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부산, 표심도 요동친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2.21 02: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저널>, 격전지 5곳 긴급 여론 조사 / 사상, ‘문재인 돌풍’ 예상보다 거세…북·강서 을과 사하 을에서도 야당 강세

부전시장이 위치한 부산진구는 이번 총선의 격전지 중 한곳으로 꼽힌다. ⓒ 시사저널 유장훈

부산 민심이 요동하고 있다. 19대 총선을 계기로 야당이 약진하는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은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주요 격전지로 통하는 부산 사상, 북·강서 을, 사하 을, 부산진 갑, 부산진 을 등 다섯 개 지역구 주민 2천5백명을 대상으로 2월14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는 ‘지각 변동’이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야풍(野風)’의 중심지는 사상이었다.

■ 부산 사상 터줏대감 권철현도, 전략 공천 홍준표도 ‘문풍’ 앞에서는 맥 못 춰

현재 상태라면 새누리당에서 어떤 후보를 내세우더라도 ‘문풍(文風)’을 잠재우기란 쉽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지난 1996년 사상 선거구가 처음 생긴 이래 신한국당·한나라당 등 온통 청색 물결이었던 이곳이 지금 황색으로 바뀌고 있다. 지역구 현역 의원인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5~17대 이 지역에서만 내리 3선을 했던 터줏대감 권철현 전 주일 대사는 출마설만 나돌 뿐, 아직 본격적인 출마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권 전 대사는 이번 <시사저널>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비해 지지율이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 전 대사 32.5%, 문고문 55.5%로 나타났다. 무려 23%포인트 차로 오차 범위를 크게 벗어난 수치이다.

한때 서울에서 ‘거물급 전략 공천설’이 나돌면서 유력하게 거론되었던 홍준표 전 대표(29.6%) 역시 문고문(55.5%)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5.9%포인트 차로 간격은 더 벌어졌다. 홍 전 대표는 “부산 사상 출마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출마설을 부인했다. 역시 전략 공천설이 나오고 있는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역시 문풍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27.1% 대 55.2%로 격차는 28.1%포인트로 벌어진다.

현재 지역구에서 여당 예비후보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이는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여당의 불모지였던 전남도지사에 출마해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어낸 뚝심으로 문풍을 잠재우겠다”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으나, 26.8%의 지지율에 그치며 문고문(53.6%)에게 26.8%포인트 차로 뒤졌다.

문고문의 힘은 ‘새누리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와의 맞대결’ 조사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46.7%의 지지율로 새누리당 후보(35.3%) 지지율을 11.4%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이 지역 정당 지지율이 새누리당 47.7%, 민주당 28.1%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고문 개인의 인기가 상당한 수준임을 실감케 한다.  

 

  

■ 부산 북·강서 을 허태열·나성린 의원 모두 문성근과의 맞대결서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

‘문재인 바람’은 바로 옆 지역인 북·강서 을로 이미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문성근 민주당 최고위원의 상승세도 거세다. 당초 부산에 아무런 지역적 연고도 없는 문최고위원이 이곳에서 출마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예상치 못했던 돌풍이다. 

부산 사상구에서 유세를 하고 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왼쪽)와 김대식 새누리당 예비후보(오른쪽). ⓒ 시사저널 유장훈

자연히 새누리당에서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만 내리 3선을 했던 허태열 새누리당 의원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시사저널> 여론조사에서 문최고위원은 허의원과의 가상 맞대결에서 45.8% 대 39.6%로, 6.2%포인트 차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허의원 주변에서 불출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허의원이 불출마할 경우, 그 대안 카드 중의 하나로 거론되는 나성린 비례대표 의원 역시 아직은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한 모습이다. 32.1%에 그치며 문최고위원(46.5%)과의 격차는 오히려 14.4%포인트로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한때 이 지역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박상헌 전 부산시장 정책특별보좌관 역시 문최고위원과의 가상 맞대결에서 29.9% 대 48.3%로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보좌관은 새누리당 공천 신청에서 지역구를 북·강서 을에서 부산 서구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도읍 변호사의 경쟁력이 만만찮은 것으로 드러났다. 41.8%로 문최고위원(42.1%)과 거의 박빙으로 나타났다. 김변호사는 부산지검 부장검사를 끝으로 지난해 2월 검찰을 떠나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풍이 거세기는 하지만 ‘새누리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가 맞붙을 경우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서는 새누리당 후보(44.2%)가 야권 단일 후보(42.0%)에 비해 약간이나마 여전히 앞서 있다는 점도 향후 상당한 격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문최고위원은 역시 40대 이하 연령층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고, 특히 가락·녹산·명지·천가동 지역에서 지지율이 높았다. 반면, 김변호사는 50대 이상 고연령층과 대저1·2동 및 강동동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 사하 을 지역 3선 노리는 조경태 의원, 거론되는 모든 여권 후보와의 맞대결서 앞서

사하 을은 부산에서 민주당의 ‘성지’이자 ‘최후의 보루’로 통한다. 지난 17대 총선 때도, 18대 총선 때도 민주당은 부산에서 전멸을 당했지만, 간신히 이 한 곳에 황색 깃발을 꽂을 수 있었다. 그 주인공은 조경태 의원이었다. 사하 을 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탓도 있지만, 전국 최연소 출마 기록을 세운 15대 총선 때부터 시작된 그의 지역구 관리는 정평이 나 있다. 조의원의 당선을 두고 여당에서는, 당시 여권 후보들이 분열된 탓에 어부지리 효과를 얻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조의원의 당선 득표율이 17대(38.8%)와 18대(44.9%) 모두 과반수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 지역 3선을 노리는 조의원의 경쟁력은 더욱 커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시사저널> 여론조사 결과, 조의원은 현재 이 지역 내에서 여권 후보 중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경윤호 전 대통령직인수위원과의 가상 맞대결에서 51.9% 대 32.4%로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19.5%포인트 차이다. 

새누리당은 이 지역에서 전략 공천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한다. 한때 2004년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 IOC 위원의 출마설도 지역에 떠돌았으나, 문위원은 자신의 모교이자 현재 교수로 몸담고 있는 동아대가 있는 사하 갑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부산의 다른 지역구를 염두에 두고 있던 영남 출신의 중앙 부처 차관급 인사들이 거론되는 실정이다. 설동근 전 교과부 차관이 대표적인데, 그 역시도 조의원과의 맞대결 조사에서 33.8% 대 49.3% 열세로 나타났다. 

백운현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과 이재균 전 국토해양부 차관은 조의원과의 맞대결에서 지지율이 더 낮게 나타났다. 백 전 부위원장은 26.2%, 이 전 차관은 27.5%에 각각 그친 반면, 조의원은 50%를 훌쩍 넘기며 격차를 벌려나갔다.

조의원은 ‘새누리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가 맞붙을 경우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서도 42.2%를 얻어 새누리당 후보(37.7%)를 앞섰다. 현재의 지역 정서로 볼 때는 여권에서 어떤 후보를 내세우더라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도 정당 지지율에서는 역시 새누리당(45.9%)이 민주당(24.4%)을 크게 앞섰다. 따라서 20% 안팎의 부동층이 어떻게 움직이느냐는 것도 관건이 될 듯하다.

조의원의 경쟁력은 20~40대 연령층은 물론, 50대층에서도 여권 후보의 지지율을 앞선다는 데에 있다. 지역별로도 고르게 앞서는데, 특히 다대1·2동에서 압도적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에 비하면 신평1·2동과 감천1·2동, 구평동에서는 상대적으로 강세가 덜한 편이다. 

 

■ 부산진 갑 부산의 새로운 ‘정치 1번지’ 상징성 탓에 관심 뜨거워

부산진구는 부산 지역의 한가운데에 있다. 부산의 최대 번화가인 서면이 있는 등 부산의 새로운 정치 1번지로 통한다. 한때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부산진 갑 출마를 고려했을 정도로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하지만 이 지역은 특히나 민주당이 맥을 못 추는 지역이기도 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부산진 갑과 을에 각각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정해정 후보와 이덕욱 후보는 나란히 13.4%의 득표율로 한나라당은 물론 선진당(또는 무소속) 후보에도 뒤진 채 3위에 그친 바 있다. 민주당에서는 ‘낙동강 바람’이 사상과 사하를 넘어 부산진까지 불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기대한다. 반면 새누리당은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그래서 부산진구는 더욱더 주목을 받는다.      

김영춘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그동안 재선을 했던 서울 광진 을 지역구를 떠나서 부산진 갑을 선택한 것 역시 이 지역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낙동강 벨트’와는 달리, 부산진구에서는 여전히 새누리당의 강세 현상이 견고해 보인다. <시사저널> 여론조사에 나타난 새누리당 허원제 의원과 민주당 김 전 최고위원의 가상 맞대결 결과는 44.4% 대 35.0%로 허의원의 9.4%포인트 차 우세였다. 그러나 새누리당 역시 예전에 비한다면 이 수치로 확실한 우세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일까. 허의원을 대신해서 공천을 받겠다는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의 경쟁이 사뭇 치열하다. 권기우 변호사, 정근 부산시의사회장, 김청룡 전 부산시의원 등이 활발하게 지역구를 누비고 있다. 이들 세 후보 역시 모두 김영춘 전 최고위원과의 가상 맞대결에서 앞서고 있다. 오히려 현역인 허의원보다 그 격차를 더욱 벌리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의 가상 맞대결 조사에서는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졌다. 새누리당 후보가 54.8%로 야권 단일 후보(25.8%)에 비해 두 배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 또한 새누리당이 59.2%로 민주당(22.8%)을 크게 압도했다. 낙동강 바람이 아직 부산진 지역에까지는 미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 지역에서 나타나는 한 가지 특징으로는 유독 40대층에서만 민주당 김 전 최고위원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40대 유권자층에서 여권의 네 후보를 모두 앞섰다. 그것도 김청룡 전 시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오차 범위를 벗어나서 크게 앞서고 있었다. 반면 20·30대층에서는 여권 후보들이 다소 우세했다. 일반적으로 야당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2030세대의 향후 표심이 어떻게 변할지도 주목된다. 지역별로도 새누리당 후보들이 전 지역에서 고르게 우세한 가운데, 김 전 최고위원은 상대적으로 당감2·3·4동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 부산진 을 김정길, 이종혁 의원에게는 열세…다른 세 여권 후보와는 박빙 승부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인 김정길 전 행자부장관은 부산 영도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다. 이 지역에서 재선을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말 사석에서 기자에게 “내년 총선에는 영도에 출마하지 않겠다. 내가 2010년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나와서 45%의 득표율을 올린 만큼 부산의 정치 1번지에서 바람을 일으키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부산진 갑에 김영춘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미리 내려와 있는 점을 감안해 부산진 을을 선택했다. 그러자 지난 18대 총선 때 이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덕욱 변호사가 반발하고 나섰다. 김 전 장관은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시사저널>의 이번 여론조사 결과, 김 전 장관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 입증되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로 거론되는 네 명의 여권 후보와 각각 가상 맞대결 조사를 했는데, 현역인 이종혁 의원에게만 뒤졌을 뿐, 나머지 세 후보와는 오차 범위 내 접전이거나 사실상 박빙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장관(34.0%)은 이의원(45.3%)과의 맞대결에서는 11.3%포인트 차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 17대 때 이 지역에서 당선한 바 있는 이성권 전 의원과는 오차 범위 이내인 3.4%포인트 차 열세에 불과했고, 선진국민연대 부산공동대표를 지낸 바 있는 강치영 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장과 김영재 전 부산광역시의회 부의장과의 가상 맞대결에서는 거의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도 ‘새누리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의 맞대결’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51.4%로 월등히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 또한 새누리당(56.2%)이 민주당(21.1%)을 압도하고 있다.

부산진 을 지역의 연령별 지지율은 일반적인 ‘고여저야’(高與底野) 현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 전 장관은 40대 이하의 저연령층에서, 이의원 등 새누리당 후보들은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에서 강세가 두드러졌다. 지역별로도 그다지 편차가 없었다. 반면 성별 편차가 유독 눈에 띈다. 즉 김 전 장관의 경우 남성 유권자들에게는 모두 40%대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얻었으나, 여성 유권자들에게서는 20%대이거나 30%대 초반의 저조한 지지율에 그쳤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