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메뉴열기

시사저널

썩은 물길 따라 퍼져가는 ‘암 마을’

중국의 주요 강·호수, 부영양화에 따른 오염 심각 최근 생명 위협 느낀 주민들의 환경 시위도 급증

충칭·모종혁│중국 전문 자유기고가 ㅣ 승인 2011.10.10(Mon) 22:11:48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link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멱 감고 물고기 잡던 시민들의 휴식처였죠. 하지만 지금은 손발을 담글 수 없을 정도로 오염이 심각합니다.”

중국 서남부 윈난(雲南) 성 쿤밍(昆明) 시에 사는 류 주안잉 씨(여·43)는 녹색의 호수 뎬츠(池)를 가리키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류씨는 환경단체 쿤밍녹색협회의 활동가이다. 쿤밍 녹색협회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뎬츠를 되살리기 위한 활동을 벌인다. 류씨는 “3년 전부터 뎬츠 변 오염원이 새로 생기는지 감시하고 호수 물의 오염도를 측정한다. 수질이 나아지고 있다는 지방정부의 발표와 달리 부영양화로 인한 녹조 현상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뎬츠는 전체 면적이 3백11㎢에 달하는 중국의 6대 담수호이다. 쿤밍 시 서남부에 남북으로 41.2㎞, 동서로 13.3㎞까지 넓게 펼쳐져 있고 최대 수심은 11.3m에 달한다. 지난 수천 년간 뎬츠는 해발 1천8백86m의 고원 도시 쿤밍을 살찌운 젖줄이었다. 기원전 339년 소수 민족 왕국인 뎬국이 뎬츠 변에 들어서 2백여 년간 번성했다. 뎬국은 사마천이 <사기>에서 ‘비옥한 농토가 수천 리나 펼쳐져 있다’라고 기록했을 정도로 농업이 번성했다. 주변 자연 풍광도 아름다워 ‘고원강남(高原江南)’이라고 불렸다.

   
ⓒ모종혁 제공

폐수 정화 시설 설치한 공장 드물어

과거의 명성과 달리 오늘날 뎬츠는 중국의 심각한 수질 오염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장이다. 1980년대 중반 뎬츠 주변에는 크고 작은 공장이 난립해 들어섰다. 주로 화학, 비료, 시멘트, 특수강 등 공해를 유발하는 공장이었다.

하지만 1만개에 달하는 공장 가운데 폐수 정화 시설을 설치한 곳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딩젠화(丁建華) 쿤밍 녹색협회 부회장은 “기업은 오직 이익 증대에만 몰두했고, 지방 정부는 조세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만 관심 있었다.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사이 뎬츠는 서서히 죽어갔다”라고 회고했다.

1990년대 초에 첫 녹조가 발생하더니, 1990년대 중반에는 부영양화가 호수 전체로 번졌다. 31종에 달하던 어류는 16종으로 줄어들었다. 사라진 어류 네 종은 지구상에서 오직 뎬츠에만 존재했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쿤밍 시 정부는 뎬츠 살리기에 나섰다. 모든 공장에 폐수 정화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했다. 1998년부터 2010년까지 뎬츠 수질 개선을 위해 1백71억 위안(약 3조1천2백93억원)을 쏟아부었다. 2006년에는 정화 시설이 완벽한 대형 공장을 남기고 중·소형 공장 대부분을 폐쇄 조치했다.

하지만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환경보호부가 발간한 <중국환경공보>에서 따르면 뎬츠의 부영양화는 호수 전체 면적의 70%로 중국에서 가장 극심하다. <중국환경공보>는 “수질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질소·인·암모니아 등 화학 성분의 함유량이 여전히 높다”라고 지적했다. 딩 부회장은 “지난 수년간 쿤밍 시 정부가 뎬츠와 그 지류에 부레옥잠을 대량 재배하고 있지만 부영양화 면적이 워낙 넓어 효과가 아직 미미하다”라고 말했다.

부레옥잠은 물 위를 떠다니며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질소와 인을 흡수한다. 1㏊를 심으면 1년에 1천7백㎏의 인을 흡수해 오수를 정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쿤밍 시 정부는 뎬츠에 26㎢에 달하는 부레옥잠을 재배했다. 딩 부회장은 “부레옥잠이 질소와 인을 흡수한다. 그러나 번식력이 강해 제때 건져내지 않으면 빨아들인 질소와 인을 다시 내뿜어 2차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수질 오염은 비단 뎬츠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중국 환경보호부가 주요 강과 호수의 물을 채취한 결과, 49.3%만이 마실 수 있는 상태였다. 26개 호수 중 12곳에서 부영양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뎬츠와 장쑤(江蘇) 성의 타이후(太湖), 안후이(安徽) 성의 차오후(巢湖) 등은 부영양화로 인한 녹조가 심각해 수질이 최악인 5급수이다. 2007년 전국 7백45개 하천과 호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 해 2천90억t의 폐수가 배출되고 폐수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무려 3천30만t에 달했다. 이로 인해 중국 인구 중 2억명 이상이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수질 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허난(河南) 성 천치우(沈丘) 현에서 일어난 비극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천치우 현은 중국에서도 이름 높은 ‘암 마을’이다. 지난 20년간 수백 명의 주민이 암에 걸려 죽었기 때문이다. 비극의 원흉은 천치우 현을 가로지르는 식수원인 샤잉허(沙潁河)에 있었다. 샤잉허 상류에 수많은 화학공장이 들어서면서 강물은 썩어버렸다. 수시로 하얗거나 붉은 거품이 떠다니는가 하면 고약한 냄새가 진동한다. 물고기는 줄어들었고 남은 것도 대부분 기형이다. 샤잉허의 썩은 강물은 중국에서 세 번째로 긴 화이허(淮河)와 만나 오염을 확산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암 마을 47곳 집계…정부, 오염 연관성 인정

중국에는 천치우 현과 같은 암 마을이 무려 47곳에 달한다. 2009년 5월 미디어 연구자인 자오징(趙京) 씨는 구글 지도를 이용해 암 마을 지도를 제작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자오징 씨는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도를 통해 중국 내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더욱 직접적인 메시지로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47곳의 암 마을은 공업이 발달한 동부 해안 지방뿐만 아니라 내륙 지방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이것은 환경 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일어나는 사회문제임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화이허 유역 암 마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던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화이허의 수질 오염이 암 발생과 연관이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 양궁환(楊功煥) 부주임은 “지난 5년간 연구 결과로 화이허의 오염과 악성 종양 간에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확보했다”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 정부가 수질 오염과 질병 간의 연관 관계를 규명한 첫 사례로서 진일보한 변화이다.

그러나 또 다른 암 마을인 윈난성 취징(曲靖) 시에서는 공장이 폐수를 무단 방류하고 지방 정부가 이를 눈감아주는 구태가 되풀이되었다. 지난 4월28일부터 6월12일까지 취징 시의 화학 공장에서 난판 강(南盤江)으로 5천2백22t에 달하는 폐수가 몰래 버려졌다. 취징 시 정부는 폐수 방류를 확인했음에도 식수가 오염된 흔적은 없다고 강변했다.

이에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나서서 상황을 반전시켰다. 그린피스 차이나는 난판 강에서 표본을 채취해 실험한 후 암을 유발하는 육가크롬의 검출 비율이 허용치의 두 배가 넘는 ℓ당 0.204㎎ 수준인 것을 알아냈다. 그린피스의 조사 결과가 공표되자, 9월3일 장리쥔(張力軍) 중국 환경보호부 부부장은 취징 시에 대해 모든 산업 프로젝트에 대한 환경 영향 평가를 중단시키고 윈난 성 정부에 감독 책임을 이전시키도록 했다. 투자 유치와 지역 산업 발전에 눈먼 지방 정부에 철퇴를 가한 것이다.

일반 중국인들도 환경 오염이 자신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진행되자 행동에 나서고 있다. 8월14일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 시 시민 1만2천여 명은 시 청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유독성 화학물질인 파라자일렌(PX)을 생산하는 푸자다화(福佳大化) 화공회사의 공장을 이전할 것을 요구한 환경 시위였다. 시위대의 압력에 굴복한 다롄 시 정부는 결국 화학 공장을 이전하라고 명령했다.

9월15일에는 저장(浙江) 성 하이닝(海寧) 시 주민 5백여 명이 징커(晶科) 에너지의 공장 앞에서 3일간 시위를 벌였다. 공장이 들어선 뒤 주변 하천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원인 모를 집단 발병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리이팡(李一方) 그린피스 차이나 오염방지팀장은 “환경은 한 번 파괴되면 다시 복원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성장에만 매달리는 정부보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자발적 행동이 환경의 복수를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체댓글0

0 /150
  • 최신글
  • 공감 순
  • 비공감 순
더보기

TOP STORIES

경제 2018.11.19 Mon
“알뜰폰 고사시키는 이통3사의 탐욕 막아야”
OPINION 2018.11.19 Mon
[한강로에서] 정치의 중심에서 막말을 외치다
정치 > 경제 2018.11.19 Mon
[단독] 망가진 국가회계 시스템, 6년간 결산 오류 65조원
정치 > 경제 2018.11.19 Mon
[못믿을 국가회계] 국가부채의 숨은 1인치
정치 > 경제 2018.11.19 Mon
[못믿을 국가회계] 국가재무제표 이대론 안 된다
사회 2018.11.19 Mon
[단독] ‘댓글수사 방해’ 서천호 “똥 싼 사람은 활개치고…”
사회 2018.11.18 Sun
경찰의 자신감 “혜경궁 김씨는 이재명 부인이 맞다”
연재 > 이영미의 생생토크 > LIFE > Sports 2018.11.18 Sun
[인터뷰] KLPGA 평정한 ‘대세녀’ 프로골퍼 이정은
Culture > LIFE 2018.11.18 Sun
임란 포로에서 일본 민중의 성녀가 된 ‘조선 소녀’
LIFE > Culture 2018.11.18 일
[New Book] 《조선, 철학의 왕국》 外
갤러리 > 만평 2018.11.17 토
[시사TOON] 이언주, 2020 총선 입시 준비
LIFE > Culture 2018.11.17 토
[인터뷰] ‘입금 전후가 다른 배우’ 소지섭의 원맨쇼
LIFE > 연재 > Health > 유재욱의 생활건강 2018.11.17 토
다리 떨고, 한숨 쉬고…나쁜 습관도 약에 쓸 때가 있다
LIFE > Culture 2018.11.17 토
방탄소년단과 일본 우익의 충돌 어떻게 봐야 할까
LIFE > Sports 2018.11.17 토
外人 승부사 힐만 SK 감독의 ‘화려한 외출’
LIFE > 연재 > Health > 이경제의 불로장생 2018.11.17 토
[이경제의 불로장생] 베리는 ‘베리 굿’이다
사회 > 포토뉴스 2018.11.16 금
[포토뉴스] 해마다 돌아오는 입시, 매년 달라지는 입시설명회
한반도 2018.11.16 금
先비핵화 강조·北인권결의 동참…속도조절 나선 정부
LIFE > Sports 2018.11.16 금
여자골프 우승, ‘국내파’ 2연패냐, ‘해외파’ 탈환이냐
LIFE > Culture 2018.11.16 금
《신비한 동물사전2》, 평이한 기승전결과 스릴 없는 서사
리스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