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날개’ 달고 금의환향하는 옛 명작들
  • 라제기│한국일보 기자 ()
  • 승인 2012.01.0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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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3D> 개봉 앞두고 기대 만발…<라이온 킹 3D> 성공 힘입어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3D 변환’ 러시

ⓒ 한국소니픽쳐스 제공

“<타이타닉>은 큰 스크린으로 보아야 하는 영화인데 아예 그렇게 못 본 세대가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입체적(3D)이니 재개봉도 3D로 하게 되었다.”

지난해 12월7일 홍콩에서 열린 <타이타닉 3D> 홍보 영상물 상영 행사에 참여한 할리우드 유명 프로듀서 존 랜도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타이타닉>과 <아바타> 등을 제작한 랜도는 제임스 캐머런의 오랜 영화 동반자로 <타이타닉>의 3D 변환을 주도하고 있다. 랜도는 “3D의 이용은 어떤 창으로 세상을 창조하는 것이 아닌, 세상으로 가는 한 창을 여는 것이다”라며 <타이타닉>의 3D 개봉에 의미를 부여했다. 랜도는 캐머런이 설립한 영화사 라이트스톰 엔터테인먼트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이다.

‘시대착오적 기획’이라는 초기 비판 수그러들어

이처럼 고전 영화를 3D로 변환하는 것이 할리우드의 새 보물 창고로 인식되고 있다. <아바타>의 성공을 기회로 삼아 낡은 물건을 다시 팔려는 시대착오적 기획이라는 초기 비판이 무색해지고 있다.

지난해 <라이온 킹 3D>의 기록적인 흥행 성공이 고전 영화의 3D 변환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라이온 킹 3D>는 북미(미국과 캐나다) 시장에서 1억 달러에 가까운 수입을 벌어들이며 <라이온 킹>의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를 6위에서 2위로 끌어올렸다. 1994년 개봉한 지 17년 만에 박스오피스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연말 국내에서도 개봉한 <라이온 킹 3D>는 입체감이 그리 뛰어나지 않고, 아날로그의 느낌이 강하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매력을 발휘한다. 빼어난 노래와 잘 짜인 이야기가 조화를 이룬 추억의 명작 애니메이션을 대형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북미 시장에서의 흥행 요인으로 분석된다.

<라이온 킹>의 성공은 1990년대 인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3D 재개봉 붐으로 이어졌다. <인어공주>와 <미녀와 야수>가 올해 극장가를 찾을 예정이며, 2000년대 초반에 선보였던 픽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몬스터주식회사>와 <니모를 찾아서>도 3D로 개봉할 채비이다.

특히 <타이타닉 3D>의 개봉은 고전 영화의 3D 변환에 큰 변곡점을 이룰 전망이다. 3D 변환 작업 비용만 1천8백만 달러(약 2백8억원)가 들어갈 <타이타닉 3D>는 타이타닉호 침몰 100주년과 <타이타닉> 개봉 15주년을 맞아 오는 4월6일 전세계에서 개봉한다. <타이타닉>은 3D뿐 아니라 디지털 손질을 거친 2D로도 재개봉할 예정이다.

<타이타닉>은 <아바타> 개봉 전까지 전세계 박스오피스 역대 1위를 기록한 영화이다. 영화팬들의 추억과 젊은 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3D의 신기원을 이룬 캐머런 감독과 랜도가 7년 전부터 기획해 준비해온 프로젝트이니 3D 변환 완성도도 상당하다. 홍콩에서 세계 두 번째로 공개된 ‘타이타닉 3D’의 18분짜리 맛보기 영상물은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혀 침몰하는 장면이 입체 화면과 결합해 더 장대한 스펙터클을 선사하고, 디지털 작업을 거친 음향은 더욱 또렷해졌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3D 재개봉도 주목할 만하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3편이 2월9일 1편을 시작으로 연이어 3D로 다시 선보인다. 조지 루카스 감독이 디지털 기술이 꽃을 피운 2000년대 들어 만든 <스타워즈> 에피소드 1~3편은 미래 3D 작업을 감안하고 제작된 영화이다. 이 영화의 국내 관계자는 “여느 3D 변환 영화와는 질적으로 확연히 다른 입체감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장담한다.

옛 영화를 3D로 변환하는 것이 할리우드의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2D로 찍어 3D로 개봉하는 변칙적인 최신 3D 영화는 설 자리를 잃는 형국이다. 최근의 이런 추세를 의식한 것일까. 랜도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3D 변환은 예전 영화로 한정되어야 한다. 새 영화는 3D 방식으로 촬영해 3D로 개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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