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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열네 살 어린 학생의 '지옥에서 보낸 한철'

서울 강서구의 ㄱ중학교에 다니던 이 아무개군은 자기가 당한 이 끔찍한 일들을 낱낱이 일기에 기록했다. 그 일기 속에는 '죽어버리고 싶다'라거나 '죽여버리고 싶다'라는 말도 자주 쓰였다.

정락인 기자 ㅣ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01.12(Thu) 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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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의 중학교에 다니는 이 아무개군은 지난해 3월 학교에 입학한 다음 날부터 끔찍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학교에 등교하면 ‘일진’으로 불리는 같은 반 학생들의 지독한 괴롭힘과 폭행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거의 매일 온몸을 맞고, 심지어는 여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추행까지 당했다. 담임교사는 이런 폭력을 보고도 외면했다고 한다. 이군은 이 모든 과정을 자신의 일기에 빠짐없이 기록했다. 그의 일기에는 ‘죽고 싶다’라는 표현도 자주 나타난다. <시사저널>은 이군의 일기를 입수해, 학교 내 ‘왕따 폭행’의 실상을 공개한다.

   
이군의 부모가 아들의 일기장을 가리키며 괴로운 심정을 말하고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
서울 강서구에 있는 ㄱ중학교는 지난 1950년에 설립된 공립학교이다. 이 아무개군(14)은 지난해 3월 이 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이군은 입학한 다음 날부터 끔찍한 일을 당했다. 이른바 ‘일진’으로 불리는 학생들로부터 학기 내내 괴롭힘과 폭행에 시달렸다.

처음에는 일진 한 명이 그를 폭행하다가 점점 다른 학생들까지 가세했다. 날이 갈수록 폭행 강도는 세져만 갔다. 물건을 빼앗기고, 따돌림을 당하고, 매일 온몸을 맞았다. 심지어 여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성추행까지 당했다. 이군에게 교실은 더는 수업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폭행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폭력 교실’이나 다름없었다. 반 친구들은 이군을 때리고 괴롭히는 ‘가해자들’이었다. 담임교사와 학교는 피해 학생의 보호자가 아니라 방관자일 뿐이었다.

이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를 썼다.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을 쓰는 것이 일기이다. 그런데 중학교 1학년인 이군의 일기는 ‘폭행 왕따 일기’였다. 아침에 학교에 등교해서 오후에 하교할 때까지 괴롭힘과 폭행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취재진은 지난 1월3일 저녁 강서구의 한 공공 임대아파트로 이군을 찾아갔다. 이군의 집은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아버지 이 아무개씨(48)가 운영하던 사업체가 부도나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그 충격으로 이씨는 간경화와 무혈성 괴사라는 지병을 얻었다. 지금은 목 디스크까지 심해서 거동이 불편한 상태이다. 지체 2급 장애인 판정을 받고, 기초생활수급과 장애보조금 그리고 후원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어려운 처지였다.

그래도 이씨의 가족은 행복했다. 집안의 희망인 이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군의 부모는 “우리 애는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도 밝고 착하게 자랐고, 공부도 잘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군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보면 이군이 어떤 학생인지 짐작할 수 있다.

“정전기가 나오는 총으로 내 온몸을 쐈다”

   
ⓒ 시사저널 유장훈
ㅅ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지각이나 결석 한 번 하지 않은 모범생이었다. 성적도 상위권에 있었다. 담임교사는 행동 특성과 종합 의견을 통해 ‘학습 능력이 좋고 학습 태도가 적극적이어서 전 교과 성적이 우수하다. 발표를 잘하고 발표 내용도 좋으며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한다’라고 적었다. 이군의 장래 희망은 ‘기자’나 ‘인권 변호사’가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에서다. 그래서인지 이군은 상급 학교인 중학생이 된다는 기대감이 컸다. 학업에 대한 열망과 관심도 남달랐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따돌림과 폭행은 이런 기대와 열망을 하루아침에 짓밟았다.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을 꿈꾸었지만 정작 자신이 그 피해자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현실이 되었다.

학습 의욕이 떨어지면서 상위권을 맴돌던 학교 성적도 중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조퇴와 결석도 했다. 그래도 이군의 부모는 아들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라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8일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듣게 된다.

아버지 이씨는 “그날은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이었다. 애가 점심 먹고 집으로 와야 하는데 오후 1시가 넘어도 오지 않았다. 휴대전화로 전화했더니 학생부에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한두 대 맞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날 밤 애한테 자초지종을 묻고는 깜짝 놀랐다”라며 가슴을 심하게 두드렸다. 그만큼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상처가 컸다고 한다.

이군은 그날 하굣길에 학교 근처의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정 아무개군(14)에게 폭행을 당했다. 당시 이군은 친구와 장난하다가 팔목이 부러져서 4주 진단을 받고 기브스를 한 상태였다. 약 30분 정도 정군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뺨을 맞고 배를 발로 차이고, 등을 가격당했다는 것이 이군 부모의 주장이다. 이 모습을 처음부터 보고 있던 ㄱ중학교 출신 고등학생이 학교 생활지도부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그 후 이군의 부모는 아들이 반 친구들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한 사실을 들었다. 그리고 폭행과 괴롭힘을 기록한 일기를 보고는 까무러치고 말았다. ‘일기’에는 약 10개월간의 폭행 과정이 날자별로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학교 폭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시사저널>은 일명 ‘왕따 폭행 일기’의 원본을 입수하고 이를 공개해 학교 폭력의 실상을 알리기로 했다.

이군은 중학교에 입학한 다음 날부터 괴롭힘과 폭행을 당했다. 처음에는 일진 대장으로 알려진 김 아무개군이 시작했다. 이군의 짧은 머리를 빗대 ‘대머리 독수리’라고 놀리고, 연거푸 머리를 때렸다. 3월5일부터는 정군이 가세해 괴롭히다가 3월7일에는 안 아무개군을 포함한 7명이 일기에 등장한다. 학교 폭력이 점차 조직화·집단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2011년 3월7일 월요일

   
이군이 폭행당한 사실들을 낱낱이 기록해둔 일기장. ⓒ 시사저널 유장훈
오늘도 별 기대를 안 하며 학교로 갔다. 안○○ 외 몇 명이 또 나를 괴롭혔다. 무서웠다.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하겠다. 쟤들이 정말 인간인가?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한심스럽고 정말 죽고 싶다. 머리 치는 건 기본이고, 분필도 교복에다가 묻히고 대머리 독수리라고 욕하고 툭툭 친다. 사람의 외모를 가지고 놀리다니…. 나는 참을 수 없다. [김○○, 안○○, 정○○, 김○○, 최○○, 신○○, 박○○] 이런 애들은 정말 살 가치도 없는 놈들이다.

이군에 대한 친구들의 폭력 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와 함께 가해 친구들에 대한 증오도 커져만 갔다. 친한 친구까지도 자신을 지켜줄 수 없다고 생각하자 깊은 상심을 하고, 외로움을 느낀다. 그리고는 무기력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단계에까지 이른다.

2011년 3월9일 수요일

오늘도 가자마자 김○○과 그의 딸린 식구들이 나를 괴롭혔다. 이름은 김○○인데 하는 짓 보면 아주 짐승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정○○이라는 애도 나를 만만하게 본다. 내가 동네북이라도 된 것 같다. 학교 가는 게 너무 두렵고, 떨린다. 광활한 정글에 나 혼자 둔 것 같다. 무섭다. 여자애들 보는 앞에서 개처럼 머리, 가슴, 배, 엉덩이, 등을 아무런 반항도 못한 채 맞은 내가 참 부끄럽고 한심스럽다. 더군다나 친구인 ○○이도 말리지 못한다. 힘이 없기 때문이다.

이군의 정신과 육체는 날이 갈수록 피폐해져갔다. 친구들의 폭행뿐만 아니라 괴롭힘도 도를 넘기 시작했다. 분필로 교복에 떡칠을 하는 바람에 옷이 성할 날이 없었다. 학용품 빼앗기, 도시락 반찬 뺏어 먹기 등은 매일 반복되다시피 했다. 친구들의 폭행에서 자유로운 날은 오로지 주말뿐이었다. 그에게 주말은 ‘해방구’였던 셈이다. 학교 가는 날을 ‘지옥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루는 자신이 얼마나 맞고 다니는지 ‘맞는 부위’를 일기장에 적었다. 그러면서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며 극단적인 분노를 표출한다.

2011년 3월11일 금요일

오늘은 드디어 이번 주의 마지막 날이다. 김○○과 안○○ 이런 애들은 계속 나한테 놀리고 때리고 그런다. 그리고 정○○은 나에게 분필을 묻히는 등의 심한 장난을 친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만날 맞고 산다. 생각해보면 나도 참 불쌍한 인생이다. <맞는 부위> 머리 : 심하게 맞는다. 최근 들어 감각이 사라진다. 가슴 : 맞으면 죽을 것 같다. 배 : 맞으면 설사 등 복통이 심하다. 엉덩이 : 제대로 앉지도 못한다. 등 : 몸이 깨질 것 같다. <이런 애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언어적 폭행.

이군은 괴롭힘과 폭행을 당한 지 18일 만에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진다. 3월21일에는 ‘내 기억력이 점점 흐려진다. 초등학교 때에는 어렸을 때 있었던 일도 기억이 났는데, 요즘은 하루 전 일도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라고 적고 있다. 친구들의 도를 넘는 괴롭힘에 수치심까지 느낀다. 4월29일 일기장에는 ‘정○○이 쉬는 시간에 내 성기를 만졌다’라며 성추행을 당했다고 적고 있다. 이때부터 거의 매일 ‘성기를 만졌다’ ‘성기 가지고 장난 친다’ ‘성기를 찼다’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2011년 4월29일 금요일

오늘은 정○○이 내 성기를 만지고 김○○ 서클과 같이 나를 때렸다.(머리, 가슴, 배, 등, 엉덩이) 그리고 김○○ 서클과 같이 분필 던지고 묻히고(머리에다가) 최○○와 같이 욕해대고. 학교 가기 싫다.

이군은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한다. 4월7일에는 “정말 죽고 싶다”라며 ‘죽음’에 대한 동경을 하는가 하면 같은 달 30일에는 “쉬는 시간, 점심 시간, 학교 끝나고 괴롭힌다. 이런 내가 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라며 점점 자살 유혹에 빠져든다. 5월4일에는 “언어 폭력까지 괴로운데, 정○○이 성추행까지 해서 더 괴롭다”라고 적고 있다. 

친구들의 괴롭힘과 폭행은 고문 수준으로 발전했다. 5월13일에는 ‘따가운 정전기가 나오는 총으로 온몸을 쐈다’라는 대목이 있다. 단순 폭행과 괴롭힘에서 성추행으로 급기야 ‘장난감 정전기 총’까지 등장한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 5월13일 금요일

쉬는 시간에 김○○이 머리 때리고, 김○○, 안○○, 신○○, 박○○, 정○○이 배, 가슴, 옆구리, 등, 엉덩이를 때리고, 최○○는 욕해대고 놀리고, 정○○이 끝나고 남으라 해서 이○○ 집에 억지로 끌려갔다. 가자마자 나한테 욕하고 엉덩이 걷어차고, 발로 배 때리고 눕혀놓고 때렸다. 그리고 이○○이랑 놀지 말라고 하고 각서를 쓰게 하고 따가운 정전기가 나오는 총으로 무릎이며 온몸을 쐈다. 집으로 가니 학원 가는 날인데 늦었다고 아빠는 화냈다. 이런 사실을 얘기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이렇게 학교 폭력이 난무했지만 담임교사는 큰 힘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폭력을 보고도 외면했다고 한다. 이군은 이런 담임교사를 원망하기까지 했다.

2011년 5월19일 목요일

김○○ 서클이 머리, 등, 가슴, 배, 엉덩이를 때리거나 찼다. 선생님도 교실에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나 관심도 없고, 혼도 안 내고 나를 안 도와준다. 원망스럽고 정○○은 내 오렌지를 먹었다. 짜증난다.

이군은 친구들의 폭행에 시달린 나머지 부모에게 털어놓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심적 갈등을 한다. 자신보다는 부모의 처지를 먼저 생각했다. 그리고 친구들의 보복이 두려워 말을 꺼내지 못했다.

2011년 6월4일 토요일

폭력과 성추행을 말하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난다. 아빠는 수술해서 회복 중이고 엄마한테 창피해서 말할 용기가 안 난다. 복수할까 봐 무서워서 그렇다.

친구들의 괴롭힘과 폭행이 석 달을 넘기면서 이군은 심경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가해 학생들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극에 달하고 복수의 대상으로 삼는다. 일기에는 ‘너희들 내가 다 복수할꺼야. 두고 보자’ ‘너희는 심판을 받게 되겠지. 언젠가는…’ ‘너희들이 인간이냐. 짐승만도 못한 놈들. 다 죽어라…’라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7월에 들어서면서 이군은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다. 친구들의 폭행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다가 곧 한계에 부딪힌다. 일기의 양도 부쩍 줄어든다. 그나마 여름방학이 친구들의 폭력을 견디는 유일한 버팀목이다.

2011년 7월19일 화요일

방학이 하루 남았다. 정○○의 주먹질도 성추행도 참아냈다. 버티자….

이군의 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다. 그 뒤에도 친구들의 폭행은 계속되었다. 오히려 괴롭힘과 따돌림은 심해졌다. 이군에게 왜 일기를 계속 쓰지 않았느냐고 묻자 “애들한테 맞으면서 머리가 멍하고 기억력도 희미해졌다. 같은 일(폭행과 괴롭힘 등)이 반복되어서 쓸 필요성도 못 느꼈다”라고 토로했다.

이군은 ‘광활한 정글과도 같은 교실’에서 혼자였다. 친구도, 선생님도, 학교도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았다. 지난 1월3일 ㄱ중학교가 강서교육지원청에 보고한 문건을 보면 교내 폭력에 대해 학교가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담임교사는 지난해 4월에 세 차례에 걸쳐 이군과 상담을 했다. 그런데 상담 내용이 놀랍다. 이군이 아이들을 괴롭혀서 상담한 것으로 되어 있다. ‘같은 반 학생들이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에 장난이 심하고 사소한 일로 툭툭 치고받는 것이 습관화되어 수차례 담임교사가 지도했다’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담임교사는 이군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보고 상담 지도를 한 것이다.

이군과 이군의 부모는 학교측의 소극적인 태도에 분노했다. 아버지 이씨는 “학교에서 적절하게만 대처했더라도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다. 나도 조용하게 끝내려고 했다. 그런데 학교측은 축소, 은폐, 거짓말 등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관계 기관에 진정서를 낸 것이다. 또 우리를 무슨 돈이나 뜯어내려는 사람들로 매도했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정신과 주치의 “6개월 이상 전문 가료 필요”

   
이군의 가족들은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위는 병원 진단서와 약 봉지. ⓒ 시사저널 유장훈
이군의 가족들은 지난해 12월10일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처음에는 동네 병원에 갔으나 의사가 상태가 심각하다고 “대학병원으로 가라”라며 소견서를 써 주었다고 한다. 현재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과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치료를 받고 있다. 주치의인 채정호 교수의 소견에 따르면 ‘현 상태로 보아 향후 6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정신건강의학과적 전문 가료가 필요하다. 임상 결과에 따라 치료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라고 한다.

이군의 아버지는 기자에게 병원 진단서와 약 봉지를 꺼내놓으며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 이 아무개씨(39)는 “애가 폭행당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무기력해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괜히 우울하고 자다가도 일어나서 눈물을 흘린다. 애만 보면 슬퍼지고 머리가 멍해지고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다. 우리 가족은 지금 패닉 상태이다”라고 하소연했다. 학교 폭력이 한 가족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해 학생들, 사과는 했지만…  

   
이군을 집중적으로 괴롭힌 정 아무개군의 자필 진술서. ⓒ 시사저널 유장훈
이군을 집단으로 괴롭히고 폭행한 학생들은 일곱 명(남자 6명, 여자 1명)이다. 이 중 폭행을 주도한 정 아무개군은 탈북 학생이다. 정군은 이군의 집에도 서너 번 놀러왔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8일 학교 근처에서 이군을 폭행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정군은 폭행 다음 날인 9일에 이군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이군을 폭행했다는 ‘자필 진술서’를 썼다. 기자가 입수한 진술서에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이군에게 협박·폭행했다고 인정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ㄱ중학교가 강서교육지원청에 보고한 문건에는 이군 아버지가 정군에게 ‘가해 사실을 진술하도록 강요해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진술했다’라고 되어 있다. 사건 축소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1월5일 오후에는 ㄱ중학교 생활지도 교사가 나머지 가해 학생 6명의 자필 사과문을 받아서 이군의 집을 방문해 전달했다. 여기에는 ‘장난으로 한 것이다. 미안하다’라는 사과 내용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일부 가해 학생 부모도 이군 부모에게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가해 학생들의 자필 진술서는 경찰에서 수사 참고 자료로 가져갔다.

하지만 이군의 부모는 가해 학생들의 사과문이나 부모들의 행동에 대해 “진정성이 없는 구색 맞추기”라고 잘라 말한다. 피해 당사자인 이군은 “(사과문을 보고) 뻔뻔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홉 달 넘게 괴롭혀놓고 달랑 사과문 한 장 써서 가져오면 용서가 될 것 같았느냐”라며 불쾌해했다. 최근에 문제가 불거지니까 떠밀려서 하는 행동이라고 보는 것이다.



ㄱ중학교 교장 “조사 결과 나오는 대로 조치 취할 것” 

ㄱ중학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군 아버지가 관계 기관에 진정서를 내고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1월4일에는 교감과 여교사가 이군 집에 찾아왔으나 만남을 거부해 문전박대를 당했다.

다음 날인 5일 오전에는 담임인 정 아무개 교사와 도덕교사가 찾아왔다. 그날 밤에는 ㄱ중학교 교장과 담임교사가 재차 찾아왔다. 이군의 아버지는 “교장과 담임이 찾아와서 ‘(폭행 사실을) 지난해 중순쯤에 알았고, 이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ㄱ중학교 교장은 학교측 입장을 간단하게 표명했다. 그는 “지금은 경찰서로 넘어갔으니 객관적으로 조사할 것이다.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학교도 조치할 예정이다. 지금은 아이들이 많이 놀란 상태이다. 피해자도 그렇고 가해자도 치료를 해야 한다. 학교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 활동을 하겠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아픔을 겪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 학교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상의 목적이다. 앞으로 아이들을 더 열심히 잘 가르치겠다는 생각뿐이다. 다시 한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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