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 치료 중단’ 둘러싸고 벌어지는 종교·가족 문제 녹여낸 ‘문제작’
  • 황진미│영화평론가 ()
  • 승인 2012.01.09 14: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주일의 리뷰 <밍크코트>

ⓒ 찬란 제공
<밍크코트>는 ‘연명 치료 중단’이라는 뜨거운 감자에 종교와 가족의 문제를 녹여낸 문제작이다. 기독교 가정에서 노모가 6개월째 의식 불명 상태에 있자, 큰딸과 아들 내외는 병원비 부담과 본인의 바람이었다는 이유로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자 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병상을 지키며 간병하는 둘째딸(황정민)은 어머니가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한다. 이들 형제자매 사이에는 경제적 상태나 아버지의 유산 등으로 인한 갈등의 골이 깊다. 둘째딸은 일찍이 반대하는 결혼을 하여 이미 출가한 딸을 두고 있고, 지금은 홀로 우유 배달을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형제자매와 다른 교회에 다니는 그는 방언과 예언을 통해 형제자매에게 무서운 저주의 말을 퍼붓는다.

연명 치료 중단은 2009년도 ‘김할머니 사건’의 예에서 보듯이, 대단히 애매하고 복잡한 문제이다. <밍크코트>는 연명 치료 중단을 하나의 이슈로 그리며 옳은지 그른지를 묻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연명 치료 중단을 둘러싼 가족 간의 관계에 주목하며, 윤리적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는 방식을 취한다. 영화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종교적 믿음의 차이에서 야기된 가족 간의 갈등을 대단히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나아가 갈등을 촉발하고 끝내 봉합해냄으로써 사안을 종교적 갈등을 넘어선 보편 윤리의 지점으로 끌어올린다.

영화는 결국 모든 인간이 흠결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흠결을 바로 보고 그 약함을 고백하는 것을 통해 다른 이와의 화해가 가능하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윤리’를 설파한다. 종교는 이러한 ‘인간적 윤리’를 초월한 계시가 아니라, 깨달음과 화해의 순간에 기적처럼 함께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영화는 이런 놀라운 가르침을 일상적인 홈드라마의 형식을 통해 알려준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헛되지 않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