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울린 아름다운 선율 세상 깊숙이 파고들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10.2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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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김대진 교수, 제자 손열음·조성진과 나란히 1~3위

▲ 49세. 줄리어드스쿨 음악학교 석·박사. 예원 콩쿠르 1위, 클리브랜드 국제 콩쿠르 1위. 한예종 교수.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시사저널 윤성호

음악 분야 차세대 리더 그룹에서 가장 높은 지목률을 보인 음악인은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김대진 한예종 교수(49)이다. 2008년 2위, 2009년 3위, 2010년 5위를 기록했던 김교수는 올해 20%의 지목률을 보이며 1위로 뛰어올랐다. 이어 조수미(48·성악가), 손열음(25·피아니스트), 장한나(29·첼리스트), 장영주(31·바이올리니스트), 백혜선(46·피아니스트), 연광철(45·성악가), 김선욱(23·피아니스트), 양성원(43·첼리스트) 순이었다. 

김대진 교수의 부상은 그가 한예종에서 갈고 다듬은 원석이 올해 유난히도 빛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그의 제자인 손열음과 조성진이 나란히 2, 3위에 올랐다. 피아노 강국이자 주최국인 러시아가 소수로 몰린 희한한 결선 무대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손열음·김선욱·조성진 등 콩쿠르를 휩쓰는 국내파 연주자의 시대가 열렸고, 그 뒤에 김대진이라는 음악 스승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이번 순위에서도 김대진 사단의 손열음과 김선욱이 나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3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김선욱은 올해 지목율 6%로 공동 6위에 그쳤다. 이는 그가 올 한 해 국내 활동 중지를 선언하고 유학 중인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무대에 전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클래식 공연계에서 여전히 최고의 흥행 카드로 분류되고 있는 김선욱은 내년 초부터 교향악단과의 협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 등 강력한 국내 투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어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2위 조수미(14%)와 장한나(12%), 장영주(8%)는 이름을 얻은 곳도 해외이고 무대 활동 비중도 해외가 더 높다. 조수미는 최근 앨범 <리베라>를 발표해 클래식 음반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위였던 장한나는 최근 2년간은 ‘앱솔루트 클래식’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첼리스트가 아닌 지휘자로서 국내 팬을 만나왔다. 오는 12월 장한나는 2년 만에 솔로 리사이틀을 열고 첼리스트로서의 기량을 국내 팬들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백혜선은 연주 활동을 위해 서울대 교수를 사임하고 2005년 뉴욕으로 근거지를 옮긴 경우이다. 백씨는 올해 클리블랜드 콩쿠르 심사위원에 위촉되고 국내 콘서트도 자주 여는 등 연주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교수로 부임하며 국내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베이스 가수 연광철은 올 초에는 뉴욕의 메트 오페라에 출연했고, 오는 12월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에 올려지는 <돈조반니>에 출연할 예정으로 1급 무대에만 골라서는 월드베스트 클래스이다.




국내 활약 돋보인 양성원 교수도 두각

양성원 연세대 교수의 활약도 대단하다. 국내 실내악 무대에서 그의 솔로나 협연이 들어간 프로그램과 들어가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나누어도 될 정도로 지난 몇 년간 그는 라이브 무대와 앨범을 통해 관객과 자주 만났다. 오는 11월 초에 그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그동안 간간히 호흡을 맞춰왔던 프랑스 연주자 올리비에 샤틀리에, 엠마누엘 슈트로세와 함께 ‘트리오 오원’이라는 팀을 결성해 LG아트센터에서 정식 데뷔 무대를 갖는다. 

국내 무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대진 교수와 양성원 교수의 활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국내 시장의 크기나 두께를 함께 키워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개인 연주와 교수 활동을 병행하기도 어려운 일인데 이들이 소극장과 대극장, 지방 공회당을 가리지 않고 무대에 서면서 한국의 음악 시장 자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 I N T E R V I E W 1위 김대진 교수
“기교를 앞세우는 연주자에게 감동받는 시대는 지났다” 

김대진 한예종 교수는 알려진 직함만 다섯 개 이상이다. 교수이자, 피아니스트로서 솔로 연주 투어, 금호챔버뮤직소사이어티 총감독, 수원시향 상임지휘자, 예당 토요 콘서트 진행자 그리고 개인음반 채널인 칸투스 레이블의 설
립자. 이 가운데 그가 이름만 걸어놓은 것은 하나도 없다. 결과도 좋다. 특히 교육자로서 그는 최고의 성과를 냈다. 손열음·김선욱·조성진 등 그가 키워낸 국내파 피아니스트가 해외 유명 콩쿠르에서 1위 시대를 석권하면서 국내파 시대를 열었다. 그가 키운 이 젊은 피아니스트 3인방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선욱이는 깊은 맛이 있고, 성진이는 화려하다. 열음이는 즉흥성이 강하다. 열음이가 무대에 올라가 순간적으로 표현하는 즉흥성은 열음이 자신도 반복하지 못한다.”

그는 자신만의 교습법에 대해 “곡이나 음악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급해지는 습성이 있는 아이는 특정 곡에서 규정된 리듬을 따르게 하기 위해 주입식 교육으로 고칠 수 있지만 다른 곡으로 가면
역시 다시 급해진다. 결국은 아이 자체를 가르쳐야지, 특정 곡의 테크닉을 주입시킨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꼬마 때 내게 온 친구가 사춘기도 겪고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도 지켜본다. 아이들의 변화 과정을 함께하면서 그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가르치려고 한다. 테크닉은 인터넷에서 수많은 동영상으로 혼자 배울 수도 있다. 곡 자체의 테크니컬한 지도는 의미가 없다. 근본적인 태도와 선천적인 재능에 대한 발굴과 교육, 어렸을 때부터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콩쿠르 만능론’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결국 성공한 음악인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독창성을 갖추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의 신동이 스무 살을 넘기면서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일은 음악계에서 비일비재하고 요즘은 TV쇼에서 기능만 익힌 유치원생이 차고 넘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그는 “콩쿠르에 나가서 1등 하는 것이 반갑기도 하지만 불안하고 우려되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까 사고방식이나 연주 스타일이 너무 비슷해지고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독창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역시 해외 유명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많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요즘은 현란한 테크닉이나 화려함이랄까, 기교를 앞세우는 아이에게 감명받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 음악적인 고민은 연주에서 숨기기 힘들다. 그런 흔적이 더 평가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깜짝 놀랄 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연주자들이 한국에서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들이 뛸 무대를 국내에서 마련해주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선욱도 큰 시장을 따라서 유럽으로 본거지를 옮겼고, 손열음도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 음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나 시장의 크기가 작다 보니 연주자로서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면 불이익을 당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음악 여건을 발전시켜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나라는 훌륭한 연주자가 많음에도 좋은 오케스트라도 나오지 못하는 기형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그런면에서 서울시향의 활동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우리 오케스트라도 이제 세계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했다. 우리도 세계적인 콩쿠르를 만들어 세계의 연주자들이 찾아오게 하고 음악가들이 활동할 무대를 키워주기를 바란다. 나 혼자 힘으로 이것을 해결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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