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회장, 삼성 무서워 기아차 인수 결정했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2.02.28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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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월20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현대그룹 신년 하례회에서 손님을 맞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 정몽구 회장. ⓒ 뉴스뱅크이미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은 지난 1998년 가을 정주영 회장에게 ‘기아자동차 공개 입찰’ 관련 사항을 보고했다. 기아차는 실적 악화 탓에 1997년 법정관리를 거쳐 1998년 4월 회사 정리 절차에 들어갔다. 기아차는 1998년 10월 국내 제3자를 상대로 공개 입찰 매각을 앞두고 있었다. 보고를 마치자마자 정회장은 바로 정세영 현대차 회장을 불렀다. 다음은 배석한 이익치 회장이 전하는 정주영 회장과 정세영 회장 사이에 나눈 대화 내용이다.

“기아차 매각 입찰이 곧 있다면서?”

“국내의 제3자에게 매각한다고 합니다.”

“자동차는 어떻게 하고 있어?”

“기아차 노조가 너무 강성이고 김선홍 회장이 수십 년 동안 기아차를 경영하면서 속이 너무 썩어 있는 것 같아서 자동차는 이번 매각 입찰에 불참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삼성이 지금 자동차 하고 있지? 닛산하고 하고 있나?”

“부산에서 닛산차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 많이 고전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기아차 인수하면 어떻게 돼?”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삼성은 돈도 많고 인재도 많아. 지금 삼성전자 반도체도 한국반도체인가 조그만 회사 인수해서 세계적인 회사로 키웠다. 삼성이 (기아차를) 가져가면 어떻게 되겠어? 그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전부 머저리만 앉아 있는 것 아냐? 내일모레 제 회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멍충이들만 있잖아.”

“삼성이 가져가면 심각해지죠.”

“그래서 내가 말하는 거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경솔하게 불참한다고 결정해? (중략) 꼭 가져오도록 해봐. 삼성이 가져가면 되겠어?”

“안 되죠. 경쟁자 키울 필요 없죠.”

“이제 제정신 돌아오는군.”

“하여튼 꼭 성공하겠습니다.”

정세영 회장은 기아차 매각 입찰에 참여했다. 기아차 인수가 확정되고 나서 정주영 회장은 기아차 화성공장에 방문했다. 이익치 회장은 “정주영 회장은 5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기아차 화성공장을 방문해 김선홍 전 기아차 회장이 세운 주행장, 공장 시설, 연구실을 둘러보고 너무나 좋아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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