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학자들, ‘한류 원천’에 빠지다
  • 도쿄·임수택│편집위원 ()
  • 승인 2012.02.28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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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대학원생·연구원 등 30여 명 방한…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전략 등 탐구

“일본의 AKB48, 한국의 소녀시대, 카라와 같은 아이돌 그룹들은 각각이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마치 제품을 찍어내는 느낌이다. 마이클 잭슨이나 휘트니 휘스턴은 카리스마가 넘쳤다. 아시아와 유럽 음악 중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큐브 엔터테인먼트 홍승성 사장의 강의가 끝나자마자 고토 요시히로 일본경제신문편집위원은 K팝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어 컨설팅 회사 PWC(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 출신의 가네코 토모아키 회계사는 “K팝이 성공한 요인과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지난 2월19일 일본 아시아 대학 아시아 국제경영학회와 아시아 콘텐츠비지니스연구회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한국 소프트파워의 원천’ 연구를 이 대학 출신 교수와  대학원생 그리고 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 등 30여 명이 한국을 찾았다. 주제는 한국의 소프트파워 특히 한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글로벌 전략에 대한 탐구였다. 이들은 한국 소프트파워의 원천은 무엇인지, 어떻게 K팝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많이 했다. 세미나가 끝나고 이루어진 저녁 자리에서도 한국 사회를 알고자 하는 열기는 계속되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성공한 원인에 대해 질문과 토론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 2월20일 예술의전당을 찾은 일본 아시아 대학 교수·대학원생 등 방문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코난, 안빵맨 등의 캐릭터로 유명한 톰스엔터테인먼트 토츠카 마미 부장은 최근 한국의 에뛰드하우스 화장품 회사가 일본 신주쿠에 점포를 열어서 가 보았는데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뷰티키드 프로젝트와 콘셉트가 너무 잘 맞는 것 같아 한·일 공동으로 사업을 전개해 보고 싶어 이번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했다. 일본에도 화장품 회사가 많고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도 있는데 왜 한국 회사를 파트너로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한국 여성들은 패션 감각이 뛰어나고 아주 열정적이고 폭발적인 뭔가를 가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회사 외에 다른 나라와는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 콘텐츠비지니스 연구회 부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고우야마 토시미 부회장도 “한국인들은 의사 결정이 빠르고 글로벌 의식이 일본인과 다르다. 한국의 콘텐츠 산업을 좀 더 체계적으로 연구해 한·일 간에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학회 및 연구회원들은 19일 세미나에 이어 20일에는 예술의전당을 찾아 김장실 사장으로부터 한류 소프트파워의 역사적 배경과 콘텐츠 정책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김사장은 지금의 한류는 “역사적으로 다섯 번째 한류에 해당한다. 3백년마다 한류가 발원한다. 한류가 발원하는 것은 우리 민족이 천성적으로 즐길 줄 알며 끼가 있고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체계적 지원·관리로 만들어진 결정체” 실감

예술의전당 비즈니스룸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이게지마 교수(가운데). ⓒ 시사저널 박은숙
예술의전당 시설 견학을 마친 이들은 큐브엔터테인먼트사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단의 총괄 책임자인 이게지마 마사히로 교수는 개인적으로 한류 K팝 스타들의 노래를 아주 좋아해 가끔씩 듣는다. 일본은 아티스트를 꿈꾸는 사람도 많고 프로덕션도 많고 자금도 있지만 한류 K팝 같은 스타들이 배출되지 못한다”라며 인재를 어떻게 발굴하고 키워 글로벌 스타로 만들어내는지에 관심을 보였다.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이수현 부장은 “소속사 아티스트들은 처음에는 경험도 부족하고 다른 곳에서 밀려난 연습생 수준의 사람들이었지만, 인간적으로 신뢰를 보여준 점이 성공의 한 포인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아티스트를 뽑을 때 무엇보다도 어느 정도의 끼만 있다면,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라며 평범한 듯하면서도 쉽지 않는 인재 발굴 기준을 설명해주었다. 이게지마 교수는 세계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문화·역사·사회 등 다방면으로 철저하게 분석해 전략을 수립한다는 말을 듣고 일본의 대기업에 버금가는 훌륭한 자세라고 높이 평가했다.

한류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사들이 노력해서 인기를 끄는 것 정도로 알고 있던 이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서 한류가 글로벌로 확대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로 만들어진 결정체라는 것을 실감했다는 것이다.

 “한국 아티스트들의 임팩트, 일본보다 훨씬 큰 것 같다”  
이게지마 일본 아시아 대학 교수 인터뷰

이번 세미나를 총괄한 아시아 대학 교수이자 아시아국제경영학회 회장인 이게지마 씨에게 행사를 기획한 목적 및 성과에 대해 물었다.

방문 목적은?

아시아 국제경영학회와 아시아 콘텐츠비지니스연구회가 공동으로, 한류를 현장에서 체험하고 한류의 글로벌 전략을 배우기 위해서 왔다. 한국 정부와 산업계가 하나가 되어 어떻게 한류라고 하는 소프트파워를 발전시켜 가는지를 세미나와 현장 방문을 통해서 느끼기 위해서다. 일본의 경우에는 제조업과 기술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한국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참고하면 전체적으로 비즈니스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류 콘텐츠의 어떤 부분이 강하다고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음악을 좋아한다. 카라, 소녀시대가 지난해 <NHK 홍백전>에 나온 것을 보았는데 노래, 춤, 무대를 리드하는 카리스마 등이 뛰어났다. 그 프로그램을 본 많은 사람을 매료시켰다.

여러 곳을 방문했다고 하는데 소감은?

한·일, 한·중·일 간, 나아가 아시아 연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제 과거 역사적인 문제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야 할 절호의 시기라는 생각을 했다. 서울디지털대학교에서 한국의 온라인 교육 시스템에 대해 들었는데, 돌아가면 우리 대학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고자 한다. 한국 소프트파워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문화 정책에 대한 예술의전당 김장실 사장님의  강연에 대해 세미나에 참가한 많은 사람이 대단히 만족해했다. 우리 학회지에도 소개할 계획이다.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인재 발굴 및 육성 노하우를 들어보니 왜 글로벌 아티스트가 탄생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한류가 지속될 것으로 보나?

일본에 아이돌 그룹 AKB48이 있지만 한국 아티스트들의 임팩트가 훨씬 큰 것 같다. 재능, 피나는 노력, 글로벌 마케팅 전략, 프로 의식 등을 보면 한류는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학회는 서울 지부 이외에 상하이에도 지부를 두고 있다. 학회에서는 연구 말고도 인재 교육 및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번 한국 소프트파워 세미나를 통해 한국과의 인연을 더욱더 넓고 깊게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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