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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상공에 불붙는 ‘첩보전’

공군, 공중 조기 정보 통제기인 ‘E-737’ 도입…이제 첫 걸음, 다양한 시스템 갖춰야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ㅣ 승인 2011.08.16(Tue) 15: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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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1일 도입된 E-737 ‘피스아이’ 공중 조기 경보 통제기.
ⓒ연합뉴스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자는 백전불패’라고 했다. 단순히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싸우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국이나 주변국의 움직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훤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공군에게도 그런 능력이 드디어 부여되었다. 공군은 지난 8월1일 E-737 공중 조기 경보 통제기 1호기를 도입했다. 2012년까지 모두 4대가 들어올 예정인데, 이날 도입된 것이 바로 첫 기체이다.

   
▲ E-737은 하늘의 지휘소이다. 내부에는 모두 10개의 콘솔이 있어 적기를 탐지하고 아군 전투기에게 지령을 내릴 수 있다.
ⓒNorthrop Grumman

공중 조기 경보 통제기는 말 그대로 하늘에서 떠 있으면서 이상 징후를 미리 발견하고 이에 대응할 전투기들을 지휘하는 하늘의 지휘소이다. 강력한 공중 레이더를 장착하고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조기 경보기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가 AEW(Airborne Early Warning: 조기경보기)로 적의 항공기나 미사일을 탐지하여 지휘부에 정보를 알려주는 기능만 하는 비행기이다. 미 해군이 운용하는 함재기인 E-2 호크아이가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로 AWACS(Airborne Warning and Control System: 공중 조기 경보 통제 시스템)는 이런 탐지 기능뿐만 아니라 실제 전투기에 지령을 내려 공중전을 지휘하는 기능까지 가진 비행기를 말한다.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운용하는 E-3 센트리나 일본이 도입한 E-767이 이에 해당한다. 걸프 전쟁에서 다국적군이 격추시킨 이라크 전투기 40대 가운데 무려 38대가 E-3에 의해 탐지되었을 정도로 AWACS는 우수한 성능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AEW&C(Airborne Early Warning and Control: 공중 조기 경보 통제기)는 AEW와 AWACS의 중간 형태로 AWACS를 소형화한 것이다. 우리가 이번에 도입한 E-737 피스아이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 ‘피스아이’의 내부 도해.
ⓒNorthrop Grumman

주변국들, 오래전부터 한국 영공 감시

   
▲ E-737 ‘피스아이’는 전파의 출력을 조정해 레이더 빔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첨단 다목적 전자 주사식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다.
ⓒPublic Domain

주변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AWACS를 도입해 한국의 영공을 감시해오고 있었다. 강력한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과 소련 이외에도 다른 나라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1970년대 미그 쇼크로 자국의 안보에 민감해진 일본은 이미 1987년부터 조기 경보 기능을 갖춘 E-2 호크아이를 운용해왔고, 1998년부터는 AWACS의 최신형인 E-767을 4대나 도입했다. 특히 E-767은 미군이 운용하고 있는 E-3 센트리의 최신형으로 3백20km까지 적기를 탐지할 수 있는 AN/APY-2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다.

중국의 조기 경보 시스템도 무시할 수 없다. 타이완 해협에서 제공 우위를 지키기 위해 중국은 이미 1969년부터 조기 경보기를 도입하고자 했으나, 문화혁명과 경제 개발 등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0년대에 들어 중국은 이스라엘로부터 공중 조기 경보 통제기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이스라엘이 수출을 포기하자 사업이 무산되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스라엘의 도움으로 러시아제 IL-76 수송기에 레이더를 장착한 콩징(空警: 하늘을 경계한다는 뜻) 2000 조기 경보기를 개발해 5대를 배치함으로써 염원하던 공중 조기 경보 통제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번에 우리가 도입한 E-737은 미국의 E-3나 일본의 E-767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그 능력은 오히려 월등하다. E-737은 중형 여객기인 보잉 737-700 기종에 레이더를 장착한 기체이다. 보통 조기 경보기는 원반 형태의 레이더를 기체 윗부분에 장착하지만, E-737에 장착된 레이더는 기다란 막대기 형태이다. 이것이 바로 ‘탑햇’ 다목적 전자 주사식(MESA) 레이더이다. ‘탑햇’ MESA 레이더는 현존하는 공중 조기 경보용 레이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최첨단 장비로, 스텔스 전투기에도 채용되는 능동 전자 주사식(AESA) 레이더와 같은 원리를 이용한다. 과거 기계식으로 안테나판을 구동하던 레이더와 달리 AESA 레이더는 전파의 출력을 조정해 레이더빔의 방향을 바꿀 수 있어 고장이 매우 적은 구조이다. ‘탑햇’ 레이더는 센서가 조밀하게 형성되어 있으며, 이를 제어하는 컴퓨터 시스템도 진보되어, 최대 1천여 개의 비행 물체를 동시에 탐지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조기 경보기가 장착하는 레이더는 통상 3백70km를 감시하며, 가장 멀게는 8백km까지도 감시할 수 있다. 중국의 조기 경보기는 최대 4백70km 정도가 탐지 한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737의 ‘탑햇’ 레이더는 통상 3백70km, 최대 7백40km까지 탐지할 수 있다. E-737의 레이더는 E-3나 E-767에 비해 더욱 선명한 해상도의 레이더 영상을 제공한다. 특정 지역을 집중해서 레이더빔을 쏠 수 있으므로 정확성이 매우 뛰어나다. 과거 미군의 조기 경보기가 탐지하기 힘들던 저고도 침투 비행기도 E-737은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 북한의 특수부대가 사용할 An-2기를 손쉽게 찾아낼 수 있어,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한 해결사로 기능하게 된다.

   
▲ 중국은 2006년부터‘콩징 2000’이라는 조기 경보 통제기를 운용 중이지만, E-737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Public Domain

‘감시·정찰’ 자산 대다수 미국에 의존해와

공군이 E-737에 붙인 이름은 피스아이(Peace-Eye)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수호하는 감시자라는 의미이다. 조기 경보기는 공중뿐만 아니라 해상의 위협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북한 공기부양정의 갑작스러운 이동까지도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된다. E-737 덕분에 북한의 비대칭 공격 위협에 대한 철저한 감시 능력이 더해진 것이다.

E-737 같은 항공기를 군에서는 보통 ‘ISR(정보·감시·정찰) 자산’이라고 부른다. 정보가 승패를 좌우하는 현대 전장에서는 이런 ISR 자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하다. 그런데 한국군의 ISR 자산은 충분하지 않다. 한국은 ISR 자산의 대부분을 미군에 의존해왔다. 정보의 독립화가 부족했던 것이다.

우리 군의 대표적인 항공 ISR 자산은 ‘금강백두’ 정찰기이다. 이 기종은 군납 비리로 여러 차례 뉴스에 오른 바 있다. 금강 정찰기는 고해상도의 레이더 영상을 지원하지 못한다. 공군의 KF-16 전투기에 정찰 포드를 장착해 운용하고 있는데, 이것도 10대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밖에도 군단급에서 운용하는 ‘송골매’ 무인정찰기가 있다. 송골매에 장착된 레이더는 탐지 범위가 15km에 불과하다. 또 다른 무인기로는 이스라엘에서 도입한 ‘서쳐2’가 있다. 이 기종은 2백km 이상을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밀 ISR 자산이 부족하자 우리 군은 글로벌호크를 도입하고자 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RQ-4 글로벌호크는 미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최첨단 고고도 무인정찰기이다.

글로벌호크는 30x30cm 해상도의 영상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를 장착하고 24시간 이상 체공하면서 3천km 반경의 지상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글로벌호크는 2001년 처음으로 비행에 성공한 이후, 시험 개발 단계에서 급히 아프가니스탄 대테러 전쟁에 투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호크는 아직도 완벽한 양산 단계가 아니어서 신뢰성에 의문이 있다. 또 미국이 구매 대수를 축소하는 바람에 가격이 상승해 한국 정부는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군은 한반도에 배치한 첩보기인 U-2를 대신해 글로벌호크를 배치시킬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개발된 지 50년이 넘은 노후 기체인 U-2를 대체하는 기종으로 글로벌호크가 선정된 것이다. 조종하기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한 U-2와는 달리 글로벌호크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따라 스스로 이착륙을 하고 지정된 비행 경로를 따라 이동할 수 있다. 미 공군은 현재까지 글로벌호크를 32대 도입했고, 최종적으로는 55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 9-006 : 주한 미군은 노후한 U-2 정찰기를 대신해 글로벌호크를 배치할 계획이다.
© US Air Force

현대 전쟁은 네트워크 중심 전쟁

한편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글로벌호크에 대항하는 무인기를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은 샹륭(翔龍: 비상하는 용이라는 의미)이라는 고고도 무인정찰기를 개발해 2009년부터 시험 비행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그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샹륭은 글로벌호크와 전반적으로 유사한 모양새이지만, 항속 거리는 7천km로 글로벌호크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 글로벌호크처럼 위성링크를 통해 전세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지 못했다. 탑재 장비 성능도 미지수이다.

이처럼 한국 주변에서는 치열한 공중 첩보전이 계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의 전쟁은 네트워크 중심 전쟁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정보를 얼마만큼 빠른 시간 내에 충분히 수집하느냐에 전쟁의 승패가 달려 있다. 전장의 상황이 어떠한지 참가하는 모든 구성원이 빠른 시간 내에 상황을 인식하고 공유함으로써 전략을 집중해서 적을 붕괴시킬 수 있다. 무조건 전투기를 띄우고 눈에 띄는 대로 목표를 폭격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교전은 줄이고 중요한 목표물을 완전히 파악한 이후에 공격하는 방향으로 전술이 변화하고 있다.

군에는 ‘킬 체인(Kill Chain)’이라는 용어가 있다. 군사 목표의 선정에서부터 파괴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일련의 과정을 가리킨다. 표적의 탐지(Find), 확인(Fix), 추적(Track), 조준(Target), 교전(Engage), 평가(Assess)라는 여섯 가지 단계로 구분되는 킬 체인이 짧으면 짧을수록 적에게 더 큰 충격과 공포를 가져다줄 수 있다. 미 공군은 이런 킬 체인을 10분대로 단축하고자 심혈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킬 체인에서 3분의 2를 차지하는 것이 적의 동향을 파악하는 정보 수집 활동이다.

일례로 알카에다 소속 테러리스트 알 자르카위는 F-16 전투기가 투하한 정밀 통합 타격탄 한 발에 사살되었다. 실제 교전에는 불과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알 자르카위를 잡기 위해 프레데터 무인정찰기는 무려 6백시간 이상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한국군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천안함 침몰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한국군이 효율적인 ISR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곧바로 도발 원점을 특정하고 반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군이 킬 체인을 형성하기 위해서 ISR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강력한 무기 체계를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적을 정확히 타격하기 위해서는 정보 감시 정찰 체계가 확보되어야 한다. E-737 피스아이 공중 조기 경보 통제기의 도입은 그 첫걸음이다. 앞으로 고고도 무인정찰기에서부터 고해상도의 군사위성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다양한 시스템을 더 많이 갖춰야 한다. ISR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한국군이 갈 길이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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