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m 고공에서 3백9일 희망을 쓴 ‘철의 여인’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12.25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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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 한진중공업 노사 문제에 국민적 관심 촉발

사회 분야 올해의 인물에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51)이 꼽혔다. 김지도위원은 올해 생사의 고비에 섰다. 지난해 12월 한진중공업은 생산직 근로자 4백여 명을 희망 퇴직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한진중공업 노조는 반발했고, 사측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자 지난 1월6일 새벽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4호 고공 크레인에 한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 올라갔다. 김진숙 지도위원이었다. 그는 이때부터 농성에 돌입했다.

김지도위원의 유일한 말동무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였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세상과 소통했다. 트친(트위터 친구)들은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었다. 그의 이야기가 SNS를 통해 알려졌고, 지지자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찾아왔다. 이렇게 시작된 희망버스는 다섯 차례나 계속되었고, 한진중공업 문제는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국정감사장에 불려가 의원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그리고 11월10일 극적으로 노사 합의가 이루어졌다. 김지도위원은 3백9일간 농성을 벌였던 35m의 고공 크레인에서 내려왔다.

그는 곧바로 부산 동아대 병원에 입원했다가 사하구 당리동의 한 병원으로 옮겼다. 오랜 고공 크레인 농성 탓인지 땅 멀미를 호소했고, 걸음걸이도 불편했다. 특히 허리디스크 증세가 심했다. 민주노총 부산지부에 따르면 물리치료를 계속했지만 치료가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12월15일 세 번째로 병원을 옮겼다. 이번에는 허리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재활 병원이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에게도 ‘희망’ 전파

지난 11월10일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3백9일간 농성했던 고공 크레인에서 내려오고 있다. ⓒ 연합뉴스
김지도위원은 휴대전화도 폐기한 상태라고 한다. 현재 황이라 민주노총 부산지부 상담부장이 병상을 지키면서 수발을 들고 있다. 허리 치료가 끝나면 일정 기간 요양을 할 예정이다. 장현술 민주노총 부산지부 사무처장은 “원래 병원 치료 후에 요양원이나 산속에 들어가 요양할 계획이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김지도위원은 고공 크레인에서 내려온 후 주변 사람들에게 ‘연대’를 강조했다고 한다. 장현술 사무처장은 “김지도위원은 ‘우리가 받은 것을 돌려주어야 한다’라며 제주 강정마을과 평택 희망텐트 등과 연대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라고 전했다. ‘희망텐트’는 평택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회사의 복직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12월7일에 설치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또 기존에 해오던 강연 활동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12월19일에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서울 구로구에 있는 성공회대 노동대학 강단에서 특강을 했다.

한편 한진중공업은 12월1일 생산직 근로자 2백74명에 대해 6개월간 유급 휴직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 노조는 “회사가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유급 휴직을 강행했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사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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