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등록제가 ‘불법’ 쫓아낼까
  • 반도헌│미디어평론가 ()
  • 승인 2012.02.1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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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위반 등 적발 시 ‘삼진아웃’ 적용도 콘텐츠 저작권자들에게 새로운 수입원 기대

ⓒ 시사저널 이종현

웹하드와 P2P 업체들이 지상파 방송사 및 콘텐츠 저작권자들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웹하드 등록제가 명시되어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이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1월21일부터 시행한 웹하드 등록제에 따라 기존 웹하드·P2P 사업자는 6개월 이내에 등록을 완료해야 한다. 3억원 이상의 자본금, 불법 저작물과 청소년 유해 정보 유통 방지 및 정보 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 실시 계획, 불법·유해 정보, 불법 저작물 유통 모니터링을 위한 24시간 상시 모니터링 요원 배정 계획 등 일정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사업 등록이 어렵다. ‘삼진아웃’ 제도가 도입되면서 저작권법 위반 등으로 3회 적발될 경우 서비스를 폐쇄하는 조치가 이루어진다. 웹하드 등록제가 시행되면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폐해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웹하드 다운로드 서비스의 신뢰성이 높아지고 지상파 방송사를 포함한 콘텐츠 저작권자와의 정확한 수익 배분이 이루어지게 되면 새로운 콘텐츠 유통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상파 방송 3사의 방송 콘텐츠 유통업체인 KBSi, iMBC, SBS콘텐츠허브는 2009년부터 웹하드·P2P 업체들과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각 방송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70~100개 웹하드 업체가 합법적으로 지상파 방송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웹하드 업체를 통한 매출 규모를 공개하기를 꺼리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각 방송사별로 연간 매출액이 약 1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웹하드 업체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 제휴 콘텐츠의 경우 매출액의 60~70%가 방송사의 몫으로 지급된다”라고 말했다. 판권료와 필터링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제외하더라도 연간 수십억 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5월 이후 웹하드 업체 등록이 마무리되면 지상파 방송사가 웹하드 업체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사와 웹하드 업체 간 제휴가 더욱 활발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로서는 콘텐츠 유통 창구 확대를 마다할 이유가 없고 웹하드 업체로서는 킬러 콘텐츠인 지상파 프로그램 유통을 포기할 수 없다. 삼진아웃제 도입으로 웹하드 업체가 불법적 다운로드를 방치할 여지도 줄어들었다.

인터넷 사용자의 콘텐츠 소비 행태 바꿀 듯

웹하드 등록제는 지상파 방송사의 전체 프로그램 판매 수익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그램 판매 수익은 지상파 방송사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11월15일 발간한 ‘2011년 방송 산업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의 방송 프로그램 판매 수익은 3천3백62억원으로 전체 방송 사업 수익의 9.2%를 차지했다. 프로그램 판매 수익은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에 제공하는 재송신 수익과 유료 방송, N스크린서비스, 모바일 서비스 등에 제공하는 VOD를 통해 얻어지는 판권 수익을 말한다. 광고 수익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방송사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입원이다. 올해부터는 케이블TV로부터 재송신 대가를 받게 되고 다운로드 서비스 사용이 늘어나면서 프로그램 판매 수익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웹하드 업체를 통해 이루어진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콘텐츠 유통 시장이 왜곡되어왔다. 합법 다운로드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콘텐츠 소비의 많은 부분이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이루어지면서 저작권자들은 수익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웹하드 등록제 정착으로 불법 다운로드 창구가 줄어들면 수익 손실이 줄어들게 되어 콘텐츠 다운로드 시장 전체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합법 다운로드의 정착으로 웹하드 사용자들이 IPTV, 케이블TV, 모바일 기기 등 좀 더 다양한 창구를 통해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인터넷 사용자의 콘텐츠 소비 행태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풍선 효과’ 등 부정적 전망도 있어

웹하드 등록제를 반기는 것은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한때 무너지다시피 했던 국내의 영화 부가 시장은 최근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 부가 시장 규모는 국내 극장 전체 매출액 1조2천3백63억원의 약 12% 수준인 1천4백11억원으로 추정되었다. 9백10억원을 차지한 IPTV의 급성장이 한몫했다. 61억원을 기록한 모바일 다운로드의 성장도 눈에 띈다. 웹하드 등록제 실시로 웹하드를 통한 합법 다운로드가 활성화되면 영화 부가 시장의 성장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웹하드 등록제 도입이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것은 아니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웹하드 등록제가 풍선 효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웹하드 등록제가 실시되면 자격을 갖추지 못한 영세 업체를 중심으로 불법 다운로드 제공이 더욱 극성을 부릴 수도 있다. 과거에도 일부 웹하드 업체는 고의적인 법인 변경 및 폐쇄, 신설 등을 통해 단속에서 빠져나가는 식의 반복되는 행태를 통해 불법 다운로드 사업을 이어갔었다. SBS콘텐츠허브의 한 관계자는 “웹하드 등록제가 시행되면 자격을 갖추지 못한 업체가 숨어들어 예전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작권자 입장에서 제휴 웹하드 업체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 제휴 콘텐츠임에도 필터링을 우회하거나 다운로드 정산을 누락하는 식으로 불법 수익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한 단속도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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