사 표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이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했던 작년 지자체 선거에서 완전히 패했다. 그런데도 깊은 성찰을 전혀 안 하고 국정을 운영한 것이 화를 초래했다.” ⓒ시사저널 전영기
▲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제도나 환경보다 행위자의 문제이다. 공공성이 무엇이냐.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 ‘공동선’이라고 하는 것이다. 공인 의식이 투철해야 하는데, 위가 무너지면 아래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 아닌가.” ⓒ시사저널 윤성호
▲ 인명진 목사“이명박 대통령의 소통 능력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참모가 있으나 마나 할 정도로 독주하고 있다. 한마디로 ‘독주형 리더십’으로 제대로 국정을 이끌 수 있겠나. 무엇을 방안으로 내놓아야 할지 모를 정도이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듯하다.” ⓒ시사저널 이종현
     

 

1역대 정부에 비해 현 정부의 국정 난맥상 정도는?

10명의 정계 원로와 정치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난맥상이 과거 역대 정부의 행태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거나, 오히려 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데에 한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국정 난맥상이야 정권 말기마다 드러나는 현상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현 정부에서는 좀 나아지기를 기대했는데, 이명박 정부도 사실 이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라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크게 보면 관료 집단 통제와 당·청 관계 부분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당·청 관계의 경우 매 권력 말기마다 대선을 앞두고 대립각이 서지 않았나”라고 설명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고, 현 정부에서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4선 출신의 김종인 전 수석 역시 “과거나 지금이나 다 비슷하다.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 아들들의 비리가 쏟아지고, 노무현 정부 역시 민심 이반으로 큰 곤욕을 겪었다”라고 지적했다.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오만과 독선, 그런 잣대로 보면 이전 역대 정부보다 훨씬 더 심각해지고 있다”라고 보았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 역시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 때는 경제 위기나 아들 문제가 있었다. 그래도 그때는 우리가 그것을 가지고 ‘난맥상’이라고까지 표현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심각하다. 현 정권은 ‘경제 살리기’를 외치며 탄생한 정부이다. 지금은 모든 것이 터져나오면서 ‘경제 살리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덮어두는 바람에 지금의 난맥상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국정의 난맥상을 드러내는 징후를 짚어달라고 부탁했다. 원로들은 주로 ‘민심’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김종인 전 수석과 인명진 목사,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는 공통적으로 ‘민심 이반’을 짚었다. 인목사는 “국민적 공감과 동의가 없는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으로 인해 경제 문제와 남북 관계를 포함한 모든 면에서 불안감이 커졌다”라고 지적했다.

장대표는 “중산층이 몰락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환경에서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대통령의 임무인데, 이대통령은 이를 몰랐고 민심이 달아났다”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민심이 이반한 이유를 ‘불신’에서 찾았다. 그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에서 보여준 군과 정부의 태도, 구제역 때 제대로 대응을 못 해 수백만 마리의 돼지가 매몰된 사례를 들며 “국민들이 국가가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낼 능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학계 전문가들의 지적은 좀 더 구체적이었다. 이상돈 교수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경고가 왔는데도 한나라당은 안상수 대표 체제를 꾸렸다. 지방선거 때 국민들이 현 정권을 심판했는데 심판에 담긴 메시지를 수용하는 것을 거부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임기 말 관료 집단에 대한 통제는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고민이다. 김준규 검찰총장의 사퇴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강원택 교수는 “김준규 총장의 사퇴나 금감원의 사고도 그렇고, 심지어는 군에서조차 사고가 터지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김형준 교수 역시 “현직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만류했음에도 사표를 던지고 나와버린 사건이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검찰이 정권의 얘기를 잘 듣지 않는 것은 자기 조직 보호 본능인데, 지금 검찰의 반발은 전형적인 난맥상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이명박 정부는 G20이니 경제 회복 속도가 최고이니 말했지만 전부 헛소리였다. 부자들의 잔치에 불과했다. 국민들이 자신과 관계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등을 돌렸다. 역사의 추세에 따라가지 못하고 인식의 세계에서도 우회전, 실제로는 더 우회전을 했다.” ⓒ시사저널 윤성호
▲ 강원택 서울대 교수“‘리더십의 부재’가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의 성과주의 또한 한몫했다. 언론이라든지 눈치를 보지 않고 공무원들이 마구 지르고 보는 성향이 컸다. 때문에 내부적 긴장감은 오히려 떨어지고 효과적인 견제는 약화될 수밖에 없었고 기강이 해이해졌다.” ⓒ시사저널 이종현
▲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압도적인 승리를 통해서 이명박 정권이 탄생했는데, 그래서 견제란 것이 없었다. 정권 초반부터 독선적인 스타일로 정권을 운영하다 보니까 그 결과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아랑곳하지 않는 국정 운영 스타일로 나타났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민심 이탈 가속도도 반대로 심하다.” ⓒ시사저널 전영기
     

 

2 국정 난맥의 원인은 어디에?

정계 원로와 전문가들에게 들을 수 있었던 국정 난맥의 원인은 다양했다. 그만큼 이명박 정부가 쥐고 있는 난제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크게 네 줄기로 정리되었다. 가장 많이 지목된 부분은 ‘이대통령의 리더십 부재’였다. 윤여준 전 장관은 한국 사회의 공공성이 파괴된 근본적 원인을 이대통령의 리더십에서 찾았다. 그는 “공직은 국가를 위해 일하라고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인데 그 자리를 사적 기준으로 뽑았다. 대통령의 공공성이 무너질 경우 아래 집단의 공공성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내린다”라고 말했다. 이상돈 교수는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는 BBK 문제에서 볼 때 의혹이 원죄처럼 따라다니는 대통령 아닌가.

시작부터 대통령에 대한 권위나 신뢰가 흔들렸다”라고 말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정권 출범부터 대통령의 도덕적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공직 사회 도덕성에 대한 엄격한 잣대와 통제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또 대통령이 너무 실용만 강조하다 보니 공직자 단속에 대해서 소홀히 했다고 볼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장기표 대표는 “4대강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을 수 있는데 그들에게 ‘4대강 사업을 해놓고 나면 나중에 그들도 잘했다고 평가할 것이다’라고 미리 단정하고 나서면 듣는 입장에서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나. 반대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사적으로 더 반대하게 만들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정책 일관성은 정부에 대한 신뢰와 연결되는데 이것이 결여되었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종인 전 수석은 “정부의 정책이 우왕좌왕하는 것이 큰 원인이다. 처음에는 ‘기업 프렌들리’를 외치다가 ‘친서민 실용 정책’으로 간다고 선언했다. 그러다가 3년차에 와서는 ‘공정 사회’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조치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4년째 들어서는 민심이 확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형준 교수 역시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 청와대와 집권당이 정책적 교류를 하지 못한다. 반값 등록금 문제만 해도 집권당과 청와대 간 엇박자가 얼마나 심각한가. 세종시와 과학벨트도 마찬가지였다”라고 말했다. 고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긍정적 평가를 얻을 수 있었던 동력은 기득권층의 코드를 더 맞춰 보수층을 결집하는 것이었다. 지지율을 떠받치기 위해서 경기 부양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는데 이제 그 약발이 떨어졌다”라고 분석했다.

비대해진 정부 권력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었다. 신율 교수는 “권력의 집중도가 심할수록 국정의 난맥상이 일찍 찾아온다. 이전 정권과 비교해 보았을 때 현 정권의 권력 집중도는 특히 심하다”라고 분석했다. 김형준 교수는 “공직자들의 기강이 눈에 띄게 해이해진 원인은 정부와 조직을 개편하면서 부처가 커진 탓이 크다”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성과주의 정책을 비판하는 시각은 매서웠다. 이만섭 전 의장은 아예 “대통령은 더 이상 성과와 업적에 집착해서 일을 더 벌이지 말고, 민생 문제 해결과 부정부패 척결에만 매진하라”라고 충고했다. 강원택 교수는 “현 정권은 그동안 모든 일을 ‘결과나 업적’ 위주로 평가했다. 결과와 업적만 좋으면 되니 너무 많은 힘이 쏠렸다. 그 때문에 내부적 긴장감은 떨어지고 효과적인 견제는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윤여준 전 장관은 이를 CEO 리더십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했다. 윤 전 장관은 “이대통령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결과가 수단을 긍정한다.’ 이것은 CEO 마인드인데 민주주의에서는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민주주의에서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라고 말했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공직자들의 기강이 눈에 띄게 해이해진 원인은 정부와 조직이 개편하면서 부처가 커진 탓이 크다. 특히 국토해양부의 경우가 그렇다. 난맥상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정부가 추구하려는 정책적 목표가 일관성 있게 진행되지 않을 때 생겨나는 것이다. 현 정권은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 ⓒ연합뉴스
▲ 신율 명지대 교수“권력의 집중도가 심할수록 국정 난맥상이 일찍 찾아온다. 권력을 좀 더 여러 곳으로 분산시키지 못한 측면이 이런 위기를 초래했다고 본다. 권력을 분산시킨다면, 즉, 각 영역에서 나름대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자율성을 보장해 줬더라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다.” ⓒ시사저널 이종현
▲ 이상돈 중앙대 교수“국가와 정부, 그리고 대통령이 무엇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나 인식 같은 게 없는 것 같다. 역사의식에 대한 소양이 있느냐를 따져 봐도 없는 것 같다. 정권 주변의 사람들 역시 과연 어떤 소명 의식이 있었느냐. 의원내각제 같았으면 벌써 무너졌을 것이다.” ⓒ시사저널 박은숙
     

 

3 현 정부의 국정 난맥, 과연 나아질 수 있을까?

몇몇 전문가들은 “정부가 솔직해져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고원 교수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오류나 실패가 있었다고 한다면 솔직하게 고백하고 인정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여야를 초월한 국민적 협력을 구해나가는 것밖에 없지 않겠나. 책임질 일을 했으면 책임질 각오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형준 교수는 “정부가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 사안을 넓히려고 하지 말고 적은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당·청 간에 정책적 교류를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신율 교수는 “과거 김영삼 정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여권의 대선 행보만 이야기하지 말고 야권까지 넓혀서 대통령이 직접 대선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그것이 국정의 난맥상이나 레임덕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현 정부의 남은 임기를 ‘조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강했다. “1년6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어떻게 해도 어렵다”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인명진 목사는 “무엇을 방안으로 내놓아야 할지 모를 정도이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수석 역시 “지금은 약이 없다. 이제는 무엇인가 실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새롭게 일을 벌이기보다) 최대한 잘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상돈 교수는 “타개할 방안이 있을까. 이미 늦었다. 의원내각제 같았으면 벌써 무너졌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윤여준 전 장관은 구심점을 잃은 정부가 끼칠 악영향을 염려했다. 그는 “지금 사회가 구심력이 약해지니 상대적으로 원심력이 많이 작용한다. 많은 학자가 공동체 붕괴를 걱정하고 있다. 학자 분들의 이야기가 앞서가는 걱정일 수 있겠지만, 지금 이대로 가면 급속도로 체제 위기적 상황이 나타날 것이다”라며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 인터뷰 대상 (가나다 순)

강원택 서울대 교수,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형준 명지대 교수, 신율 명지대 교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이만섭 전 국회의장, 이상돈 중앙대 교수,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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