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 전 현대차그룹 회장 “MK만은 절대 안 된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02.28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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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세영 회장(왼쪽)이 아들 몽규씨와 함께 1999년 3월 현대차 회장직에서 퇴진하겠다는 요지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 시사저널 임준선
고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지난 1967년부터 32년간 현대차를 이끌어왔다. 현대차 대표이사로서 인생 대부분을 현대차와 같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 1999년 현대차 경영진에서 물러났다. 후임자로 정몽구 현 현대차그룹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당시 언론에서는 ‘나흘 만에 끝난 정세영 쿠데타’라는 제목의 보도가 잇따랐다. 정 전 회장은 2월26일 주주총회에서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현대차의 경영권을 장악하려 했다. 이 시도가 무산되자 정세영 회장은 나흘 만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자서전에서 “정세영 회장이 사표를 제출한 것은 쿠데타가 아니다. 정세영 회장이 정몽구 회장에게 현대차를 넘기는 것에 대해 반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협화음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회장 자서전에 따르면 정주영 회장은 지난 1999년 초 정세영 회장을 만나 개성공단 내에 20만대 규모의 소형차 생산 공장을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개성공단 조성을 약속받은 터여서 어려움은 없었다. 정세영 회장이 주저주저하니까 자동차의 경영을 정몽구에게 넘기라고 지시했다. 당시 정세영 회장은 “정몽구는 절대 안 된다. 정몽헌에게 넘기라고 하면 기꺼이 내놓겠지만, 정몽구는 안 된다”라고 버텼다. 영어를 못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주영 회장은 “몽구가 부족한 게 있으면 내가 뒤를 봐주겠다. 그런 걱정 안 해도 된다. 시키는 대로 해”라고 말했다. 형의 단호한 지시에 정세영 회장은 결국 현대차 경영권을 정몽구 회장에게 내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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