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시대의 아이콘’ ‘안철수 천하’ 여는가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10.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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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로 압도적 1위…김연아·스티브 잡스·박근혜가 뒤이어

우리 시대를 상징(아이콘)하는 인물은 누구일까. 올해 조사에서 이 항목을 신설해 30개 분야의 전문가 1천5백명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10위권에는 남성 여덟 명, 여성 두 명(김연아·박근혜), 전·현직 대통령 각각 한 명(노무현·이명박), 외국인 두 명(스티브 잡스·빌 게이츠)이 포함되었다. 고인이 된 인물 중에서도 세 명(스티브 잡스·노무현·김수환)이 나왔다.

10위권에 남성 8명, 여성 2명, 외국인 2명

1위를 기록한 인물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다. 설문 대상자 중 43.1%가 안원장을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로 꼽았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2위인 김연아 선수와는 30.7%의 차이가 난다. 가히 ‘안철수 천하’라고 할 만하다. 그동안 안원장에 대해 붙은 수식어는 의사, 프로그래머, 벤처사업가, 대학 교수였다. ‘성공한 사업가’로서 젊은이의 우상이자 멘토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차기 대선의 유력 주자 중 한 명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8월 서울시장 재·보선 출마설이 나온 이후 급변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지지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안철수 바람은 지금도 거세게 불고 있다. 어디까지 불어닥칠지 예측 불허이다. 안원장은 이제 ‘정신적 멘토’에서 시대가 갈망하는 ‘지도자’가 된 것이다. 그가 이 시대의 변화를 어떻게 주도할지 주목되고 있다.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의사, 프로그래머, 벤처사업가, 대학 교수 등의 수식어를 갖고 있는 젊은이의 우상이자 멘토이다. ⓒ시사저널 윤성호
▲ 피겨스케이팅 선수. 피겨스케이팅 분야의 세계 최고 기록 보유자이며, 국제 스포츠계의 거목으로 우뚝 섰다. ⓒEPA연합

김연아 선수가 2위(12.4%)이다. 김선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두 계단이나 앞질렀다. 박 전 대표가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지도자상을 가지고 있다면, 김연아는 성공의 상징이자 닮고 싶은 여성이다. 그는 피겨스케이팅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 최초로 피겨스케이팅 부문 금메달을 땄고, 그가 참가한 모든 국제 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세계신기록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다재다능한 재능과 여성스러움까지 겸비했다. 여성이라면 한 번쯤 ‘김연아’를 꿈꾼다. 김연아는 또 자신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홍보대사 임무는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김연아는 홍보대사와 통역을 맡아 세계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그리고 대회를 유치하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김연아는 이제 누가 무어라고 해도 국제 스포츠계의 거목으로 우뚝 성장했다. 

스티브 잡스는 죽었어도 살아 있었다. 생존해 있는 쟁쟁한 인물들을 물리치고 3위(8.0%)에 올랐다. 애플의 창립자인 잡스는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래서 그에게는 ‘혁신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실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며 도전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든 ‘불굴의 인물’이었다. 그러면서 창조적으로 세상을 변화시켰다.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인 PC를 개발했고, 태블릿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잡스의 ‘천재적인 창의성’을 대변하고 있다. 잡스가 지난 10월5일 56세의 나이로 사망하면서 그의 신화는 이제 역사가 되었다. 하지만 ‘잡스’는 전세계인에게 ‘혁신과 창조의 아이콘’으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 

차기 대선의 유력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4위(7.9%)에 올랐다. 박 전 대표는 오랫동안 ‘여성 대선 주자’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박 전 대표에게 아버지인 고 박정희 대통령과 어머니 육영수 여사는 든든한 후광이다. 반면 ‘독재자의 딸’이라는 아킬레스건도 가지고 있었다.

박 전 대표는 부모의 후광에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했다. 조용하면서도 솔직한 이미지는 그의 최대 장점이다. 여기에 여성 특유의 카리스마까지 겸비했다.

박원순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국내 시민운동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시민운동의 대부’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1995년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를 결성해서 사무처장을 맡았고, 2002년 사회적 기업인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를 세웠다. 2006년 3월에 희망제작소를 설립해 최근까지 상임이사로 재직하면서 지역 사회 운동, 청년 벤처 운동, 소기업 지원 운동 등을 벌였다.

그는 나눔과 기부 운동을 벌이면서 ‘사회 공헌’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 한때 ‘인권 변호사’라고 불렸으나 오랫동안 시민운동에 전력하면서 ‘시민운동가’라는 수식어가 고착되었다. 박 전 상임이사는 지난 9월 안철수 원장과 단일화를 이루어내고 서울시장 재·보선에 공식 출마하면서 현실 정치에 입문했다. 성공한 시민운동가에서 ‘성공한 행정가’로의 변신에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한국 축구의 아이콘인 박지성 선수가 6위(6.8%)이다. 박선수는 드라마 같은 축구 인생의 주인공이다. 그는 선천적인 축구 재능도 없고, 운동선수로서도 왜소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국내 프로축구에서조차 외면당해 프로 데뷔를 일본의 하위권 구단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어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 입단하며 유럽 축구 무대에 진출했다. 그러나 유럽 무대에 적응할 기술과 체격이 부족해 한때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특유의 빠른 적응력과 부단한 노력을 통해 적응했고, 세계 최고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스카우트되었다. 박지성이 한국 축구의 상징이 된 것은 그가 최고 구단에 있어서가 아니다. 주류 축구 사회에서 외면당한 아웃사이더였으나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인생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는 것에 사람들은 매력을 느낀다.


10위 밖에 이건희·박경철·문재인 등 ‘눈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명박 현 대통령보다 0.2% 앞서며 7위(6.5%)에 랭크되었다. 노 전 대통령은 불꽃 같은 치열한 삶을 살았다. 지독한 가난과 학벌의 높은 벽을 넘어 대통령 자리에 올랐고 ‘비주류 신화’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노무현 정신’이다. 노 전 대통령은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면서 불멸의 삶을 살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8위(3.4%)이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있다는 상징성이 크게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9위(3.2%)에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 올랐다. 김 전 추기경은 종교인으로서는 유일하게 10위권에 올랐다. 김 전 추기경은 종교를 초월한 대한민국 국민의 정신적인 지주이다. 추기경 재임 시 교회 안의 신앙이 아니라 ‘사회 속 신앙’을 강조했고, 이를 몸소 실천했다. 스스로 교회의 높은 담을 헐고, 사회 속에 교회를 심었다. 가난하면서도 봉사하는 교회, 한국의 역사 현실에 동참하는 교회상(像)을 제시했다.

군부 독재 시대에는 독재 정권에 저항하며 민주주의 발전에 헌신했다. 교회가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신앙을 실천한 인물이었다. 스스로를 ‘바보’라고 부르며 한평생 헌신적인 사랑을 나누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의장이 공동 10위(3.1%)이다.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에 오른 반기문 총장은 국제 사회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다. 지난 6월에 5년 임기의 유엔 사무총장에 연임되었다.

미국의 기업가 빌 게이츠는 폴 앨런과 함께 최초의 소형 컴퓨터용 프로그램 언어인 베이직(BASIC)을 개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사를 설립했다. 1995년 8월 ‘윈도 95’를 출시함으로써 퍼스널 컴퓨터(PC) 운영체제에 획기적 전환을 가져왔다. 전세계의 컴퓨터 시장을 주도하면서 자신도 엄청난 부를 창출했다.

이 밖에도 10위권 밖에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시골의사’ 박경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고 법정 스님, 방송인 김제동씨, 걸그룹 소녀시대,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조국 서울대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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