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출신들 ‘도약’ 눈부시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07.1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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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정감 50%, 경무관 41% 차지…윗자리 올라갈수록 약진 두드러져

▲ 지난 3월29일 경기 용인 경찰대학에서 열린 27기 경찰대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임용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대 시대가 활짝 열렸다. 경찰대는 지난 1980년에 경찰 초급 간부 육성을 위해 설립되었다. 그로부터 31년이 지난 지금 경찰대의 위상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경찰 본청과 지방청의 기획 부문은 대부분 경찰대 출신들이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을 움직인다”라는 말이 나온다.

경찰대는 지난 3월에 졸업한 27기를 포함해 지금까지 3천1백13명의 경찰 간부를 배출했다. 이 가운데 여경은 1백59명(5.1%)이다. 경감 이상 경찰 간부 가운데 경찰대 출신은 26.1%(1천5백57명)이다. 경감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경찰대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일선 경찰서 서장급인 총경의 경우 경찰대 출신이 36.7%(4백90명)이다. ‘경찰의 별’로 불리는 경무관은 41명 중 17명(41.6%)이 경찰대 출신이다. 경무관 열 명 중 네 명이 경찰대를 나온 셈이다. 경찰청장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 네 명 중 두 명(50%)이 경찰대 출신이다.

이처럼 경찰 조직의 상층부가 경찰대 출신들로 채워지면서 권력의 중심축이 경찰대로 완전히 쏠리고 있다. 경찰대 출신이 경찰 지휘부인 치안감에 처음 진입한 것은 지난 2006년 12월 치안감급 인사 때이다. 이때 경찰대 1기 선두 주자인 윤재옥 전 경기경찰청장(50)이 경찰청 기획정보심의관(치안감급)으로 임명되었다.

윤재옥 전 청장은 ‘경찰대 신화’로 불리기도

윤 전 청장은 ‘경찰대 신화’로 꼽히는 인물이다. 경찰대 입학·졸업 수석을 했고, 경감부터 치안정감까지 ‘1호’자리를 독차지했다. 1998년 총경에 진급할 때는 37세로 역대 최연소였다. 이 전 청장에 대해 경찰대에서는 ‘브레이크 없는 전차’라는 말까지 나왔다. ‘경찰대 출신 청장 1호’도 윤 전 청장의 몫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관운’이 따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인사에서 보직을 받지 못했고, 결국 옷을 벗어야만 했다. 여기에서 그의 ‘최초’ 신화도 멈추어 섰다.

윤 전 청장은 같은 해 9월에 열린 퇴임식에서 “이렇게 황망하게 떠날 줄 몰랐다. 개인의 명예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공직자로서 자중자애해야 한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라며 애써 말을 삼갔다.

경찰에서는 내년을 경찰대 출신들의 ‘권력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차기 청장으로는 경찰대 1기 출신인 이강덕 경기경찰청장(50)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도 이청장을 차기 경찰청장 ‘0순위’로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청장은 현 정부에서 경찰 조직의 실세로 통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동향인 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냈고, 부산지방경찰청장을 거쳐 경기경찰청장까지 승승장구했다.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과는 이청장이 포항 남부경찰서에서 첫 서장직을 맡으면서 가까워졌다는 후문이다. 그는 또 영포회(경북 영일·포항 출신 5급 이상 중앙 부처 공무원 모임)의 주요 멤버 중 한 명이다. 더구나 경찰대 동기 중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윤재옥 전 경기경찰청장이 명퇴하면서 큰 걸림돌 하나가 제거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대통령은 퇴임 이후를 생각해 충성도가 강한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할 것이고, 여기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 이강덕 경기경찰청장인 것이다. 

경기경찰청의 한 간부는 “그런 말 하지 마라. 우리도 청장님이 차기 총수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것을 안다. 다만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면 안 되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쉬쉬하고 있다”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청장 주변 사람들은 “이청장은 절대 적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평한다. 경찰대 후배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경찰대 2기인 한 경찰 간부는 “이강덕 선배는 후배가 멀리서 지나가면 먼저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후배들도 그런 인품에 반해 잘 따랐다”라고 전했다.

경찰대 출신 중 이강덕 청장 다음의 핵심 인물로는 박종준 경찰청 차장(48)을 꼽을 수 있다. 박차장은 이청장보다 경찰대 1년 후배이지만 계급은 이청장과 같은 치안정감이다. 나이는 이청장보다 두 살 아래이며, 치안정감 중에서는 유일한 40대이다. 1기 선배들을 제치고 최고 지휘부인 치안정감에 올랐다. 차기 서울경찰청장의 유력 주자 중 한 명이다.


경감 이상 간부, 진주고 출신이 최다

▲ 차기 경찰청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이강덕 경기경찰청장. 경찰대 1기 출신이다. ⓒ연합뉴스

치안감에는 경찰대 출신이 일곱 명 있다. 지난해 12월 정기 인사에서 경찰대 출신이 대거 치안감에 올랐다. 기존에 네 명이 있는 상태에서 세 명이 조현오 청장의 참모 치안감인 본청 국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조청장의 참모급 치안감 여덟 명 중 네 명이 경찰대 출신들로 채워졌다. 조길형 기획조정관(50), 김호윤 경찰청 생활안전국장(50), 장전배 경비국장(50), 황성찬 보안국장(50)이 그들이다. 모두 경찰대 1기 출신이다.

지방청장 중에서는 서천호 부산경찰청장(51), 강기중 대구경찰청장(49)이 경찰대 1기이다. 경찰대 선두 그룹에 있는 치안감 중 이만희 청와대 치안비서관(49)도 눈에 띈다. 그는 경찰대 2기 출신 가운데 유일한 치안감이다. 박종준 경찰청 차장과 함께 2기 선두 주자이다. 그동안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 뉴욕 주재관, 서울 성동경찰서장 등을 지냈다.

경찰대 출신 경무관은 17명이다. 이 중 1기가 11명으로 가장 많고, 2기와 3기는 각각 두 명과 세 명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이상식 경기경찰청 3부장(46)이다. 이부장은 경찰대 5기이다. 1·2기 선배들과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병화 경찰대 교수부장(50·경대 1기), 강신명 서울경찰청 경무부장(48·경대 2기), 한광일 전남경찰청 차장(47·경대 3기) 등도 경찰대 출신이다. 경찰대 1기인 황운하 서울송파서장(49)은 지난해 12월의 경무관 인사에서 승진이 점쳐졌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 경찰대 출신(10기) 여경 가운데 최초로 총경에 오른 윤성혜 가평경찰서장. ⓒ가평경찰서 제공

경찰대 출신 여경 중 선두 주자는 윤성혜 가평경찰서장(41)이다. 윤서장은 지난해 1월 총경 인사에서 경찰대 출신(10기) 여경 가운데 최초로 총경에 올랐다. 당시 40세로 경찰 역사상 최연소 여성 총경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윤서장은 1996년 경위로 임관한 뒤 서울 혜화경찰서 조사반장을 시작으로 서울 성북경찰서 경비계장, 여경기동대 중대장, 경찰청 외사국 국제보안계, 경찰청 형사과 실종사건수사팀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7월5일 가평경찰서장에 취임했다.

한편 경찰대 출신 경감 이상 간부의 출신 고교에서는 진주고(28명)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김천고(25명), 심인고(20명), 공주사대부고(19명), 강릉고·달성고(18명) 순이었다. 치안정감인 박종준 경찰청 차장이 공주사대부고, 이강덕 경기경찰청장이 달성고를 나왔다. 치안감은 장전배 경찰청 경비국장(전주고), 황성찬 보안국장(마산고), 김호윤 경찰청 생활안전국장(50), 조길형 기획조정관(청주 신흥고), 이만희 청와대 치안비서관(대구고), 서천호 부산경찰청장(진주고), 강기중 대구경찰청장(대동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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