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만든 대중가요, 세계인의 음악으로 ‘빅뱅’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12.25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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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열풍 / SNS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가…유럽 등 공연도 대성황

지난 11월6일 MTV 유럽뮤직어워즈(EMA) 시상식이 열린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오디세이 경기장. 레이디 가가, 저스틴 비버, 에미넴, 케이티 페리가 상을 받기 위해 오른 수상자 연단에 유럽인에게는 낯선 아시아 청년 다섯 명이 등장했다. 한국 보이그룹 빅뱅이 월드와이드액트 상을 수상하기 위해 올라온 것이다. 월드와이드액트 상은 전세계 네티즌의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했다. 빅뱅은 전세계 네티즌으로부터 5천8백만 표를 받아 미국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독일의 싱어송라이터 레나를 제치고 이 상을 수상했다. 빅뱅의 수상은 행사 참석자 중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쇼’였다. 빅뱅 리더 지드래곤은 이 자리에서 “전세계 네티즌이 직접 뽑아준 상이라서 더 뜻 깊다”라고 한국어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전세계 한류 팬클럽 회원 3백30만명”

2011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 오프닝 무대에 오른 걸그룹 소녀시대. ⓒ 연합뉴스
<시사저널>은 연예 분야 올해의 현상으로 ‘K팝 열풍’을 선정했다. K팝은 지금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빅뱅의 수상은 K팝 열풍이 이룬 성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올해 프랑스 파리,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서 열린 SM타운 월드투어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지난 5월 열린 파리 공연 때에는 입장권 발매 1분 만에 매진되자 팬들이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추가 공연을 요구하는 플래시몹을 벌이기도 했다. 팬들의 성화에 못 이겨 다음 달인 6월에 부리나케 잡은 공연의 티켓도 15분 만에 매진되었다. 지난 10월 미국 뉴욕의 매디스스퀘어가든에서 열린 공연에서는 미국 팬들이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소녀시대에 환호하며 한국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보이그룹 비스트와 걸그룹 포미닛을 거느린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1월5일 영국 런던에서 ‘유나이티드큐브’라는 제목으로 첫 유럽 공연을 가졌다. 보이즈투맨이나 에미넴 같은 세계 최고 스타의 공연이 잡혀 있는 브릭스튼아카데미를 가득 메운 관객 일부는 비스트와 포미닛에 열광하다 실신해 실려 나가기도 했다. 당시 입장료는 65파운드(11만8천원가량)나 되었으나 조기 매진되었다.

K팝은 정식 음악 유통 경로를 밟지 않은 채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음악 스타는 라디오나 TV라는 매체를 통해 유명세를 탔으나 K팝 스타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퍼져나갔다. 빅뱅의 리드보컬 태양(본명 동영배)은 첫 솔로 앨범 <솔라>의 영어 버전을 발표하자마자 리듬앤블루스(R&B)와 소울 앨범 판매 순위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오로지 SNS를 통해 뮤직비디오가 퍼지면서 일본 3위, 캐나다 5위, 미국 11위, 호주 15위에 올랐다. 걸그룹 카라 소속사 DSP의 윤흥관 마케팅담당 이사는 “카라는 일본에서 거둔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전세계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 첫 단계 작업으로 이번 앨범 <스텝(STEP)>의 마케팅을 유튜브에서 벌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화체육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은 ‘유럽의 한류 팬은 46만명에 이른다. 전세계적으로는 한류 팬클럽 1백82개가 활동하고 소속 회원은 3백30만명에 이른다’라고 발표했다. 한국 대중문화 전문 블로그 올케이팝닷컴(Allkpop.com)이 지난 2007년 처음 개설되었을 때 유럽인이 전체 방문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그 비중은 25%까지 올라갔다.

애플은 지난해 초부터 아이튠즈로 한국 노래를 팔기 시작했다. 구글은 별도로 한국 음악 채널을 개설할 계획이다. 한구현 한류연구소장은 “미국 음악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한국의 음악 색깔을 가미해 전세계 음악 팬이 받아들이기에 거부감이 없으면서도 독특한 개성을 잃지 않는 것이 K팝의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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