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치매 막아 99세까지 88하게 산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10.1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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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5인이 들려주는 ‘장수에 이르는 3대 질병 예방 수칙’

▲ 서울대학교 축제 기간에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교직원과 학생들이 달리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요즘 시쳇말로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사는 것이 많은 사람의 희망 사항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리해야 할 것들이 있다. <시사저널>이 전문의 다섯 명에게 물어보니 암 등 불시에 찾아오는 질병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고혈압, 당뇨, 치매는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전재우 서울시북부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고혈압, 당뇨, 치매를 조심해야 한다. 이 질환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따라서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고혈압 예방 3원칙
체중 조절-체온 유지-혈압 점검

▲ 가정 또는 동네 의원에서 정기적으로 고혈압을 측정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북부병원 제공

고혈압 예방법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체중 조절이다. 체중 5kg를 줄이면 혈압을 5~10mmHg 떨어뜨릴 수 있다. 손쉬운 체중 조절 실천법은 운동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아침부터 저녁 시간까지 아무 때나 운동해도 좋지만 초겨울이나 요즘처럼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추운 아침과 저녁 시간에 운동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따뜻한 낮 시간에 하는 빨리 걷기, 줄넘기, 자전거 타기, 에어로빅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이 체중 조절에 가장 좋다. 수영도 좋지만 수영 후에는 몸과 머리의 물기를 완전히 말리고 외부로 나가야 갑작스런 체온 저하를 막을 수 있다. 체온 저하는 혈압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매우 추운 날에는 실내에서 맨손 체조를 하면 된다. 운동 시간은 30~45분이 적당하며, 일주일에 3~4일은 해야 효과가 있다.

그 다음으로 실천할 일은 체온 유지이다. 기온이 1℃ 낮아지면 혈압은 1mmHg가량 높아진다. 따라서 실내 온도를 떨어뜨리지 말아야 한다. 쾌적함을 느끼는 온도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특정 온도를 정할 수는 없지만, 추위를 느끼지 않도록 온도를 유지하면 된다. 외출할 때는 옷을 여러 겹 껴입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실내에서 외출한 직후에는 별로 추위를 느끼지 않지만 외부에서 오래 있을수록 체온이 떨어지므로 처음부터 약간 덥다 싶을 정도로 옷을 입으면 좋다.

마지막으로 할 일은 염분 섭취를 피하면서 혈압을 꾸준히 점검하는 것이다. 염분 섭취를 줄이려면 라면·팝콘 같은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만 피하면 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갈비탕·간장·된장·젓갈류·자반 등 몸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발효 식품에도 염분이 많다. 고혈압은 유전 요인도 있으므로 부모 중 한 명이 고혈압이라면 발효 식품을 멀리할 필요가 있다. 일반 사람은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동네 의원에 가서 혈압을 점검하고, 유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집에 전자 혈압계를 비치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혈압을 점검하면 된다. 성지동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높은 혈압(수축기 혈압)이 1백20mmHg, 낮은 혈압(이완기 혈압)이 80mmHg 미만이 정상이다. 혈압은 수시로 변하므로 혈압이 조금 올랐다고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몇 주 동안 혈압이 계속 높게 측정될 때 병원을 찾아 상담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 당뇨 예방 3원칙
운동-비만  관리-음식  조절

▲ 정기적으로 휴대용 혈당 체크기로 혈당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서울시북부병원 제공

혈액에 포도당이 기준 이상으로 많은 것이 당뇨병이다. 이 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다. 어떤 이유로든 인슐린이 잘 분비되지 않거나, 인슐린이 분비되더라도 포도당을 세포 조직으로 운반하는 기능을 상실하면 당뇨병이다.

육체적 활동이 부족한 것이 첫째 요인이다. 따라서 운동을 하는 것이 당뇨를 예방하는 제1 원칙이다. 특정 운동을 고집하기보다 세 가지 운동을 골고루 섞는 편이 더욱 좋다. 세 가지 운동은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유연성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은 40~60분이면 충분하다. 2~3시간 한다고 해서 당뇨 예방에 더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유산소 운동은 한 번 하면 그 효과가 48시간 유지되므로 매일 운동하기 어렵다면 이틀에 한 번만 해도 된다.

아령 들기와 같은 근력 운동은 시간보다는 강도가 중요한데, 약간 뻐근할 정도까지 해야 효과가 있다. 근육에 약간 무리를 주는 정도로 해야 인슐린 기능을 유지하는 물질이 나오기 때문이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전후에 관절 돌리기, 요가, 체조와 같은 유연성 운동을 하면 효과가 커진다. 당뇨 환자의 골절률은 일반인보다 2~3배 높은데, 유연성 운동은 뼈 건강에 도움을 준다.

비만은 당뇨의 방아쇠라고 할 정도로 관련이 깊다. 비만도 부위가 중요하다. 팔다리의 지방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복부 비만은 위험하다. 복부 비만에 의해 나오는 지방산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는 것을 억제한다. 비만 관리는 사실 성장기(18세 이전) 때에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관리해주느냐에 따라 아이가 커서 당뇨가 생길 수도 있고 건강하게 지낼 수도 있다. 이 시기에 탄산 음료·햄버거 등과 같은 인스턴트 음식과 패스트푸드를 먹이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가공식품도 추가해야 한다. 재료는 자연 식품이지만 재가공한 식품을 말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땅에서 나는 식품을 자연 상태로 먹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아이도 운동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특정 운동을 시키면 싫증을 내므로 아이가 좋아하는 운동에 취미를 붙이도록 유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당뇨 예방의 세 번째 원칙은 염분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염분은 자연 식품 상태보다 가공했을 때 더 늘어난다. 따라서 가공식품을 먹지 않는 습관이 염분 섭취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음식을 조리할 때에도 설탕 대신 양파로 단맛을 낼 수 있고, 소금 대신 나트륨이 덜 들어 있는 간장이나 된장으로 간을 맞추면 좋다. 마른 새우,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도 물에 넣어 끓이거나 가루로 빻아서 소금 대신 쓸 수 있는 훌륭한 천연 조미료이다. 차봉수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어떤 예방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당뇨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고, 생기더라도 늦게 생기기도 한다. 꾸준한 운동, 비만 관리, 가공식품 피하기는 기본이다. 특히 성장기에 이런 습관을 붙여주는 것은 부모의 도리이다. 또 비만이 당뇨의 적이라고 무조건 뛰거나 걷기보다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실천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 치매 예방 3원칙
긍정적 사고-뇌 운동-사회 활동

▲ 인지 가능 장애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서울시북부병원 제공

긍정적인 사고는 치매 예방에 빠지지 않는 단골이다. 하루에 한 번쯤 눈을 감고 행복한 자신의 모습을 머리에 떠올리는 방법이 좋다. 행복한 모습은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만든다. 또 사소한 일에도 웃으면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어색해도 억지로 웃으면 습관이 되어 쉽게 웃게 된다.

치매 예방에 뇌 운동도 빠지지 않는다. 독서, 글쓰기, 퍼즐 맞추기, 퀴즈 풀기 등이 뇌를 자극한다. 독서만으로도 치매에 걸릴 위험이 20%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컴퓨터, 악기, 외국어 등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뇌 운동의 한 방법이다. 또 낱말 거꾸로 말하기도 권장할 만하다. ‘삼천리 금수강산’을 ‘산강수금 리천삼’으로 바꿔보는 식이다. 끝말 잇기, 반대말 찾기도 전두엽 기능을 발달시켜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사회 활동은 치매 예방과 직결된다. 사회 활동이 많을수록 뇌의 혈액 순환을 촉진하면서 뇌신경도 보호된다. 혼자 지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1.5배 높다. 따라서 친구, 친척 등 사람을 자주 만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여가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친목 단체, 봉사 활동, 종교 활동 등에 참여한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15% 줄어든다. 영화, 연극 관람, 정원 가꾸기, 뜨개질 하기, 청소만으로도 치매 위험을 40% 정도 떨어뜨릴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런 활동이 어렵다면 운동이라도 해야 한다. 숨이 차고 땀 나는 운동을 일주일에 3일 이상 규칙적으로 하면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확률이 30% 이상 낮아진다. 치매에 좋은 운동은 걷기이다. 하루에 30분 정도 걷기만 해도 치매 예방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비만도 치매와 관련이 있는데, 신체적 활동은 비만도 관리할 수 있다. 비만한 사람이 3년 후 치매에 걸릴 확률은 정상 체중인 사람에 비해 1.8배 높다.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는 건강한 생활을 통해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육류를 즐기는 사람은 생선으로 교체하면 좋다. 생선을 자주 먹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60% 낮아지고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도 70% 낮출 수 있다. 흡연한 지 25~30년이 지나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2백50% 증가하므로 당장 금연해야 한다. 과거에 흡연을 했더라도 담배를 끊고 6년 이상 지나면 인지 장애의 확률이 41% 감소한다. 과음과 폭음은 인지 장애 확률을 1.7배 높인다. 특히 치매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음주하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7.4배 증가한다. 건강한 음주 습관은 한 번에 1~2잔, 일주일에 3회 이하가 적당하다”라고 설명했다.

 ‘건강한 99세’ 위한 ‘일십백천만’ 법칙 

이유라 서울시북부병원 정신과장은 “일상생활에서는 ‘일십백천만 법칙’만 실천해도 건강하게 노년을 맞을 수 있다.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면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웃과 인사하기, 담배 꽁초 줍기와 같은 좋은 일을 하루에 한 가지씩만 해도 만족감이 높아져 생활에 활력이 생긴다. 하루 열 사람을 만나 상호 교감하는 기회를 갖는 것도 바람직하다. 가급적이면 각각 다른 주제로 10분 이상 대화를 하면 좋으며, 하루 일과를 마치면 대화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두뇌 건강에 도움을 준다. 하루 일상을 100자로 요약하는 시간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 몇 시에 지하철을 타고, 어디로 가서, 누구를 만나, 어떤 음식을 먹으며,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를 적으면 된다. 또 하루 1천자를 읽도록 한다. 신문의 제목과 소제목을 읽고 기사 내용을 유추하는 연습을 하면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할 일은 하루에 1만보를 걷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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