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시사저널

미·중 ‘총성 없는 환율·무역 전쟁’

미국 상원, 보복 관세법 가결시키면서 ‘선전 포고’…중국이 위안화 절상 계속 거부할지 주목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ㅣ 승인 2011.10.25(화) 03:04:54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link

   
▲ 중국 안후이 성에 있는 한 은행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세고 있다.
ⓒEPA연합
지구촌의 슈퍼 파워 미국과 중국이 다시 한번 환율을 둘러싸고 기 싸움에 돌입했다. 엄청난 무역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이 중국의 인위적인 위안화 정책 때문이라며 보복 관세 부과법을 상원에서 통과시켜 일종의 선전 포고를 했다. 실제 환율 전쟁, 나아가 무역 전쟁이 터질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정치 시즌을 맞아 경제 전쟁에 시동을 건 것이어서 미·중 양국은 물론 한국 등 주변국, 나아가 지구촌 무역과 경제에 상당한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 절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상당수 중국 제품에 대해 최대 27.5%의 보복 관세를 매길 수 있는 강도 높은 환율감시개혁법(위안화 환율제재보복법)을 연방 상원에서 통과시켰다. 지난 10월11일 연방 상원의 표결에서는 찬성 63, 반대 35, 무투표 2라는 압도적·초당적인 지지표가 쏟아졌다. 민주당 상원의원 47명과 공화당 상원의원 1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눈덩이’ 대중 무역 적자에 분노

2011년 환율감독개혁법은 민주당의 찰스 슈머 상원의원이 주도했다. 특정 국가가 환율을 조작해 부당하게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보조금 지급 행위로 간주해 해당 국가의 제품에 보복 상계 관세를 27.5%까지 일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제재 법안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위안화 환율 조작과 연계시켜 무역 보복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해 상당한 파장을 낳게 된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산 제품에 개별적으로 무역제재를 해왔지만, 이번 법안이 시행될 경우 사상 처음으로 모든 중국산 수출품에 대해 보복 상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상원법은 미 재무부가 중국의 위안화 조작 폭을 판정하고 미 상무부가 그를 토대로 구체적인 중국 상품에 대해 보복 관세율을 확정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상원의 보복 관세법 통과는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환율 조작에 대해 상징적이나마 선전 포고를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은 조야를 막론하고 중국과의 교역에서 무역 적자가 눈덩이같이 불어나고 있는 데 대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미국은 2010년 한 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2천7백31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의 무역 적자 기록을 해마다 새로 쓰고 있다. 미국은 지난 한 해 전체 무역 적자가 4천9백78억 달러였는데, 이 중 절반을 넘는 55%는 대중국 적자였다. 미국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100억 달러 안팎의 적자를 보고 있는데, 중국과의 적자가 얼마나 큰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미국은 특히 엄청난 대중 무역 적자의 상당 부분은 중국의 환율 조작 때문으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정부 당국이 개입해 위안화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현재 40%까지 평가 절하되어 있으며 그 덕분에 중국산 제품들이 싼값으로 더 많이 수출되는 불공정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정책 연구소는, 이 때문에 지난 10년간 2백8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중국 정부가 현재 매달 0.5%씩 연 6%의 위안화 가치를 절상시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불충분하다고 지적하고, 시장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는 변동환율제로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 하원은 부정적…실제 전쟁 비화 없을 듯

   
▲ 지난 8월18일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가운데)이 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을 방문했다.
ⓒEPA연합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 하원은 상원과 같은 법안을 표결에 부치지 않겠다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상원법안은 미·중 간 무역 전쟁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코스를 가고 있는 것이다”라며 표결에 부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지도부는 상원에서 승인한 법안일지라도 하원 본회의 표결에 부치지 않고 자동 폐기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공화당 하원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되 전면전은 피하겠다는 전략이고 이를 위해 연방 상·하원과 행정부가 역할 분담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즉, 민주당이 지배하고 있는 상원이 압도적·초당적으로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 규정과 보복 관세 부과법을 통과시켜 중국을 압박하되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이 행동을 유보함으로써 미·중 간 전면전은 피한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상원이 통과시키고 공화당 하원이 제동을 거는 역할 분담은 오바마 행정부가 가장 원하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이 환율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는다면 미국 의회의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위협을 동원해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하원이 상원법을 다루지 않음으로써 실제 법제화하지는 않아 격렬한 환율 싸움, 나아가 무역 전쟁만큼은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이같은 압박이 과연 효과를 거둘 수 있는가를 놓고 미국 내에서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압박 찬성론자들은 이번 환율 감독 개혁법의 상원 통과로 중국이 위안화 절상 속도를 다소 빨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2005~08년 사이에 위안화 가치를 21% 절상시켰고, 2010년 이후 또다시 7%를 올려 그동안 28%를 절상한 것으로 미국은 파악하고 있다.

척 슈머 상원의원 등 지지론자들은 이번 조치로 중국이 다소 압력을 받고 위안화 절상 속도를 좀 더 빠르게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미·중 간 무역 적자 폭을 다소 좁혀 미국 내에서도 2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 상공회의소 등 반대론자들은 미국이 실제로 중국산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도 즉각 미국 기업들에 대한 보복 조치에 나서 결국 미국이 더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중국에 대해 1조 달러가 넘는 부채를 지고 있고 수많은 업체가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즉시 중국은 자국에서 사업하고 있는 미국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맞보복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은 자기네가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내다 파는 등 경제 협력을 냉각시킬 수 있으며, 북핵 문제 등 안보 협력도 중지시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의 맞보복으로 미국 내 일자리는 창출이 예상되는 것보다 세 배나 더 많이 없어질 것이라는 경고장도 나와 있다. 즉, 2백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보다는 6백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위험이 더 높다는 경고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실세 보복 관세 부과와 중국의 맞보복으로 무역 전쟁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제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미·중 양국은 물론 지구촌 경제 전반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위안화 가치 상승을 인위적으로 강요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3조2천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실력 행사도 할 수 있다며 강경하게 맞대응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만약 중국이 끝까지 위안화 절상을 거부하고 이에 따라 미국-유럽이 보복 조치에 들어갈 경우 세계 경제는 급속히 보호주의 기류가 확산되면서 심각한 혼란 상태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인다면 경제 위기 극복, 북한 핵문제 등 외교·안보 협력까지 중지되면서 신냉전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체댓글0

0 /150
  • 최신글
  • 공감 순
  • 비공감 순
더보기

TOP STORIES

사회 2018.02.21 수
[현지취재] ‘세월호’는 왜 그렇게 빨리 침몰했을까
사회 > ISSUE 2018.02.21 수
네티즌 한명, “김정은 빨기 혈안” 똑같은 댓글 3일간 46건 달아
지역 > 영남 2018.02.21 수
두 달 만에 또 ‘성희롱’ 사건 불거진 주택금융공사
경제 2018.02.21 수
2018년 ‘재테크’의 핵심은  코스닥·IRP·재건축
정치 2018.02.21 수
[지방선거-강원] ‘평창’ 바람타고 최문순 독주체제, 경쟁자가 없다
정치 2018.02.21 수
[지방선거-제주] 원희룡, ‘무소속’으로  재선 성공할까
경제 2018.02.21 수
[뉴스브리핑] GM 사태, 文 ‘특단대책’ 주문 후 정부 기류 변화
사회 2018.02.21 수
‘살인적 업무량’에 다 타서 재만 남은 간호사들
국제 > 한반도 > LIFE > Sports 2018.02.20 화
이방카가 한국에 들고 올 ‘트럼프의 메시지’는
경제 2018.02.20 화
진대제 “기술은 시속 100㎞로  발전하는데, 정책은 10㎞”
정치 2018.02.20 화
[지방선거-세종] 행정도시 세종시 ‘官心 어디로…’
국제 > 한반도 > ISSUE 2018.02.20 화
이란 여객기 추락, 북한에겐 남의 일 같지 않다
사회 2018.02.20 화
[현지취재] ‘세월호 기울기 원인’ 네덜란드서 찾는다
국제 2018.02.20 화
[뉴스브리핑] ‘총기난사 세대’ 분노한 美 10대들 ‘#MeNext’ 운동
정치 2018.02.20 화
[지방선거-대전] 이상민(민주) 4선 의원 vs 박성효(한국) 전 시장
정치 2018.02.20 화
[지방선거-충남] “정당보다  인물 보고  뽑을 거유~”
사회 > LIFE > Sports 2018.02.19 월
'흥행실패' 걱정하던 평창올림픽, '설 특수' 누렸다
사회 > ISSUE 2018.02.19 월
‘현대카드 성폭행’ 고백했다 무고로 피소된 여성, 불기소처분
정치 2018.02.19 월
[지방선거-충북] ‘여당의 무덤’이었던 충북, 분위기 바뀌나
경제 2018.02.19 월
부영그룹 과거 검찰수사 무마  의혹도 밝혀질까
리스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