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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 없는 서울, 중저가 호텔이 채운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 넘쳐나 ‘실속형 비즈니스 숙박시설’ 신축 붐

김진령 기자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12.01.09(Mon) 16: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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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울 중구 충무로1가 이비스앰버서더호텔, 마포구 공덕동 롯데시티호텔, 중구 충무로1가 명동밀리오레. ⓒ 시사저널 김미류

‘주’라고 자신을 소개한 화교 관광 가이드는 주로 인천에서 잔다. 아침이면 그는 중화권 관광객을 이끌고 서울로 향한다. 서울에 방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사대문 안의 작은 모텔에도 일본이나 중국 관광객이 넘쳐난다. 물론 이들은 알음알음으로 서울의 싼 방을 찾아서 모여든 것이다. 대실 영업을 하던 사대문 안의 시내 모텔 중 상당수가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숙박 시설로 바뀌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호텔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덕분에 서울 시내 관광호텔은 구에 따라 다르지만 중구, 서초구, 종로구, 강북구 등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의 호텔은 객실 이용률이 80%를 넘고, 대부분의 서울 지역 호텔 이용률이 70% 이상이다. 이 정도면 외국인 관광객에게 이미 ‘서울은 만원’이다. 때문에 수원이나 인천 등으로 흘러 넘쳐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1년 11월 말 현재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 수요는 5만1천87실로 추정되지만 공급은 2만6천5백7실로 2만4천5백80실이 부족하다. 이것도 2010년 말 2만2천1백50실에서 근 1년 만에 4천실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때문에 요즘 호텔업계에서는 호텔 증설 붐이 일고 있다. 그중에서도 폭증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의 비즈니스 수요를 겨냥한 실속형 중저가 호텔 건립이 한창이다. 여기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은 롯데호텔과 앰배서더호텔그룹이다.

국내에 가장 많은 특급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호텔과 가장 많은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앰배서더호텔그룹은 실용적인 가격에 특급 호텔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중저가 호텔을 만드는 데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앰버서더·신라, 호텔 신축 경쟁 

   
롯데호텔은 지난 2009년 서울 공덕동 로터리의 주상복합아파트 저층부에 ‘실속형 프리미엄 비즈니스 호텔’이라는 기치를 걸고 롯데시티호텔마포를 열었다. 특급호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중저가’라는 표현 대신 ‘실속형 프리미엄 비즈니스 호텔’이라는 말로 포장한 것이다. 이어 지난해 12월 초 롯데시티호텔김포공항의 문을 열었다. 롯데시티호텔의 1박당 가격은 20만원 선에서 출발한다. 소공동 롯데호텔 본관이 1박당 35만원에서 시작하는 것에 비하면 40% 정도 싸다. 롯데는 여세를 몰아 내년에 제주시 공항 근처에 롯데시티호텔을 세우고, 2015년에는 서울 서초구 롯데칠성 부지와 청량리에 각각 롯데시티호텔을 세울 예정이다.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에 특급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라 특급부터 중저가 라인까지 국내 최다 객실을 보유한 업체로서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앰배서더그룹은 최근 들어 공격적으로 중저가 호텔 운영에 나서고 있다. 앰배서더호텔그룹은 프랑스 아코르그룹과 합작해 ‘아코르앰배서더호텔매니지먼트라는 호텔 경영 전문 회사를 세운 뒤 현재 서울·수원·대구·부산·창원 등 전국 5개 대도시에서 10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중저가 라인으로 분류되는 호텔은 선릉역 근처의 이비스앰배서더서울, 명동의 이비스앰배서더명동, 이비스앰배서더수원, 이비스앰배서더부산시티센텀 등이 있다. 내년 5월에는 서울 종로 인사동점이 3백60실 규모로 문을 연다. 앰배서더그룹에서는 이외에 오는 2월 위탁 경영을 하는 머큐어앰배서더강남이 문을 열고, 2015년에는 위탁 경영을 하는 노보텔앰배서더성북이 문을 연다.

명동은 ‘호텔 특구’로 변신 중

롯데와 앰배서더호텔그룹의 규모 경쟁도 호텔 신축 붐 시대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 것이다. 이 경쟁에 호텔신라도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는 서울 장충동과 제주 중문에서 특급 호텔만 운영해왔다. 호텔신라가 비즈니스 호텔에 진출한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드디어 가시화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 로터리의 청춘극장 자리에 3백실 규모의 비즈니스 호텔 건설안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3세 경영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최근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는 것과 맞물려 호텔신라도 새로운 수익 모델로 비즈니스호텔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호텔신라가 10여 개의 비즈니스호텔 건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기존 호텔업계 강자인 롯데와 앰배서더, 신라 등 선두 업체의 경쟁도 흥미롭지만 대한민국에서 땅값이 제일 비싼 명동 지역의 호텔 건립 붐도 흥미롭다. 은행 건물로 활용되던 이비스앰배서더명동점의 성공은 명동 지역에 호텔 붐을 일으켰다. 명동에는 이미 로얄호텔, 세종호텔, 이비스앰배서더명동, 퍼시픽호텔, 사보이호텔, 메트로호텔 등이 골목 안까지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여기에 골목 안 모텔까지 치고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과 이들을 활용한 이비스앰배서더명동의 성공은 부동산업자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벌써 명동밀리오레가 호텔로 리모델링을 하고 있고, 쇼핑몰로 계속 리뉴얼을 해왔지만 재미를 못 보고 있던 옛 제일백화점 건물도 비즈니스호텔로 개조 중이다. 과거에 호텔이었던 대연각빌딩도 대연각호텔로 컴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동대문시장 주변에도 호텔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이미 일본계 중저가 호텔인 토요코인이 2009년 동대문점을 열었고, 최근에는 동대문종합시장 주차장터에 라마다 브랜드의 호텔 건설 공사가 시작되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라붙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1박 방값이 5만5천원부터 시작하고 별다른 부대 시설 없이 객실 판매로만 운영하는 토요코인이 지난 2008년 국내에 상륙한 뒤 어느새 부산 네 곳, 서울·대전 각각 한 곳 등 여섯 개 지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은 국내 수요가 어디에 몰리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롯데시티호텔김포공항의 임성복 총지배인은 “특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합리적인 가격을 원하는 잠재 수요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런 호텔 건설 붐에 대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통계센터의 최승목 연구원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숙소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외국인 여행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관광진흥법상 관광호텔이 있다. 이 관광호텔의 가동률이 서울 지역은 80% 이상이다. 업계에서는 80% 정도면 만실로 친다. 70%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중국인이나 일본인 관광객이 단체로 많이 오는데 이들이 연휴나 휴일을 끼고 일시에 몰리면 숙소가 크게 부족해서 수도권이나 경기도 지역의 모텔까지 내려간다. 이노텔 등 저렴한 시설을 늘리고 있지만, 많이 부족하다”라고 현황을 설명했다. 정부에서도 지난 연말에 관광호텔 객실을 늘리기 위해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했다. 관광호텔 객실 공급을 늘리기 위해 관광호텔 관련 부동산 취득세 감면 등의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8백80만명, 이들이 서울시내 관광호텔에 낸 방값은 7천1백20억원에 달한다. 2011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천만명에서 20만명 부족한 9백80만명이었다. 1조원대로 부풀어오른 방값을 차지하기 위해 서울의 호텔은 지금 팽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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