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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빚’의 어두운 굴레

한순구 /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ㅣ 승인 2011.08.03(Wed) 00: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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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나이가 어린 상황에서, 현재 별로 소득이 없는 부모가 많은 빚을 얻어서 학교나 학원에 보낸다면 좋을까? 물론 그렇게 진 빚을 결국 부모가 나중에 다 갚을 수만 있다면 다소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겠지만,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그런데 부모가 전혀 그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서 결국 어른이 되어서 부모가 진 빚을 이자까지 보태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간단히 대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만일 여러분이 빚을 내 얻은 돈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크게 성공해서 쉽게 부모의 빚을 다 갚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보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반드시 비싼 학교나 학원을 다녀야 성공하는 것도 아니므로 부모가 지는 빚에 부담을 느껴 그냥 학원에 안 다니고 열심히 공부하겠으니 빚을 지지 말라고 부모님께 말할지도 모른다.

요즘 세계 경제의 화두는 국가들의 재정 적자이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서조차 국가 부도 가능성에 대한 뉴스가 있었다.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 일본, 유럽에서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것은 모두 정부가 너무나 많은 돈을 빌려서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살림이 어려워도 빚이 없으면 희망이 보인다. 하지만 빚이 있으면 자꾸 빚 독촉을 받게 되고 돈을 쓸 급한 일이 생겨도 더 빌릴 수 없어 궁지에 몰리게 된다. 이는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럼 이런 나라들은 왜 이렇게 빚이 많아진 것일까?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런 국가들의 정부가 들어오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썼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유럽의 정부들은 자기네 경제가 한창 좋을 때 이를 기준으로 지출 계획을 세웠다. 한 가족을 보더라도 아버지가 한창 수입이 좋아서 월 몇백만 원씩 쉽게 쉽게 통장에 입금시킬 때 이렇게 천년만년 아버지의 수입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자녀를 유학 보낸다든지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든지 하는 식으로 지출을 늘리는 것이 보통이다. 문제는, 언젠가는 아버지가 퇴직을 하거나 건강이 악화되는 등의 이유로 집안의 소득이 반드시 줄어들게 되고 반면 갑자기 지출을 줄일 수는 없으므로 결국 빚을 지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상당한 빚을 지고 있지만 다행히 아직 심각하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사실 우리가 IMF 외환위기도 잘 넘기고 미국에서 일어난 세계적인 금융 위기도 잘 넘긴 배경에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비교적 빚을 많이 지지 않고 알뜰하게 살림을 해온 덕에 비상시에 대응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하지만 비교적 여유가 있는 현재의 재정을 기준으로 정부의 지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가는 미국, 일본, 유럽과 같이 큰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특히 모두 잘 알고 있듯이 우리 사회는 고령화라는 되돌릴 수 없는 추세에 당면한 상황이다. 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노인이 늘어나면 앞으로 소득이 급속도로 줄어들 것이 명백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출을 늘린다는 것은 무지하고 무책임한 행위이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무지한 행동으로 우리 정부의 빚이 늘어난다면 이는 결국 우리가 그렇게 사랑하는 우리의 자녀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부모 세대에게서 물려받은 빚더미에 깔리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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