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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팔책’ 승부수 던진 차기 지도자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중의원 선거 겨냥한 개혁안 발표…쉽지 않다는 우려에도 밀어붙일 태세

도쿄·임수택│편집위원 ㅣ 승인 2012.03.05(Mon) 21: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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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존황도막(尊皇倒幕). 황제를 옹립하고 막부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기세가 등등한 시기였다. 사카모토 료마는 아직도 막부를 지지하는 번(番)들이 많아 무리하게 무력으로 토벌할 경우 내란이 일어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간섭할 수 있기 때문에 조용하게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게이오 3년(1867년) 6월 나카사키에서 교토로 상경하는 도중 선상에서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고자 여덟 가지 신국가 체제의 기본 방침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선중팔책(船中八策)’이다. 막부를 무너뜨리고 명치유신을 이끄는 데 근간이 된 비책이었다.

통치 체제 근본적으로 바꾸는 구상 포함

그로부터 1백45년이 지난 지금 일본 사회와 정치를 개혁하고자 하는 현대판 비책을 담은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의 ‘유신팔책(維新八策)’이 주목되고 있다. 하시모토 시장은 지난 2월13일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자신이 대표로 있는 지역 정당 ‘오사카 유신의 회’ 정책의 근간인 ‘유신팔책’ 원안을 발표했다. 통치 기구 개혁에서부터 헌법 개정 그리고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회보장 제도 등 민감하고 혁신적인 문제들이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통치 개혁으로 도주제(道州制)를 도입하는 것과 지방교부세를 폐지하는 것이다. 도주제란 현재 1도(都), 1도(道), 2부(府), 43개 현(縣)으로 되어 있는 복잡한 지방 구조를 몇 개의 도주로 광역화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후쿠오카, 오이타, 사가, 나가사키, 쿠마모토, 미야자키, 가고시마 등의 현을 묶어 규슈 도(道)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오사카 시장 선거 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오사카를 도쿄 도(都)처럼 수도화하겠다는 계획과 관련해서는 우선 오사카 부와 시를 합쳐 오사카 도(道)를 만든 뒤 긴긴(近畿) 지역의 교토 부, 효고 현, 오카야마 현, 나라 현과 합쳐서 긴긴 도(都)와 같은 광역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국가 통치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되는 구상에는 여러 가지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국가 공무원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전에도 중앙 정부가 공무원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으나 국민들은 개혁다운 개혁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시모토 시장은 공무원 사회의 개혁 없이는 국가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오사카 부 지사 시절 지방 공무원들에게 “개혁하다 같이 죽자”라고 했던 데서 알 수 있듯이 공무원 개혁은 그의 소신이다. 그만큼 공무원 사회에 대한 개혁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말이다.

따라서 국가 통치 체제를 바꾸게 되면, 즉 현 43개 현으로 되어 있는 국가 구조를 도주제로 바꾸게 되면 자연스럽게 공무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도주제의 광역 도시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또 한 가지 목적은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각각의 현들이 적은 규모의 예산으로 사업을 하고 있어 제대로 효율성을 올리지 못하는 부분을 도주제를 실시하면 여러 현의 예산을 합쳐서 큰 규모의 예산이 되기에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는 각 현에서 기업 유치 담당을 두는 경우 각 현마다 최소 한 사람 이상이 필요하지만, 도주제로 바뀌면 한 사람이 그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 즉, 불요불급한 인력을 구조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주제에는 중앙 정부의 힘을 빼서 지방 정부의 권한을 좀 더 강화시키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하시모토 시장이 만든 ‘오사카 유신의 회’도 사실 지방 정부의 권력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포석 차원에서 만든 것이다.

도주제 시도는 국가 통치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어마어마한 일이다. 따라서 이를 실현해가는 데는 정치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시모토 시장이 ‘오사카 유신의 회’를 만들어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모으는 것도 바로 정치적 세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19일 일본 오사카 시청에 첫 출근한 하시모토 토오루 오사카 시장이 꽃다발을 받아들고 웃고 있다. ⓒ AFP 연합

기존 정당들, “부정적이고 과격한 주장” 비난

또 한 가지 ‘유신팔책’과 관련해 중요한 포인트는 사회보장 제도이다. 핵심은 최저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추후 수정이 있겠지만 연금, 고용보험, 생활보험 등 복잡한 사회안전망을 일원화하겠다는 제도이다. 현재 생활 보호 제도의 경우 일자리가 없으면 보호를 받지만 일하는 경우에는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 제도를 수정해서 일을 하더라도 국가가 정한 일정 수준의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보전해 주자는 것이다. 이는 근로 의욕을 향상시키고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의도이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된 법 정비 등 문제가 산적해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결단력 있는 하시모토 시장이라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와 차기 중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문제의 해법이 달라질 수 있다. 사회보장 제도에서 또 하나 중요한 내용은 연금 문제이다. 현재 일본의 40대는 본인들이 지급하는 금액이 미래에 받게 될 금액보다 더 크다. 따라서 현 연금 방식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먼저 보험료를 올려 사회보장비의 지불액보다 좀 더 높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흑자가 된 차액분을 적립해놓았다가 고령자 인구가 정점을 맞이할 때 적립금을 지불해간다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보험료의 지급액과 받는 금액을 거의 동등하게 해서 세대 간의 차이를 줄이자는 아이디어이다.

‘유신팔책’에는 국가 통치 체제나 사회보장 제도 개혁 이외에도 국민들이 총리를 직접 뽑는 공선제나 참의원 폐지, 헌법 개정 등 현실적으로 쉽지 않는 문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기존 정당들은 부정적이고 과격한 주장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정당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의 반응은 다르다. 지난 2월16일 시사통신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이 직접 선거로 총리를 뽑는 총리 공선제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이 73.6%로 압도적이다. 또 참의원 폐지에 대해서도 77%가 폐지해야 한다는 쪽에 찬성표를 던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당파층이 거의 70%에 이르고 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기존 정치와 정당에 대한 반발이다. 올 7월이나 9월 정도에 실시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중의원 선거에 나설 자신의 유신숙(維新塾) 생도들 3백명 정도를 모집한다고 발표하자 전국에서 3천명이 넘는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하시모토 시장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처럼 일본에서 큰 관심거리이다. 산케이와 FNN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의 차기 지도자 순위에서도 21.4%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국민들은 왜 하시모토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클까. 확고한 신념, 실행력,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화끈하고 명확하게 전달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기존 정치인들에게서 볼 수 없는 시원함을 그에게서 느끼고 있다. 다가오는 중의원 선거에서 하시모토당이 현실화될 경우,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유신팔책’을 밀어붙일 경우 일본 사회는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소용돌이가 일어날 수 있다. 그 잠재력이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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