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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 앞서는 한·미 FTA

한순구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ㅣ 승인 2011.11.26(Sat) 17: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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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들은 영화 <아바타>를 보셨는지 모르겠다. 경제학자인 나는 <아바타> 영화를 볼 때마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영화 <아바타>에서 인간들은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을 설득해 광물 자원을 개발하려 하지만, 전통적인 신앙 생활을 하는 나비족들은 인간과의 교류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인간들과 싸우게 된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너무도 신비롭고 아름다운 나비족의 전통적인 삶을 보면서 이런 전통들이 절대로 인간들과의 교류와 지하자원의 개발 때문에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바타>를 본 대다수 사람은 이런 감정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로서의 나의 입장은 영화 <아바타>의 내용과는 조금 다르다. 영화 속이라서 나비족들의 생활은 모두 아름다운 것으로만 비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질병이나 빈곤, 비합리적인 신분 제도의 문제가 분명히 나비족에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은 인간들과 교류함으로써 발달한 인간들의 의료 기술 도입이나 광물 자원 개발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바타>는 이런 기회를 마다한 것이다. 과연 <아바타> 영화 속의 나비족들은 목숨을 걸고 자신들의 전통을 지킨 결과 인간들과 교류했을 때보다 더 행복해졌을까?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다.

오랜 진통 끝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국회를 통과했다. 한·미 FTA를 둘러싼 여러 가지 반대 이론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이 바로 투자자·국가 소송 제도(ISD)였다. 보통 FTA라고 하면 외국산 물건을 더 싼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동시에 우리의 생산품들이 더 많이 수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이득을 올릴 수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유로운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특히 양 무역국 간의 법·제도가 서로 달라서 문제가 생겼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ISD이다. 즉, ISD가 체결됨으로써 무역국들은 때에 따라서 자신들의 법·제도를 적용하지 못하고 ISD에서 정해준 규칙을 따라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좀 확대 해석해보면 자신들의 고유한 제도나 법이라도 때에 따라서 이를 포기하고 국제적으로 좀 더 보편적인 다른 국가들의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아바타> 영화와는 달리 FTA는 풍족한 삶을 위해서 어느 정도 자신들의 고유한 제도와 전통을 바꾸기로 선택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에서 ISD 자체만 놓고 보면 과연 바람직한 제도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논쟁의 소지를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결론적으로는 한·미 FTA는 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경제적인 논리라기보다는 국제 정치적인 논리이다.

한·미 FTA는 사실 미국의 입장에서 보아도 한국의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이 낮은 가격에 수입되면 미국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달갑지만은 않은 협정이다. 하지만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중국의 코앞에서 미국의 우방으로 남아 있는 한국의 정치적 중요성을 생각했을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은 경제적인 메시지가 아니고, 한국은 미국이 원하는 만큼 미국과 친하게 지낼 생각이 없다는 의미가 되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미국과의 친분으로 많은 이익을 올리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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