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 새겨지는 '10·26의 두 얼굴'
  • 김형준 │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 승인 2011.10.16 16: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26 대전(大戰)의 서막이 올랐다. 10·26 재·보궐 선거의 공식적인 선거운동과 함께  여야 간에 사생결단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치명상을 입게 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향후 정치 지형에 엄청난 지각 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중대 선거(critical election)’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가질 만하다. 첫째, 유권자 재편성의 강도 여부이다. 유권자 재편성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 지지에 대한 급격한 변화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이슈, 정치 지도자, 정당의 지역적 또는 사회 배경적 기반 그리고 정치 체계의 구조 또는 규칙 등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때 유권자 재편성이 일어난다. 그런데 일단 유권자 재편성이 일어나면 일정 기간 유지되면서 새로운 선거 권력 구조가 형성된다. 최근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상승하는 재편성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야당 성향의 20~40대와, 여당 성향의 50~60대 이상 연령층 간의 세대 축이 어느 정도 강하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둘째, 박근혜 전 대표와 안철수 교수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선거운동 지원에 나섰고, 안철수 교수는 간접적으로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 서울신문과 엠브레인이 지난 10월1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전 대표가 나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이후 지지 후보를 바꾸었다는 응답자는 2.5%에 그쳤다. 이에 비해 안철수 교수가 박후보 지원에 나서면 지지 후보를 바꾸겠다는 응답자는 6.6%였다. 박심(朴心)보다는 안풍(安風)이 다소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이 과연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투영될지 주목된다.

 

셋째,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폭발성이 강한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이 패배할 경우 정통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한 보수 신당이 등장할 개연성이 크다. 다시 말해 보수층의 분화가 빠르게 전개될 것이다. 한편, 민주당은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지 모른다. 만약 박원순 후보가 승리하면, ‘더 큰 민주당’ 플랜이 힘을 발휘할 것이다. 문재인 이사장과 친노 일부 세력이 중심이 된 ‘혁신과 통합’ 모임은 야권 대통합에서 민주당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박후보가 정계 개편의 키를 쥐게 되면 새로운 야권 통합 정당에 민주당이 흡수되면서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 한편, 박원순 후보가 패배할 경우에도 민주당의 미래는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다. 향후 정국 주도권을 상실하면서 당 밖의 혁신 세력 눈치만 보는 신세가 될지 모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은 선거를 통해서만 창출되고, 선거는 민심의 흐름을 반영하는 기제이다.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시대정신의 요구에 부응하는 세력에게는 미래가 있고, 그렇지 못한 세력에게는 미래가 없다. 승리하는 세력은 원칙 있는 승리를, 패배하는 세력은 의미 있는 패배를 할 수 있어야 선거를 통한 참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1979년 10월26일은 유신 독재의 막을 내리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날이었다. 그렇다면 2011년 10월26일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대한민국 정당 정치의 역사를 바꿀지 자못 궁금하다. 10·26의 두 얼굴이 대한민국의 생생한 역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