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과 ‘고정’ 사이, 따지면 남는다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
  • 승인 2011.07.2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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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때 가장 중요한 계약 조건은 금리…단기간 쓸 경우에는 변동형이 유리

ⓒ시사저널 이종현

정승언씨(47)는 최근 집을 넓혀 이사하기 위해 시중 은행 창구에서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다 고민이 생겼다. 10년 동안 대출을 받을 경우 변동금리형 이자가 연 4.6%인데 고정금리형 이자는 연 4.8%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변동금리형이 유리하지만 앞으로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것이 문제이다. 정씨는 “고정금리형 대출 이자가 변동금리형보다 2~3%포인트 높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고정금리형 대출도 이번에 고민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담보 대출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계약 조건은 금리이다. 은행에서 1억원을 빌릴 때 금리가 1%포인트만 높아도 연간 100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계약 기간이 10년이라면 단순 계산해도 1천만원을 손해본다는 얘기이다. 대출 이자가 수시로 바뀌는 변동금리형을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만기까지 움직이지 않는 고정금리형을 선택할 것이냐는 ‘대출 쇼핑’ 때의 핵심 사안이다.

우대금리 못 받으면 고정금리형이 좋아

시중 은행들은 최근 들어 전략적으로 저리의 고정금리형 대출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 규제로 장기 고정금리형 대출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고정금리·비거치식 대출 비중을 현재의 5%에서 2016년까지 30%로 늘린다는 내용의 ‘6·29 가계 부채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은행은 연 4.8~5.3%의 비교적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KB 장기 분할 상환 고정금리 모기지론’을 판매하고 있다. 만기는 10~30년인데, 기간이 길수록 높은 이자를 적용하는 구조이다.

 다만 대출 대상이 제한적이다. 국민주택 규모(85㎡) 이하, 6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하는 조건이다. 60㎡ 이하 소형 주택을 구입하면 추가로 0.1%포인트의 금리를 낮춰준다. 총 1조원 한도로 제한되어 있다. 판매 초기인 만큼 한도가 많이 남아 있다.

 외환은행은 첫 3~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예스 안심 전환형 모기지론’을 내놓았다. 금리는 연 4.99~5.84%(최초 5년 고정형)이다. 고정금리 적용 기간이 끝난 후 코픽스와 같은 변동금리 대출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중·장기적으로 금리가 다시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면 이 상품을 선택할 만하다. 최장 30년까지 원리금 또는 원금 균등 분할 방식으로 갚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장기 비거치식 고정금리 대출인 ‘지금 이(利)대로 금리 안전 모기지론’을 판매 중이다. 금리는 연 5.0~5.8%이다. 농협도 조만간 비슷한 성격의 고정금리 대출을 출시할 계획이다. 주택금융공사가 판매 중인 대표적인 고정금리형 상품 ‘유보금자리론’은 최초 1년간 연 4.6% 금리를 적용하다 이후 최저 연 5.2%(10년짜리 기준)를 적용하는 상품이다. 대상은 소득이 있는 만 20세 이상인 무주택자 또는 1가구 1주택자이다. 대출 기간은 거치 기간(최장 3년)을 포함해 10~30년이다.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매달 6천억원 이상 판매되는 인기 대출 상품이다. 

 이들 고정금리형 상품은 종전보다 이자가 대폭 낮아졌지만 변동금리형인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대출보다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최저 대출 이자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의 얘기이다. 국민은행의 코픽스 대출 이자는 현재 연 4.2~5.6%(신규 취급액, 6개월 변동 기준) 수준이다. 외환은행의 코픽스 대출 금리는 연 4.63~5.75%이다. 두 은행의 고정금리형 대출 이자와 비교할 때 최저 금리는 낮고 최고 금리는 높다.

 변동금리형 대출 이자는 대출자의 신용도와 은행 기여도에 따라 좌우된다. 거래 실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최저 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이용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급여이체 설정 등의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반면 고정금리형 대출의 경우 이자가 대출 기간에만 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이 최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우대금리를 받을 수 없거나 중·장기적으로 금리가 지금보다 0.5~1%포인트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고정금리형 대출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금리 상승기에 이자 부담이 늘어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직장인이라면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 상환 대출을 받을 때 소득공제 한도가 늘어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한도는 종전 1천만원에서 1천5백만원으로 확대된다. 소득공제 혜택 효과는 연봉이 높을수록, 또 대출 금액이 많을수록 크다. 고정금리형 대출을 선택하더라도 3년만 지나면 대개 중도 상환 수수료를 물지 않는다. 조기상환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3년 이내일 경우 0.5~1.5% 정도이다.

다만 3~4년 후 주택을 갈아탈 예정이라면 변동금리형 상품이 여전히 유리하다. 급여이체 등으로 최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면 고정금리형 대출과 비교할 때 이자가 0.5%포인트 이상 저렴한 편이다.

 시장 금리가 상승세이기는 하지만 천천히 오른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시장 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 수익률(91일물)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최근 두 달간 0.1%포인트 남짓 오르는 데 그쳤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코픽스 대출을 받을 때 대다수 소비자는 그동안 ‘신규 취급액 기준’을 선택해왔다. 소비자들은 코픽스 대출을 받을 때 신규 취급액이나 잔액 기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시장 금리를 더 빨리 반영하는 구조이다.

코픽스 대출 때는 ‘잔액 기준’ 선택 권장

그런데 요즘에는 ‘잔액 기준’ 대출이 점차 유리해지고 있다. 종전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이다. “금리 상승기에는 시장금리 적용 시기가 느리고 변동성이 적은 잔액 기준 코픽스가 유리하다”라는 재테크 전문가들의 조언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현재 은행권이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전국은행연합회의 6월 코픽스는 신규 취급액 기준 3.7%, 잔액 기준 3.93%이다. 아직은 잔액 기준 금리가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상승 속도는 신규 취급액 기준이 더 가파르다. 조만간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은행연합회 코픽스에다 가산 금리를 붙여 대출 이자를 정하는 은행 중에서 실제로 잔액 기준 대출 금리가 더 낮은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하나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대출 금리(6개월 변동 기준)는 현재 연 4.48~5.98%이다. 반면 잔액 기준은 연 4.29~5.79%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잔액 기준 코픽스 금리가 0.19%포인트 저렴하다. 우리은행 역시 잔액 기준 코픽스 대출금리가 연 3.73~5.67%로, 신규 취급액 기준(연 4.0~5.64%)보다 최고 연 0.27%포인트 낮다.

당국이 잔액 기준 코픽스 대출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갑작스런 금리 변동 충격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잔액 기준 코픽스 대출 비중을 늘리도록 하고 있다. 본점에서 잔액 기준 코픽스 대출의 마진을 일부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은행이 일부 이익을 줄이고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이다.

1~2년 전까지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온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형 대출은 가급적 받지 않는 것이 좋다. CD연동형 대출 이자가 코픽스는 물론 웬만한 고정금리형 금리보다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CD연동형 대출이자는 현재 연 5.29~6.59% 선이다. 최저 금리로 따져도 고정금리형 대출 이자의 최고 금리(연 5.3%)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CD연동형 대출 이자는 연 4.89~6.33%, 하나은행의 이자는 연 4.77~6.27%, 외환은행의 이자는 연 4.81~6.56% 선이다. 변동금리형 대출을 선택한다면 코픽스 대출이 훨씬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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