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친이계가 안철수 띄웠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11.1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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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세론 견제용이라는 ‘안철수 음모론’ 나와…“친이계는 친박과 절대 함께 갈 수 없어”

▲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통해 정치권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가운데). ⓒ시사저널 임준선
새로운 정당이 뜨긴 뜰 모양이다. 그것이 진보 진영이건, 보수 진영이건, 아니면 중도를 표방하건 간에 말이다. 이것은 어떤 식으로든 정계가 개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통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라는 기존 구도로는 더는 국민들의 민의를 모두 다 수렴하기 어렵다는 게 명확히 드러났다.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월12일 서울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을 묻는 질문에 한나라당이 36.8%, 민주당이 21.2%를 각각 차지했다. 반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이른바 ‘무당파’가 33.2%로 나타났다. 특히 20~40대층에서는 무당파 비율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앞지르고 1위로 나타났다.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기존 정치권을 불신하는 이런 무당파의 비율은 오히려 더 늘어났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당’ 출현의 진원지는 크게 네 군데로 나뉘어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측과 ‘혁신과 통합’(이하 혁통),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측 그리고 노회찬·심상정·조승수 전 진보신당 대표들이 모여 만든 ‘새진보 통합연대’(이하 통합연대) 등이다. 당장 혁통은 민주당을 크게 흔들고 있다. 혁통에 의해 민주당이 분당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1월9일에는 박세일 이사장이 “늦어도 12월까지는 신당을 만들겠다”라고 선언했다. 박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이 거론되면서 한나라당이 분당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진보 정당 진영의 통합 작업은 노·심·조 전 대표들이 진보신당을 탈당하고 나서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세일 신당은 한나라당 흔들기 위한 것”

▲ 지난 9월21일 이석현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왼쪽). ⓒ시사저널 전영기

하지만 가장 관심을 받는 쪽은 역시 안철수 원장 진영이다. 안원장은 혁통과 박이사장측 모두에게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안원장 주변에서는 “국민들의 선택을 좀 더 다양하게 해주기 위해서 신당이 필요하다”(김종인 전 의원)라며 안원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안철수 신당’은 ‘탈이념’ 성향을 띠게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중도를 표방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실제 안원장 주변에는 윤여준 전 장관과 같은 보수 성향 인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같은 진보 성향 인사들이 혼재되어 있다. 김 전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를 보수-진보 논쟁으로는 풀 수가 없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탈이념’적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안철수 멘토’로 불리는 법륜 스님 역시 지난 11월10일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보수가 중도를 넘어 진보를, 진보가 중도를 넘어 보수를 아우르는 정치, 젊은 사람을 중심으로 국민 70%에 이르는 무당파까지 지지하는 정권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당장 박세일 이사장이 이에 화답하고 나섰다. 박이사장은 “여론조사를 하면 40%가 중도라고 답변하는데, 이것은 좁은 의미의 중도이며, 보수이건 진보이건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을 다 모으면 75%가 실제 중도이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대동단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철수 원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이사장을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은 “박이사장은 누구 보아도 뚜렷한 보수 성향 인사이다”라고 평한다. 결국 ‘박세일 신당’은 기존 한나라당을 흔들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이다. 따라서 파괴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한때 박이사장과의 밀월설이 나돌았던 김문수 지사측에서 분명한 선을 긋고 나섰다. 김지사의 한 최측근은 11월11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지사는 ‘나는 한나라당원이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지사를 모르는가. 그는 단순히 대권 출마를 위해, 박근혜 전 대표를 흔들기 위해 당을 나가고 하는 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문수 지사측 “당 깨고 나가는 일은 없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오히려 ‘박세일 신당’보다는 ‘안철수 신당’의 파장이 한나라당을 더 크게 흔들 것이라고 얘기한다. 친박계의 한 핵심 전략가로 통하는 인사는 “안철수 원장이 탈이념을 내세우며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다’라는 말을 했다. ‘단 한나라당은 아니다’라고만 했다. 그 말은 자신이 한나라당에 흡수되는 것은 반대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한나라당 일부 세력을 흡수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말과도 같다. 지금 ‘안철수 음모론’이 나도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라고 전했다.

그가 전하는 ‘안철수 음모론’은 정확히 말하면 ‘박근혜 음모론’에 더 가깝다. 즉, 현 정권의 주류인 ‘친이계’에서 은근히 안철수 원장을 띄우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을 흔들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 정치평론가는 얼마 전 기자에게 “안철수 신드롬이 한창 일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올 것이 왔다’라는 말을 했다. 박형준 특보는 ‘현재 기존의 정당 틀을 깨지 않으면 제2, 제3의 안철수가 나올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말이다. ‘박근혜의 한나라당’을 깨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 들어 얼핏 청와대와 박 전 대표측이 화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절대 친이계와 친박계는 함께 갈 수가 없다. 분명히 당은 깨질 것이고, 그렇다면 친이계는 안철수 신당으로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앞서 언급한 친박계 전략가는 “어제 <시사저널>에 나온 원희룡 최고위원 인터뷰를 보았다. 홍준표 대표가 물러나고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고 했더라. 한나라당은 해체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더라. 얼핏 보면 원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를 옹호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박근혜 흔들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근혜 한계론을 일찍 노출시켜서 한나라당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보수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친이계 소장파 논리의 전형이다”라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한 중견 언론인은 “진보 진영의 특성은 ‘설사 내가 아니더라도 정권을 넘겨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열망이 강한 반면, 보수 진영은 ‘되든 안 되든 반드시 내가 해야 한다’는 열망이 더 강하다. 이런 식이니 게임이 안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었다. 여전히 친이계 일부에서 “절대 친박계와는 함께 갈 수 없다”라는 심경이 살아 꿈틀대고 있다는 것이다. 이 틈바구니에 ‘안철수 신당설’이 끼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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