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호령하는‘트위터 대통령’은 누구인가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1.11.0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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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지난 서울시장 보선에서도 큰 위력을 발휘하자 정치권이 ‘SNS 민심’ 잡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인물들이 바로 대표적인 SNS 통로인 트위터계를 움직이는 대표 스타들이다. 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시사저널>이 ‘클라우트’를 이용해 국내 트위터 이용자 중에서 영향력이 가장 강한 100인을 뽑아보았다.

▲ (왼쪽부터) 1위 이외수 , 2위 강풀 , 3위 조 국 , 4위 박원순, 5위 허재현

서울시장 선거가 끝났다. 정치권은 이번 선거의 승패 원인을 분석하느라 부산하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가 바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SNS 대응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인물들이 ‘파워트윗플’이라고 불리는 트위터계의 스타들이다. 파워트윗플인 소설가 이외수씨, 조국 서울대 교수 등은 ‘무소속 서울시장’을 탄생시킨 일등 공신이었다. 이들은 선거전에서 이슈파이터로 활동하며 SNS에서 수많은 사람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시사저널>은 ‘클라우트(www.klout.com)’를 이용해 국내 트위터 이용자의 영향력을 재구성해보았다. ‘클라우트’는 50개 이상의 항목 데이터를 트위터 API에서 얻어내 종합적으로 계산한 뒤, 트위터상에서 트윗플의 영향이 미치는 범위의 크기를 0~100 사이의 숫자로 제공한다(16쪽 상자 기사 참조). 대상은 ‘코리안트위터’ ‘twtkr’ 등 국내 업체에서 제공하는 영향력 순위 상위 1백50인 중 연예인을 제외한(소셜테이너로 분류되는 연예인은 포함) 인물들이다. 소셜 분석 업체에서도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조사할 때 연예인을 제외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거대한 팬덤 때문에 조사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은 이들을 클라우트를 통해 점수화해 상위 100명을 추려 재구성했다. 일종의 ‘SNS 영향력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1위 이외수씨, 16만여 명에게 직접 영향 미쳐

소셜 네트워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클라우트’를 통해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주요 인사들의 영향력 지수를 비교해보니 1위는 소설가 이외수씨였다. 82.95점을 기록한 이씨는 대상 후보군 중 유일하게 80점대를 기록했다. 만화가 강풀씨가 78.92점으로 2위를, 조국 서울대 교수가 78.40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영향력이 가장 월등한 것으로 나타난 이외수씨의 팔로워 수는 11월3일 현재 100만명을 넘겼다. 이씨의 트위터는 마치 사랑방 같은 분위기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담론을 엿볼 수 있다. ‘트친(트위터 친구)’들의 출석 체크가 이루어지고 때로는 트친의 행사를 홍보해주는 마당이 되기도 한다. 미국에 입양된 뒤 한국의 친가족을 찾는다는 한 트친이 이씨에게 도움을 청한 메시지는 무려 7백89번이나 리트윗되면서 트위터 세상에 널리 퍼졌다.

클라우트의 분석에 따르면, 이씨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트위터 사용자는 무려 16만1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향력 범위에서도 압도적인 1위였다. 클라우트는 소셜 네트워크 사용자의 유형을 16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씨는 ‘사고의 리더(thought leader)’로 분류되었다. 사고의 리더는, 뉴스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며 팔로워들은 그를 의지하는 유형이다. 일종의 오피니언 리더인 셈이다. 

2위인 만화가 강풀씨와 3위인 조국 교수는 모두 ‘인기를 끄는 사람(Tastemaker)’으로 분류되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과 팔로워들이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 부류로 이들은 자신들의 네트워크에서 존중을 받는다. 강씨와 조교수의 팔로워는 각각 24만9천11명과 16만4천8백97명인데 강씨는 10만4천6백59명에게, 조교수는 12만1천3백50명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팔로워 수에서는 강씨가, 영향력 면에서는 조교수가 앞섰다.

4위부터 16위까지는 모두 ‘사고의 리더’형으로 분류되었다. 다양한 범위에서 의견을 개진하지만 동시에 듣기도 잘하는 유형인데 정치인과 유명 CEO 등이 주로 포함되는 범주이다. 정치인 중에서는 ‘초보’인 박원순 서울시장(4위·76.22점)과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7위·75.69점), 나경원 전 의원(14위·71.73점)이 여기에 포함되었다.

소신 발언 자주 하는 유명인들 상위권 포진

사회적 소신 발언을 하는 유명 인사들도 상위권에 포진되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6위·75.78점), 시사평론가 김용민씨(8위·75.66점), 소셜테이너로 분류되는 방송인 김제동씨(10위·74.89점), 소설가 공지영씨(11위·74.44점),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16위·71.56점) 등이 자리했다. 허재현 한겨레 기자(5위·75.87점)와 같은 언론인과 혜민 스님(13위·73.39점) 같은 종교인도 이 범주에 속했다.

배우 김여진씨(17위·70.80점), 최재천 전 민주당 의원(18위·70.78점), 블로거 기자 활동으로 유명한 미디어 몽구(19위·70.64점), 고 함석헌 선생의 씨알 사상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씨알재단의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20위·70.49점) 등은 ‘권위자(Pundit)’로 분류되었다. 권위자는 뉴스를 주로 생산하는 사람인데 그들의 뉴스는 팔로워들의 주목을 받고 높은 신뢰를 얻는다고 클라우트는 설명했다.

20위권에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문성근 ‘혁신과 통합’ 상임 공동대표,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 등이 모두 70점 이상의 높은 영향력 점수를 받으며 자리 잡았다. 김태호 MBC PD(27위·69.67점)와 혜광 스님(29위·69.15점)도 20위권에 들었다. 30위권으로 눈을 돌리면 가장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희망버스의 주인공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31위·67.95점)이다. 3백일 넘게 크레인 위에서 고공 농성 중인 김지도위원의 트위터는 연대의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유일한 소통 채널로 메시지가 활발하게 오고 가는 중이다.

이번 조사에서 영향력 점수 순위 100위권 이내에 든 정치인은 모두 17명이었다. 이름을 훑어보면 야권의 우세가 두드러진다. 17명 중 야권으로 분류되는 정치인은 모두 14명이었다. 박원순 시장, 정봉주 전 의원, 최재천 전 의원이 정치인 중에서는 1~3위를 차지했다. 문성근 대표, 이정희 대표, 정청래 전 의원,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36위·66.64점), 김진애 민주당 의원(51위·64.47점), 한명숙 전 총리(54위·63.33점)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은 세 명에 불과했다. 나경원 전 의원을 제외하고 트위터 활동력이 가장 왕성한 인물은 홍정욱 의원(44위·65.25점)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는 62.99점을 얻어 61위에 위치했다. 팔로워 등 양적인 집계에서는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는 박 전 대표의 순위가, 클라우트 점수에서 처진 것은 영향력 범위가 매우 좁기 때문이다. 팔로워는 12만9천여 명에 달하지만 영향력을 직접 받는 사람의 수는 6천2백26명에 불과했다. 홍의원이나 박 전 대표는 모두 ‘방송인’ 유형으로 분류되었다. 많은 트윗보다는 필요한 말만 하는 편이지만 팔로워들이 주목해서 듣는 유형이다.

점수가 아닌 ‘영향을 직접적으로 주는 범위’를 기준으로 보면 순위 변동이 생긴다. a이름이 알려진 공인들 중 일부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상위권에서는 큰 변동이 없지만 중위권으로 내려갈수록 야권 정치인들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36위에서 26위로 상승하고 천정배 전 의원도 72위에서 46위로 상승했다.

100명을 유형별로 분류했을 때 가장 많은 유형은 ‘방송인’으로 42%였다. 방송인은 영향력 점수 60점대에서 주로 많이 보이며, 20위 아래로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다음은 ‘사고의 리더’가 31%를 차지했다. 이 유형은 주로 영향력 최상위권에 포진한다. 권위자가 21%였으며 특정 정보만을 지속적으로 트윗하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는 3%, ‘인기를 끄는 사람들’은 2%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인 트윗을 만들어내는 ‘명사(Celebrity)’는 1%였다. ‘네트워커(networker)’나 ‘소셜라이저(socializer)’ 등 나머지 10가지 유형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머지 유형들은 트윗을 생산하기보다 읽는 빈도가 많으며 정보를 만들어내기보다는 확산시키는 쪽이다. 능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영향력 점수가 낮은 유형에 속한다. 상위 100명에서는 이런 유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정치인의 평균 영향력 점수는 66.02점으로, 비정치인의 평균 점수인 66.01점과 거의 같았다.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치는 사람 수를 비교했을 때도 정치인은 2만6천9백2명, 비정치인은 2만6천7백4명으로 비슷한 숫자를 보였다.

만화가 강풀씨는 ‘네트워크 임팩트’의 최강자

클라우트에서는 ‘네트워크 임팩트(Network Impact)’ 수치도 제공한다. 이것은 해당 트윗플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수치이다. 네트워크 임팩트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은 62.44점을 얻은 만화가 강풀씨였고 조국 교수(61.30점), 허재현 기자(58.77점)가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박원순 시장은 56.25점을 얻어 9위에 자리하면서 교류의 밀도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네트워크 임팩트에서 한나라당 정치인 3인의 순위는, 점수 순위와 비교해보았을 때 나경원 전 의원(14위→24위), 홍정욱 의원(44위→59위), 박근혜 전 대표(61위→66위) 모두가 하락했다. 가장 상승 폭이 놀라운 사람은 김진숙 지도위원이었다. 점수로는 31위였는데 네트워크 임팩트에서는 21계단이나 오른 10위를 차지했다. 영향력이 강한 트윗플들이 김지도위원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클라우트 영향력 점수 상위 100명이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사람의 평균 숫자는 2만6천7백38명에 달했다. 특히 상위 10명의 영향력 범위는 평균 8만7천2백25명으로 9만명에 육박했다. 이들이 날린 트윗은 9만명의 팔로워들을 거쳐 또 다른 팔로워들에게 확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연결망은 인맥이나 비즈니스에서만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 제도 정치권에서도 제대로 힘을 발휘했다. 이외수씨와 공지영씨는 이번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박원순 멘토단’에 합류해 힘을 보탰다. 파워트윗플 상위 10명은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동성과 휴대성으로 무장한 개인, 파워트윗플의 힘은 이번 선거 결과가 증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클라우트 서비스’는 점수로 자신의 영향력을 뚜렷이 나타내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서비스이다. 클라우트 점수는 공신력에서 가장 인정받는 지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클라우트 평가 알고리즘은 내부 비밀이라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대략 50여 개 항목의 데이터를 트위터 API에서 얻어내 종합적으로 계산한다고 한다.

영향력 평가 과정은 이렇다. 먼저 영향이 미치는 범위의 크기를 ‘실제적인 도달률’을 측정해 얻는다. 실제적인 도달률은 팔로워 수에서 스팸 계정이나 봇(프로그램으로 트윗을 하는 계정), 그리고 정지 계정 등을 제외한 것을 말한다. 다음으로 ‘영향력의 크기’를 측정하는데, 이 영향력은 ‘사람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능력’을 말한다. 여기에서 ‘행동’이란 답변이나, 리트윗, 트윗에 포함된 링크를 클릭하는 것 등이다. 만약 어떤 트위터의 계정에 대한 평균 클릭률이 높다면 해당 트윗플의 클라우트 영향력 지수는 높아지게 된다.

이처럼 실질적인 ‘팔로워’와 ‘행동’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팔로워 수와 클라우트 점수는 비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twtkr’이 제공하는 팔로워 수 순위에서 김연아 선수(40만2천여 명)는 이외수씨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클라우트 영향력 점수는 57.74점에 불과하다. 이번 조사에서 100위 커트라인은 60.21점이었다.

그러면 국내 파워트윗플의 점수를 해외 유명 인사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클라우트 점수는 87.6점이며 70만2천여 명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80.86점,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인 빌 게이츠는 77.24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사라 페일린의 점수는 69.56점이다. 해외 유명 인사들과 비교해보아도 국내 파워트윗플의 영향력은 작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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