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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지형, 분열 거세지나

종편 출범 후 ‘정치 편향성’에 대한 우려 높아져 ‘손바닥TV’ ‘하니TV’ 등 대안 매체들은 반사적 약진

조현주 기자 ㅣ cho@sisapress.com | 승인 2011.12.12(Mon) 04: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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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30일 오전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채널A의 오픈스튜디오에 들어서고 있다. ⓒ 뉴스뱅크

전국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조중동 방송 공동모니터단’은 지난 12월6일 종합편성 채널(이하 종편) 방송에 대한 모니터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TV조선, JTBC, 채널A 등 3개 종편사의 저녁 종합 뉴스(모니터 기간 12월1~4일)를 모니터한 종합 결과는 점수로 치면 거의 ‘낙제점’에 가까웠다. 공동모니터단은 종편에 대해 ‘뉴스의 ABC도 갖추지 못한 이념 편향 방송’이라고 총평했다.

먼저 개국 첫날부터 종편들이 하나같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메인 뉴스로 다루거나 그와의 대담 프로그램을 내보내 이른바 ‘박근혜 띄우기’에 나섰다는 점을 짚었다. 종편 개국일에 TV조선은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 앞서 박 전 대표와의 시사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박 전 대표를 보면 빛이 난다. 형광등 100개쯤 켜신 것 같다”라는 진행자의 노골적인 멘트가 화면 자막에 그대로 올라갔다.

채널A도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채널A는 개국 첫날부터 박 전 대표에 대한 기사를 3꼭지나 내보냈다. 또 박 전 대표와의 인터뷰 내내 ‘첫사랑에 대한 추억’과 ‘가족에 대한 기억’ ‘폭탄주 제조법’과 같은 신변잡기적인 질문으로 이어갔다. JTBC는 박 전 대표와의 개국 인터뷰 내용을 다룬 기사를 먼저 내보냈고, 뉴스가 끝난 후 바로 박 전 대표와의 인터뷰 방송을 진행했다.

공동모니터단은 “조·중·동 방송 모두 시의성 있는 그날의 이슈보다 자신들이 내세우고 싶은 ‘이념적’ 아이템이나 시청자들의 시선을 이끄는 선정적 아이템 등을 앞세웠다. 자연히 시의성 있는 이슈들은 뒤로 밀리거나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10·26 재·보선 당일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연루된 사건 등이 단순 보도에 그치거나 보도되지 않은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지난 11월29일 열린 손바닥TV 채널설명회 및 제작발표회. ⓒ 연합뉴스
종편에 대한 언론 전문가들의 평가 역시 ‘편향적’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태생적으로 ‘정치적 편향성’ 문제는 생길 수밖에 없었다. 2009년 미디어법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것, 방송통신위원회의 호혜로 10번대 황금 채널에 진입한 것, 게다가 종편을 공영방송 취급하며 ‘의무 재송신’하게 된 것까지. 지상파조차 ‘의무 재송신’을 하지 않는데, 사기업이 만든 종편이 ‘의무 재송신’ 대상이 되는 것이 말이 되는가. 너무 많은 특혜를 입어서 여기저기 눈치를 봐야 할 곳이 많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심각한 문제는, 총선과 대선이 이어지는 내년에는 종편의 ‘정치적 편향성’이 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칫 방송과 정치의 경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개국 첫날 4개 종편사가 모두 박 전 대표의 인터뷰, 대담을 내보낸 것은 ‘떠오르는 정권’에 기울어진 스탠스를 드러낸 것이다. 채널A는 이미 총선을 기점으로 유력한 대선 주자인 박 전 대표 아버지의 일대기를 그린 <인간 박정희(가제)>라는 드라마를 내보내기로 했다”라고 지적했다.

선거 앞두고 미디어 전쟁 혼탁해질 수도

   
12월1일 언론노조가 주최한 종편 출범 반대 및 미디어렙 입법 촉구 기자회견. ⓒ 뉴시스
내년 선거 국면에서 종편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선거에 임박할수록, 진보 성향의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비판이 가열되면 될수록 미디어 정국이 더욱 혼탁해질 것이 분명하다는 데에는 거의 이의를 달지 않는 분위기이다. 강교수는 “종편은 내년 선거 결과에 따라 생사가 갈리기 때문에 ‘사생결단’식으로 나설 것이다. 여기저기 기자들을 보내서 하이에나처럼 물고 늘어질 것이다. 그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종편 개국이 몰고 올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디어 지형도에도 큰 분열이 일어날 전망이다. 우선 종편 개국을 계기로 이에 대항하는 수많은 ‘대안 매체’가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종편 개국 다음 날 개국한 ‘손바닥TV’이다. MBC C&I는 지난 12월2일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 전용 특화 채널인 ‘손바닥TV’를 선보였다.

‘손바닥TV’는 스마트폰 전용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채널로, 실시간 쌍방향 방송을 통해 시청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손바닥TV는 스마트폰 전용 채널이기 때문에 방송 규제도 지상파와 종편에 비해 자유롭고 중간 광고도 가능하다. ‘손바닥TV’는 뉴스 프로그램과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상호 기자의 손바닥뉴스’라는 프로그램이 특히 이목을 끌고 있다. ‘손바닥뉴스’는 트위터를 통해 ‘10만 손바닥 기자단’을 모집해 SNS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뉴스를 전달한다. 또 뉴스에 출연한 화제의 인물과 시청자가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12월8일 ‘손바닥뉴스’에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의 출연진 4명과 공지영 작가가 출연해 화제가 되었다. SNS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 그리고 출연진들의 구성을 살펴볼 때, 앞으로의 뉴스 방향은 종편과는 뚜렷이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지형의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종편 개국 이후에 기존의 진보 성향 매체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종편 개국일인 지난 12월1일 트위터상에서는 한겨레의 ‘하니TV’가 화제어로 떠올랐다. 트위터 이용자들 사이에는 ‘조·중·동 재벌들과 함께하는 종편이 있다면 한겨레에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하니TV가 있습니다’라는 멘션이 빠른 속도로 퍼졌다. 또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은 ‘하니TV 즐찾(즐겨찾기)해주세요. 10만 시청자 확보되면 기업들이 광고 시작합니다’라는 멘션을 날랐다. 이후 ‘하니TV’의 시청 조회 수가 급상승 궤도를 그리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강상현 교수는 “종편에 저항하는 대안 매체가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터넷 매체나 소셜 미디어 그리고 기존의 신문·잡지 등도 종편의 대응에 나설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체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독자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지금 조·중·동 신문사가 (고만고만한 경쟁을 하면서도) 시청률 1위라는 식의 기사를 내보내는 것이 대표적이다. 홍보지와 같은 보도를 내보내면 신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방송을 내보낸 지 불과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종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만 가고 있다. 언론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모두 2012년 선거 국면에 들어서면 극심한 미디어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준상 소장은 “종편 4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계기로 권력 지형이 바뀌는 것이다. 이로써 각종 특혜 목록들이 사라지게 되면 생명이 다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쟁은 시작된 셈이다. 앞으로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보수 정권이 이어지면 종편은 각종 특혜를 유지할 것이고, 만약 권력의 지형이 바뀌면 일부는 보도 전문 채널로 축소되거나 다른 종편에 흡수·합병될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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