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어 함께 가는 길 찾기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1.11.2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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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입니다. 세금을 더 내게 해달라고 사정을 하다니요. 최근 미국에서는 ‘백만장자들의 세금을 올려달라’는 운동이 한창입니다. 일명 ‘버핏세’를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백만장자들은 우리나라 돈으로 1년에 약 11억원 이상을 버는 이들입니다. 이들은 지난 11월16일에도 21명이 미국 의회로 몰려가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지 않은 채 재정 적자를 감축하는 방안을 마련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시위가 벌어지는 것과 함께 오늘날 미국의 풍경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한마디로 ‘제국’은 사라져가고 미국은 ‘치국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1조2천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재정 적자, 9%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 내부를 다독이기에도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10억원 이상의 금융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4만명 정도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제법 많은 느낌입니다. 연봉으로 10억원 이상을 받는 순수 월급쟁이는 지난해 국세청 통계로 보면 1천1백24명입니다. 덩달아 우리나라 부자들도 기부를 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습니다. 지난 200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도입한 ‘아너 소사이어티’가 대표적인 모임입니다.

재벌들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재 5천억원을 기부했고, 정몽준 의원도 거액을 기부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 전반적으로 ‘부자 문화’가 정립되었다고 보기는 이릅니다.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걷자는 ‘부자 증세’의 경우, 이런 말만 하면 이념 대립으로 몰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고 공존·공영의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돈이 많으니 더 내라는 식이면 곤란합니다. 합리적인 기준을 정해서, 부자들도 번 만큼 사회에 기여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과정을 잘 이끌어가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사회적인 합의를 형성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물질적으로 넉넉한 사람들이 베풀어야, 힘 있는 이들이 어려운 이들을 보살펴야, 사회와 나라가 편안합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11월14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안철수연구소 소유 지분의 절반(당일 기준 1천5백억원)을 내놓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돈이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에 쓰였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런저런 분석이 있으나 최근 행보로 볼 때 그의 정치권 진출 문제와 떼어서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무료로 배포하는 등 안원장의 평소 삶의 궤적과 이번 기부는 맥이 닿습니다. 정치적인 목적만을 위해 기부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안원장의 기부가 앞으로 우리나라에 ‘부자 문화’를 새로이 정립하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자들이 사재를 기부하고 권력자들이 국민과 삶의 애환을 함께하는 모습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의 갈등은 줄어들 것입니다. 국민이, 그런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우리 사회의 리더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나누어 함께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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