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돈 구설', 아들에게도 옮겨붙나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2.02.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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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가 이사로 있는 싱가포르 헤지펀드 ‘브림’ 관련 의혹 모락모락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과 그의 아들인 이지형씨(작은 사진). ⓒ 시사저널 유장훈(왼쪽), ⓒ 뉴시스(오른쪽)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전 보좌관 박배수씨를 비롯한 보좌진의 ‘수상한 돈’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의원의 아들 이지형씨가 마케팅 담당 이사로 근무하는 싱가포르 헤지펀드 회사 ‘브림’(Brim ; Blue Rice Investment Management)도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브림’은 아시아 기업의 회사채에 투자하는 아시안 크레디트 펀드(Asian Credit Fund)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브림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투자공사(KIC) 투자운용본부장(CIO)을 지낸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구안 옹(Guan Ong)이 2009년 12월 설립한 회사이다. 구안 옹은 KIC CIO로 재직하던 2008년 1월 미국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가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1조4천억~1조8천억원의 평가손을 발생시킨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KIC 투자는 준법 감시인의 투자 검토도 하지 않은 채 일주일 만에 투자가 결정되어 절차상에 문제가 있었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브림의 설립 자본금 출처에 의문 제기

아시아 금융계의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구안 옹은 공학도 출신이다. 1986년 영국의 대표적인 공과대학인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전자 엔지니어링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크레디트 스위스 증권’의 영국 런던 지점에서 근무한 것을 필두로 20년 이상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 브림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는 스웨덴에 경제 위기가 불어닥쳤던 1993년부터 1994년까지 스웨덴 정부의 재정 자문역을 맡았고, 1998년부터 2006년까지는 푸르덴셜 금융그룹의 홍콩·싱가포르·한국 지사 등에서 글로벌 투자 총괄책임자 등으로도 근무했다. 

구안 옹의 사업 파트너인 이지형씨는 지난해 7월부터 싱가포르 브림에서 일하고 있다. 브림 홈페이지에 소개된 지형씨의 이력은 이렇다. 1990년 서울대 법대, 1993년 미국 미시간 대학 MBA를 졸업했다. 2000년 맥쿼리 IMM 자산운용 설립 때 파트너로 참여해 대표까지 역임했으며,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대표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지형씨의 영문 이름은 ‘Jay Lee’이다.

싱가포르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 지형씨는 ‘다국적 금융회사에 종사하는 한국인 Jay Lee’로만 통한다. 이상득 의원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아는 교민은 별로 없다는 전언이다. 싱가포르 현지의 한 교포 언론인은 ‘이상득 의원의 아들인 이지형씨를 아느냐’라는 <시사저널> 기자의 물음에 “‘이지형’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라고 했다. ‘혹시 ‘Jay lee’는 알고 있느냐’라고 다시 물었더니, “두 차례 정도 만난 적이 있는데 말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그에게서 Brim 회사의 명함도 받았는데, 지금까지 Jay Lee가 이상득 의원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라고 말했다. 이 언론인은 구안 옹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라고만 말했다. 싱가포르의 또 다른 교민은 “지형씨가 싱가포르 현지에 있는 다국적 은행 사람들과는 정보 교류 차원에서 별도의 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의도 정가에서 최근 들어 ‘브림’의 설립 자본금 출처와 우리투자증권에서 대출받게 된 경위 등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주승용 민주통합당 의원은 “브림을 누가 설립했는지, 무슨 돈으로 설립했는지 베일에 싸여 있다. 금융감독원이나 검찰에서 브림의 설립 자본금 4천억원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우리투자증권이 2009년 11월30일 브림에 2천만 달러를 투자한 것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이 많다. 우제창 민주통합당 의원은 2월7일 보도 자료를 내 “KIC의 CIO로 재직할 때 무려 15억 달러의 투자 손실을 발생시킨 장본인(구안 옹)이 운영하는 헤지펀드에 2천만 달러를 투자한 목적과 배경에 의혹이 제기된다. 우리투자증권이 운용하는 헤지펀드가 모두 9천5백만 달러 규모인데 이 가운데 20%가 넘는 금액을 실적이 검증되지 않은 신생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무리이다. 우리투자증권이 이지형과 구안 옹을 보고, 2천만 달러를 브림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왜 2천만 달러나 투자했을까

구안 옹 한국투자공사 투자운용본부장이 2008년 10월21일 한국투자공사 등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에 대해 우리투자증권측은 “브림 투자는 신규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자가 누릴 수 있는 펀드 수수료 수입의 20%를 획득할 수 있으며, 구안 옹은 ‘푸르덴셜 자산운용 아시아’에 재직할 때 아시아 회사채 분야의 전문가로 실적이 우수했기 때문에 투자했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제창 의원은 “카메룬 다이아몬드 매장량 과장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CNK가 2011년 2월22일 ‘크레디트 스위스 증권’ 싱가포르 지점으로부터 1천만 달러(약 1백20억원)를 대출받는 과정에 브림이 개입되었다”라고도 주장했다. 우의원이 이런 주장을 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CNK 오덕균 대표는 2011년 2월25일 주주총회에서 “(2011년) 2월22일 세계적인 금융기관인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 싱가포르 지점으로부터 미화 1천만 달러를 조달했다.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에서 우리 회사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한 결과 ‘사상 처음’으로 중소기업에 대규모 대출을 결정했다”라고 발표한 바 있는데, 우의원은 이에 대해 “오덕균 대표가 당시 주총에서 발언했듯이, 크레디트 스위스가 중소기업에 제공한 ‘최초’의 여신을 CNK가 받았다는 점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CNK 대출에는 브림의 구안 옹과 이지형이 개입되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그동안 갖가지 의혹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던 이지형씨가 반격에 나섰다. 이씨측은 2월8일 일부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KIC의 2008년 메릴린치 투자 손실에 이지형씨가 개입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보도 등) KIC 건뿐만 아니라 인천공항공사 매각 등 허위 정치 공세에 관해 금융인으로서 정치 공세에 휩쓸리는 것을 우려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제창 의원의 CNK 대출과 이지형씨와의 관련설처럼 허위 사실이 계속 확대되고 있어 개인의 명예뿐만 아니라 소속 회사에도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법적인 조치 등을 포함해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다”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향후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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