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규제가 부른 두 개의 비극
  • 한순구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 승인 2011.10.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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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저축은행 영업정지와 전력 공급 차질로 인해 벌어졌던 정전 사태이다.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듯이 보이는 이 두 현상은 사실 상당히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그 공통 분모가 바로 무책임한 정부의 규제 정책이다.

규제는 바로 저축은행 영업정지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자유 시장 경제에서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국민과 기업들에게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보장해주어야 하지만, 어떤 국민이나 기업이 다른 국민이나 기업에 큰 피해를 주는 경우에는 이런 자유를 규제해야 한다. 그 하나의 예가 바로 국민들의 돈을 예치받아서 대신 투자해주는 역할을 하는 저축은행과 같은 금융기관들에 대한 규제이다.

하지만 이런 규제를 하게 되면 정부의 인기는 떨어지게 된다. 은행을 규제하다 보면 은행들이 위험한 곳이나 이상한 곳에 투자하지 못하게 막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 이자율이 떨어지게 되므로 은행이나 은행에 돈을 예치한 고객이나 모두 불만이 생긴다. 궁극적으로는 은행과 고객에게 좋은 일이지만, 자녀에게 고기만 먹지 말고 시금치나 브로콜리를 먹으라고 하면 자녀들이 싫어하듯이 국민들이 이런 규제를 싫어하게 된다. 지금 보면 자녀와의 다툼을 피하려고 시금치는 먹이지 않고 햄버거만 먹이는 무책임한 부모처럼, 우리 정부는 국민들의 불만을 사기 싫어서 저축은행에 대해 마땅히 해야 할 규제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한전의 정전 사태는 규제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규제한 것에서 생긴 일이다. 전력거래소와 한전 근무자들의 안이하고 태만한 근무 자세도 문제이지만, 담당자가 조금의 실수만 해도 전국적인 정전이 일어날 수 있는 지금의 한국 현실은 전기의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발전소에서의 공급이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을 수준으로 전기에 대한 수요를 폭발시킨 정부의 정책에서 나온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석유 가격에는 100%에 가까운 세금이 붙어 있고, 원유 가격이 오르면 석유 가격도 오르는 것에 비해 전기의 경우에는 한전이 전기를 생산할 때마다 10%의 손해가 발생할 정도로 원가 이하로 공급되고 있다. 따라서 석유나 가스로 난방을 하던 사람들도 모두 전기 난방으로 바꾸는 등 국민이나 기업들이 모두 값싼 전기로 바꾸어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전기의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는 건설하는 데 10년 정도 걸리는 발전소를 아무리 부지런히 지어도 도저히 전기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다.

이렇듯 전기의 가격이 생산 원가 이하인 것은 정부가 규제하지 말아야 할 것을 규제한 결과이다. 마치 주말에 부모가 자기가 낮잠을 자는 동안 자녀들이 방해하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애들에게 컴퓨터 게임을 무제한 시키는 격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이 아무리 낮은 전기 가격을 원하더라도 정부는 어느 선 이하로는 내릴 수 없음을 분명히 했어야 하는데, 그저 국민들의 단기적인 원성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전기 가격을 묶어놓았던 것이다.

시금치를 먹기 싫다는 자녀와 다투기 싫어 내버려두었다가 벌어진 것이 저축은행 사태이고, 컴퓨터 게임을 그만 하라고 말리기 귀찮아서 자녀들에게 계속 컴퓨터 게임을 허락하다가 벌어진 것이 전력 공급 부족 사태이다. 지금 우리의 정부는 무책임의 극치를 달리는 최악의 부모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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