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덕이는 시청률…케이블 TV 초기 실패 되풀이하려나
  • 반도헌│미디어 평론가 ()
  • 승인 2011.12.12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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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프로그램이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시청률 조사 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2월5일 방송된 종편 4개사의 1일 시청률은 JTBC 0.586%, MBN 0.282%, TV조선 0.278%, 채널A 0.342%를 기록했다. 또 다른 조사 기관인 TNmS가 조사한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TNmS는 12월5일 종편 4개사의 1일 시청률이 채널A 0.28%, JTBC 0.43%, MBN 0.28%, TV조선 0.2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2월1일 개국 이후 요일과 프로그램에 따라 종편 채널 간 순위에는 변화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시청률 수치는 0.4~0.5%를 넘지 못했다. 스스로 맞대결 상대라고 자신했던 지상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12월5일 지상파 3개사 시청률은 KBS 1TV 10.0%, KBS 2TV 5.7%, MBC 5.8%, SBS 6.4%(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이다.

종편 채널이 기록한 결과물은 실질적 경쟁자로 꼽히는 케이블 TV 채널과 비교해도 낫다고 볼 수 없다. 시청률과 파급력 면에서 킬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를 비교해보면 종편의 현 주소가 잘 나타난다. 드라마는 종편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JTBC의 요일별 간판 드라마 <인수대비>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 박동소리> <발효가족>은 각각 첫 회에서 시청률 1.183%, 1.601%, 1.565%를 기록했다. 모두 케이블 채널 성공의 기준이 되는 1%를 넘겼다. 같은 기간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OCN) 2.019%, <꽃미남 라면가게>(tvN) 1.530%, <특수사건전담반 TEN>(OCN) 1.41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되면서 정우성·한지민·채시라 등 톱스타와 스타 작가, PD 등이 합류한 것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다.

뉴스 프로그램 시청률도 별다르지 않다. 뉴스는 업계 최고 신문사가 참여한 종편 채널이 가장 자신하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종편 네 개사의 메인 뉴스는 개국 첫날을 제외하고 1%를 넘기지 못했다. 20여 년 전 동영상을 가지고 ‘강호동 야쿠자 연루설’을 제기하고, ‘A양 섹스비디오 동영상’을 비중 있게 다루는 등 내용 면에서도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종편이 개국 초기부터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개국 일정에 무리하게 맞추느라 준비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BS가 개국 초기 3개월간 시험 방송을 한 것에 비해 종편 4사는 시험 방송 없이 개국을 단행했다. 초기부터 잦은 방송 사고가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종편은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만 재방송 비율이 너무 높다 보니 시청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돌려봐도 재방송 프로그램에다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에서 수차례 방송한 철 지난 영화나 함량 미달의 해외 다큐멘터리만 보여주니 시청자를 잡아둘 수 없는 것이다.

종편 시청률은 개국 이후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이다. 종편이 보여주는 모습은 케이블 TV 개국 초기를 연상하게 한다. 케이블 TV 역시 콘텐츠를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개국했다가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고 결국 처절한 실패를 맛보았다. 케이블 TV가 초기 실패를 되돌리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출범 전부터 2년 안에 1~2개 채널이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기도 했다. 종편 채널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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