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생수 사업에 ‘올인’하는 까닭은?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10.25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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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호 농심 회장, ‘백두산 광천수’에 2백여 억원 투자

ⓒ뉴스뱅크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자체 생수 사업에 나섰다. 신회장은 올 3월 백두산 광천수를 생산·판매하는 상선워터스에 2백9억원을 투자했다. 지분 55%를 획득하면서 계열사에도 편입시켰다. 기존 생수 사업 파트너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제주개발공사)와는 삐걱거리고 있다. 삼다수와 유사한 디자인의 제품을 중국에서 출시하면서 강한 반발을 사고있다. 최근 항의공문도 받았다. 공사측으로부터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농심은 지난 1997년 제주개발공사와 삼다수 판매 대행 협약을 맺었다. 삼다수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제품이 없어 팔지 못할 정도였다. 지난해 기준으로 삼다수는 국내 생수 시장의 50%를 넘어섰다. 농심 역시 삼다수 독점 유통에 따른 혜택을 보았다. 전체 수익의 10% 이상을 삼다수 매출이 차지했다. ‘윈윈 전략’이었다. 이런 두 회사가 최근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면서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존 파트너 제주공사와 법적 다툼 가능성

농심이 13년 파트너와의 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백두산 생수 사업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농심 안팎에서는 우근민 제주도지사와의 관계가 악화된 것을 우선적으로 꼽는다. 우지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농심의 독점 유통권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았다. 삼다수 판매로 해마다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두면서 지역 발전에는 소홀하다는 것이었다. 

제주도나 제주개발공사측은 “특정 업체에 이익을 몰아준 것에 대해 지역 여론이 좋지 않았다. 제주도에 기여를 많이 하는 업체에게 우선권을 주겠다는 이야기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농심과 제주개발공사가 결별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겠느냐”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농심과 제주개발공사는 오는 12월 전국 위탁 판매 계약이 종료된다. 오는 11월 판매 시스템 개선과 관련된 외부 용역 조사 결과가 판단의 척도이다. 농심과의 재계약 여부도 그때 결정이 나는데,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농심이 최근 중국 지린 성에 있는 생수회사에 투자를 늘리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심은 지난 2008년 초 군인공제회 등과 함께 상선워터스의 유상 증자에 42억원(10%)를 출자했다. 지난 2008년 말 농심이 1백5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면서 2대 주주에 올랐다. 올 3월 또다시 2백9억원을 투자하면서 55%의 지분을 확보했다. 비슷한 시기 군인공제회와 신한금융투자는 추가로 증자를 하지 않았다. 상선워터스 역시 새롭게 농심의 계열사에 편입되었다.

문제는 백두산 물 사업의 전망 자체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상선워터스는 지난 2006년 설립 때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이 ‘0’원이다. 생수 공장의 설립이 지연되면서 누적 적자는 갈수록 커져갔다. 이 회사의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순손실 규모는 지난 2008년 19억8천만원에서 2009년 30억8천만원, 2010년 41억2천만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부채 역시 37억3천만원에서 89억5천만원, 98억1천만원으로 확대되었다.

외부 회계법인은 “재무 건전성이 불안하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진회계법인은 2010년 감사 보고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시설 도입 비용이 증가했고, 공장 건설이 지연되었다. 기업의 존속 능력에 중대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농심의 재무 구조에도 여파가 미쳤다. 지난 1분기 농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29% 감소한 3백78억6천만원을 기록했다. 상선워터스의 손실을 떠안은 후유증이며, 향후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때문에 중국의 생수 사업 확대를 두고 일각에서는 “농심이 무리하게 투자를 강행한 것이 아니냐”라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농심측은 “과도기적인 문제였다”라고 잘라 말한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공장 건립이 지연되면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9월부터 생수 생산에 돌입한 만큼 수익성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국에서 잘나가는 업체들은 현재 면류와 생수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신라면이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생수 사업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경우 암반수가 거의 없기 때문에 백두산 광천수는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 선점인가, 무모한 투자인가

▲ 지난 6월9일 제주도청에서 오재윤 제주개발공사 사장이 삼다수 판매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뉴시스

하지만 우려 또한 여전하다. 상선워터스의 3대 주주인 군인공제회에서조차 “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최소 3~4년은 걸릴 것이다”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농심이 대대적인 투자를 한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신라면 유통망을 통해 경쟁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기간 동안 회사의 부담 또한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생수 생산 이후 상선워터스에 100억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하지만 투자한 만큼 광고 효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3대 주주인 군인공제회가 지난 2009년까지 거액의 충당금을 쌓았다는 점도 의문이다. 공제회측은 “자산 건전성 분류 기준에 따라 모든 사업에 충당금을 쌓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금감원의 자산 건전성 분류 기준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 의문·추정 손실’ 등 5단계이다. 공제회의 충당금 이유는 ‘채권 회수에 상당한 위험이 발생한 거래처 자산’을 말하는 ‘고정’이었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군인공제회 내부 문건에서도 어려움을 엿볼 수 있었다. ‘백두산 천연광천수 개발 사업 제안서 검토’라는 제목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은 2010년에는 매출 2백32억9천2백만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10년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았다. 하지만 2011년까지도 여전히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군인공제회가 사실상 이 사업에서 손을 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군인공제회측은 “백두산 광천수 사업이 실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그동안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공장 준공과 생수 생산이 지난해 말부터 시작되면서 충당금 적립도 중단했다”라고 말했다. 농심측도 “사업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사업에는 리스크가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고 있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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