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온라인게임, 하반기 ‘대박’ 예감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7.1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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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게임 잇달아 출시되고 중국 시장 수출 크게 늘어…세계 게임업계 ‘대세’로 떠올라

▲ 지난해 11월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온라인게임 ‘테라’ 공개 행사에서 모델들이 게임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온라인게임업체가 ‘날개’를 달았다. 국내외 시장 규모가 커지고 신작 게임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온라인게임 산업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듯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지난해 4조7천억원에서 올해 5조7천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이 세계 최대 게임 시장으로 성장하면서 해외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올해 하반기에 신작 게임을 잇달아 내놓는다. 업체들은 ‘온라인게임 선진국’인 한국 시장에서 시장성을 검증하고 나서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까지 세웠다. 

대작 게임에서 캐주얼 게임까지 수출 상승세

신작 게임 가운데 가장 크게 기대를 모으는 것은 블레이드앤소울(B&S)이다. 엔씨소프트가 4분기에 출시할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MMORPG)이다. 이 게임은 지난 2003년 리니지2, 2005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2008 아이온으로 이어지는 하드코어 MMORPG 흥행 신화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하드코어 RPG 게이머는 3백18만명가량이다. 클로즈드베타테스트에 참가한 RPG 게임 마니아 사이에서 B&S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B&S는 NHN이 지난 1월 출시한 테라와 XL게임즈가 4분기 출시할 아키에이지와 함께 올해 대작 게임 빅3에 손꼽힌다. 테라는 출시 초기의 인기를 유지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테라에 대한 실망은 역설적으로 B&S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하반기 중국 시장에서 B&S 서비스를 시작한다. 중국 게임 배급업체 텐센트가 중국 내에서 B&S를 배급한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하반기 북미·유럽 시장에 B&S를 선보인다. 내년 상반기에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길드워2를 출시한다. 최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해외 실적 모멘텀이 부각될 전망이다. 게임 업종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유지하고 엔씨소프트를 톱픽(최고 유망 종목)으로 제시한다”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와 함께 주목해야 할 업체는 네오위즈게임즈이다. 실적 개선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온라인게임은 크로스파이어이다. 이 게임은 1인칭 슈팅 게임이다. 지난 2008년 중국에 진출해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 30%를 장악하며 월 매출 4백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2012년 하반기 중국 시장에서 EA와 제휴해 배틀필드와 피파 온라인게임을 출시한다.

한국 게임업체가 가장 주목하는 시장은 중국이다. 미국 온라인 시장 조사 기관 아이리서치는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이 올해 12.8%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이 2013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새 게임 출시에 따라 시장 전망치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중국 게임 배급은 3개사가 과점하고 있다. 지난해 이 세 회사가 차지한 시장 점유율은 58%까지 육박한다. 누가 수준 높은 게임 콘텐츠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크게 바뀐다. 이에 따라 중국 게임 배급업체 빅3인 텐센트, 네리스, 샨댜는 한국산 게임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이 성장하면서 국내 게임 개발사가 수혜를 입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국산 게임이 중국 시장 점유율을 키우면서 국내 온라인게임업체들이 거두는 해외 로열티 매출액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게임 장르도 다양해지고 있다. MMORPG 같은 대작 게임 위주였던 수출 품목이 캐주얼 게임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재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네오플(넥슨 자회사)의 던전앤파이터, 네오위즈게임즈의 크로스파이어 같은 캐주얼 게임이 수출되면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내년에는 B&S나 길드워2 같은 대작 게임이 수출될 것이다”라고 전망한다.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은 ‘대세’가 되었다. 온라인게임이 세계 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0%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계 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콘솔 게임이 온라인게임으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 나올 콘솔 게임에는 온라인 모드가 기본 옵션으로 장착된다. 스마트TV도 등장했다. 온라인게임이 탑재되는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온라인게임 개발사에게 기회가 생기고 있다. 세계 최고 온라인게임 개발력과 운영 능력을 갖춘 한국 게임업체에게 ‘황금 시장’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산 온라인게임과 달리 국산 모바일게임은 안방에서 고전하고 있다. 국내에서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탓에 온라인게임업체만큼 성장이 더디다. 국내 모바일게임업계는 세계 수준의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게임 개발사 게임빌이나 컴투스는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에 진출해 ‘깜짝 실적’을 내놓고 있다. 컴투스와 게임빌이 내놓은 게임들은 일본과 북미 시장에서 각종 순위 차트를 석권했다. 게임빌이 올해 출시한 에어펭귄은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올랐다. 컴투스가 출시한 게임 3종은 일본 애플 앱스토어 유료 게임 다운로드 순위를 석권했다. 게임빌이 지난 6월 중순 개발한 모바일 RPG 게임 베이스볼 슈퍼스타즈와 제노니아시리즈, 일루시아는 미국 애플 앱스토어 RPG 인기 차트에서 1~3위를 차지했다. 

국내 모바일게임업계는 규제에 발목 잡혀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한 것과 달리 국내 시장에서는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산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모바일게임 사전 심의제가 폐지되었으나 산업 규제는 여진하다. ‘셧다운 제도’와 같은 이용 시간 제한 조치 규제가 잇따르자 애플이나 구글은 앱스토어에 게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셧다운 제도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게임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밤 12시부터 오전 6시 사이 심야 시간대에 게임 접속을 하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11월부터 일반 게임을 대상으로 시행하며, 모바일게임에 대해서는 2년 뒤 적용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언제 모바일게임에 대한 규제가 불거질지 몰라 구글이나 애플은 앱스토어에 게임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 최경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안고 있는 근본 문제는 시장 형성이다. 산업 규제 탓에 애플과 구글 같은 1차 플랫폼 사업자가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를 개설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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