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나라 아성 민주당이 ‘호시탐탐’
  • 김회권 기자·배동진│부산일보 정치부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1.09.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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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6개 지역에 ‘화력 집중’…경남에서도 약진 별러

▲ 부산 태종대에서 열린 가족걷기대회에 참가한 문재인 이사장(왼쪽 사진 가운데). 지난 3월 신공항 백지화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한나라당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PK(부산·경남) 지역이 내년 4월11일에 있을 19대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파란 옷만 입으면 당선된다”라던 부산·울산·경남의 민심은 이미 과거의 유물이다. 예전과 비교해 사뭇 달라졌다.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이 지역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자들 중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예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기려는 이들까지 나서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한나라당 영남 벨트에서 PK 지역은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나마 ‘박근혜 효과’에라도 기대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이 한나라당 내에서 돌고 있다. 야권에서 일고 있는 ‘문재인 바람’을 의식한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이 12월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띤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력 대선 주자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문재인의 영향력’이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하는 점이다.

[부산] 민주당의 ‘낙동강 벨트’ 진격 작전 성공할까

부산은 ‘한나라당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곳이었지만, 최근 민심은 이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등 각종 악재로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최근 10년 사이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 야권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의석 수를 늘리기 위해 야권 통합 및 후보 단일화와 득표력 있는 인물을 영입하는 일이 선결 과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8년 총선 때 민주당은 부산에서 한나라당 후보, 무소속, 다른 야당 후보와 맞붙었던 지역에서 평균 30%의 득표율을 보였다. 이를 위해 야권 내에서 대선 후보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출마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문이사장이 부산의 중심지인 서면(부산진 을)이나, 부산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한나라당 후보인 ‘친박계’ 서병수 전 최고위원의 지역구(해운대·기장 갑)에 출마해줄 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 두 사람은 경남고 동기로 친구 사이이기도 하다. 김영춘 민주당 최고위원은 “문이사장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총선 출마를 요청하지 않고, 본인이 스스로 좋은 쪽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민주당이 총선 때 ‘화력’을 집중키로 한 곳은 ‘서부산권’, 이른바 ‘낙동강 벨트’의 여섯 개 지역구이다. 사하 갑·을, 사상, 북·강서 갑·을, 영도 등이다. 부산에서 유일한 민주당 현역 의원인 조경태 의원(사하 을)이 이곳에 있고, 경남 지역에서 야당 강세인 김해와 창원이 인접해 있다.

야권 출마자들을 지역별로 보면, 서구에는 최낙정 전 해양수산부장관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가 일찌감치 출마 예상자로 거명되고 있다. 정오규 생활정치닷컴 대표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또 사하 갑에는 전 청와대비서관을 지낸 최인호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이 사하 을의 조성태 의원과 함께 동반 당선을 노리고 있다. 정진우 민주당 중앙당 원내정책국장은 북·강서 을 출마를 검토 중이고, 사상 쪽에서는 이영철 현 지역위원장과 정홍섭 신라대 총장이 거론되고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로 어수선한 영도는 김정길 전 행자부장관을 비롯해 박상현 노무현재단 기획위원(국민참여당 시당 부위원장), 민병렬 민주노동당 시당위원장 등 야당 간판을 내건 출마 거론자만 여섯 명에 달한다. 중·동구에는 민주당 대변인을 지낸 전현희 의원(비례대표)이 출마 가능성을 타진 중이고, 참여정부 시절 홍보수석을 지낸 이해성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도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사장은 오는 10월 동구청장 보궐 선거를 통해 이름 알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부산진 갑에서는 서울 지역 재선 경력이 있는 민주당 김영춘 최고위원이 고향 출마를 선언한 상태이다. 지역 활동과 함께 인물 영입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공천을 받지 못했던 ‘금배지’ 경력자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그 중심에는 권철현 전 의원을 중심으로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 김희정 전 청와대 대변인, 이성권 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등 ‘한국의 길’ 멤버들이 있다. 주일 대사를 마치고 돌아온 권 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사상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그는 “지난 3년간 사무실과 집을 여성 당원들이 돌아가면서 돌볼 정도이고, 호(국헌)를 딴 산악회도 아직 건재하다”라며 한번 해볼 만하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박특보는 거의 매주 지역구(수영구)에 내려와 주민들을 만나고 각종 행사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출마설도 나돌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은 지역구(부산진 을)에 사무실을 열고 친박 모임 참여 등으로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김 전 대변인도 연제구에서 박대해 의원과 재격돌하기 위해 출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엄호성 전 의원도 최근 출마 지역(사하 갑)을 돌아다니며 옛 조직 재건에 나서고 있다. 18대 때 북·강서 을에서 박민식 의원과 경쟁해 공천을 받지 못했던 정형근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경남 거창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총선 때 해운대·기장 을에서 득표율 2위를 기록했던 김세현 미래희망연대 사무총장은 최근 해운대에 사무실을 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정치권 밖의 인물들 중에서는 조현오 경찰청장과 조국 서울대 교수 등의 출마설이 나온다. 한결같이 출마는 고사하고 있지만, 이들이 나온다면 그 영향력은 메가톤급이다. 동래 출신의 조현오 청장은 국회 원내에 경찰 출신이 이인기 의원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는 지적에 따라 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동래가 지역구인 이진복 의원은 “본인이 직접 여러 차례 불출마를 얘기해 걱정은 않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조청장이 지역 정치부 기자들과 잇따라 조찬 모임을 갖고 있어 “출마할 생각이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왼팔’로 불렸던 최형우 전 의원의 아들인 최제완 한나라당 부대변인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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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 부산 지역 출마 예상자

한=한나라당, 민=민주당, 선=자유선진당, 노=민주노동당, 진=진보신당,
참=국민참여당, 미=미래희망연대, 무=무소속·미정

이름(나이) 정당 직책(주요 경력)   이름(나이) 정당 직책(주요 경력)
중·동구   북·강서 갑
나성린(58) 비례대표 국회의원   김대식(49)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손숙미(57) 비례대표 국회의원   박민식(46)  국회의원
유병곤(55) 전 국회사무처장   전재수(40)  전 청와대 제2부속실장
정의화(63) 국회부의장   주우열(39)  중앙당 조직실장
이해성(57)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북·강서 을
전현희(47) 비례대표 국회의원   김도읍(47)  변호사
장귀선(44)   시당 부위원장   허태열(66)  국회의원
서구   강용호(58)  시당 수석부위원장
김홍일(41) 전 부산시장 정무보좌관   정진우(44)  당 원내정책국장
손교명(51) 예금보험공사 감사   설부길(43)  북구좋은아빠모임 대표
유기준(52) 국회의원   박정규(63)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재균(57) 전 국토해양부 2차관   해운대·기장 갑
조양환(49) 기술보증기금 감사   서병수(59)  국회의원
정재성(51) 변호사   송관종(48)  지역위원장
최낙정(58) 전 해양수산부장관   최희철(50)  지역위원장
허성관(64) 전 행자부장관   김석준(48)  전 시당위원장
윤용조(33) 전 부산대 총학생회장   허영관(48)  당협위원장
정오규(50) 생활정치닷컴 대표    고창권(46)  시당위원장
영도구   문재인(58)  노무현재단 이사장
손교명(51) 예금보험공사 감사   해운대·기장 을
안성민(49) 시의원   안경률(63)  국회의원
이재균(57) 전 국토해양부 2차관   이치우(47)  전 청와대 행정관
김비오(43)  지역위원장   정승윤(43)  부산대 법대 교수
김정길(66)  전 행자부장관    최현돌(62)  전 기장군수
이강진(50)  전 국무총리 공보수석   김세현(54)  미래희망연대 사무총장
민병렬(50)  시당위원장   김동윤(38)  시당 대변인
김영희(48)  전 시의원   최경호(61) 미래연합  전 거제경찰서장
박상현(50)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사하 갑
이영(64)  전 시의회 의장   김형준(45)  청와대 춘추관장
부산진 갑   현기환(52)  국회의원
권기우(55)  변호사   최인호(45)  시당 위원장
김청룡(39)  전 시의원   엄호성(56)  전 국회의원
신현기(63)  전 이명박 후보 정책특보   강정호(36)  노무법인 해마루노동문제 연구소장
정근(51)  부산의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