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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앞에 놓인 ‘대리인 문제’

한순구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ㅣ 승인 2011.12.25(Sun) 21: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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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는 대리인 문제라는 이론이 있다.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어떤 조직이나 사업의 주된 책임을 맡은 사람이 자신이 모든 일을 할 시간도 없고 모든 일을 할 전문성도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일의 일부를 위탁하게 되는데, 이 경우 위탁을 받은 사람의 행동이 일을 맡긴 사람의 마음에 들도록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사장이 자신을 대신해 물건을 구매할 구매부장을 임명했을 때 구매부장은 가장 싼 가격에 가장 질이 좋은 물건을 구매해야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 있고, 기존의 거래선을 지켜내고 새 거래선도 확보해 물건을 팔아야 할 영업부장은 오히려 거래선을 모두 챙겨서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다는 식의 문제이다.

이런 대리인 문제는 꼭 비즈니스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이런 대리인 문제가 가장 크게 발생했던 것은 정치의 세계이다. 중국의 춘추 전국 시대를 보면 왕이 믿고 정사를 맡긴 장군이나 재상들이 오히려 자신의 세력을 키워서 나중에 왕을 쫓아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일본의 역사를 보아도 전국 시대에는 신하가 주군을 배신하는 하극상의 시대라는 이름으로도 불릴 만큼 대리인 문제가 심각했다. 

이 대리인 문제가 정말 문제인 것은 이를 막기가 지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왕은 신하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고 신하 역시 왕의 의심을 피하는 데 급급해 자신이 살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만 힘을 쏟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비난할 수만도 없는 것이 왕이 어떤 신하를 너무 신뢰해 많은 힘을 부여하면 아차 하는 사이에 그 신하에게 권력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하의 불안도 비난하기 어려운데, 우리의 이순신 장군의 예에서 잘 볼 수 있듯이 공을 너무 세워도 왕의 견제를 받게 되고, 그렇다고 공을 세우지 못하면 견책을 받게 되므로 진퇴양난의 입장에 처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이런 대리인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책이 없다. 단지 왕과 신하 간에 오랜 기간에 걸쳐 신뢰 관계가 구축이 될 때에만 이런 대리인 문제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 아마도 김정일의 오랜 통치 기간 동안에는 김정일과 그 측근들 사이에 어느 정도 신뢰 관계 또는 최소한 예측 가능한 관계가 이루어져 있었을 것이고, 이것이 바로 경제 문제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북한 정권이 쿠데타 등 대리인 문제를 피해올 수 있었던 이유였을 것이다.

   
현재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하는 김정은이 이런 대리인 문제라는 용어를 알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 김정은의 머릿속은 너무 믿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의심할 수만도 없는 당과 군의 지도부들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을 것이다. 또한 북한의 지도부들도 김정일 사후에 새로운 지도자로 떠오른 김정은이 과연 언제까지 자신들을 이전과 동일하게 대우해 줄 것인가를 놓고 매우 불안한 심리 상태에 있을 것이다. 고인이 된 김정일과 달리 새로이 지도자로 부상한 김정은과 그 측근들 사이에는 아직 신뢰 관계가 구축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종합해볼 때 김정은으로의 승계가 궁극적으로 성공하든 실패하든 앞으로 북한 내부에서는 심각한 불안과 권력 투쟁이 일어날 확률이 아주 크다. 북한의 사정에 따라 안보와 경제가 크게 요동치는 우리로서는 그리 달가운 상황은 아니지만, 북한의 상황에 변화가 올지 모른다는 사실만으로도 기회와 희망의 시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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