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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슈퍼 화요일’은 없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최대 승부처에서 미트 롬니 신승 … 지루한 경선 레이스 예고

조홍래│편집위원 ㅣ 승인 2012.03.12(Mon) 17: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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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오하이오 주 프라이머리에서 자신을 추격하는 릭 샌터롬 전 상원의원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그는 이른바 ‘슈퍼 화요일’의 최대 승부처인 오하이오를 차지함으로써 오는 8월 플로리다 주 탬파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 수 있는 발판을 굳혔다. 그는 승리를 자축하는 연설에서 “이제 나의 상대는 오바마이다”라고 선언했다. 지지자들은 마치 11월 선거에서 롬니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환호했다.

그러나 아직은 꿈일 뿐이다. 3월6일 화요일(현지 시각) 미국 10개 주에서 실시된 프라이머리와 당원대회는 공화당 경선의 분수령이 아니었다. 오히려 길고도 짜증나는 경선 투쟁을 예고하는 암담한 화요일이었다.

대의원 분산으로 유력 후보 탄생에 ‘노란불’

불과 일주일 전 애리조나와 자신의 고향 매사추세츠 주에서 승리한 기쁨은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선거 전략 부재와 치졸한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표가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하이오 주에서 샌토럼을 겨우 1만2천표 차로 앞섰다. 득표율로는 38% 대 37%이다. 오하이오 외에 버지니아, 버몬트, 매사추세츠, 아이다호 등 다섯 개 주에서 승리했지만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1천 1백 44명에 훨씬 미달하는 4백15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22개 주 경선이 끝난 지금쯤 적어도 절반 이상의 대의원은 확보해야 승산이 있다. 그의 표정은 침울했다. 지리한 경선을 슈퍼 화요일에 마감하려던 꿈은 좌절되었다. AP통신의 집계에 따르면 샌토럼은 1백76명, 깅리치는 1백5명, 텍사스 주 출신 하원의원 론 폴은 47명을 확보했다. 대의원의 분산으로 후보 지명을 따낼 유력한 후보가 탄생하지 못했다는 얘기이다. 롬니가 ‘죽음의 행진’을 시작했다는 극단적 비관마저 나온다.

샌토럼은 노스 다코다, 오클라호마, 테네시 3개 주에서 이겼다. 남부 주에서 돌파구를 모색하던 롬니에게 일격을 가한 셈이다. 문화적 보수층과 가톨릭 표심이 롬니를 거부한 탓이다. 센토럼은 자신이 오하이오의 초반 개표에서 롬니를 추월하자 “게임은 끝났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막판에 역전되는 기구한 반전 앞에 그는 망연자실했다. 전 하원의장 뉴트 깅리치는 고향 조지아 주에서 압승하자 경선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네 번째 주자인 론 폴은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알래스카에서 패배함으로서 지금까지의 경선에서 전멸했다. 

   
지난 3월6일 미트 롬니 후보가 미국 메사추세츠 주 보스톤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후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 AP연합

오하이오는 공화당이 백악관을 차지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승부처이다. 이 주의 대의원을 장악하지 않고 공화당이 승리한 기록은 없다. 롬니는 오하이오에서 샌터럼을 따돌려야 했다. 하지만 주로 저임금의 블루칼라로 구성된 유권자들은 돈 많은 그를 외면했다. 슈퍼 화요일에는 앞서 실시된 12개 주의 대의원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4백37명의 대의원이 걸려 있다. 이들 대의원의 절대다수를 어느 후보도 차지하지 못했다. 결국 네 명의 경선 주자 모두 표심을 움직일 카리스마를 갖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음에 따라 공화당의 대권 쟁취 전망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롬니는 기업인 경험을 살려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공약으로 일단은 호응을 얻었으나 동성 결혼·낙태·외교·불법 이민 같은 주요 이슈에서 자주 말을 바꿔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었다. 샌토럼은 완고한 보수주의를 내세워 공화당의 전통적인 보수층을 공략했으나 매사에 융통성을 보이지 않는 극단주의 성향 때문에 인심을 잃었다. 그는 동성 결혼과 낙태에 한사코 반대했다. 

공화당의 분열로 막을 내린 슈퍼 화요일의 치명적 패인은 미국 정치의 우경화에 지나치게 안주한 것이 화근이었다. 경선 과정은 졸렬하고 맥이 빠졌다. 전 퍼스트레이디인 버버라 부시는 “생전에 본 경선 가운데 최악이었다”라고 혹평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이런 평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라고 논평했다. 미국은 심각한 경제 문제와 안보상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공화당 후보들은 문화와 종교 같은 한가한 이슈를 둘러싼 논쟁으로 시간을 낭비했다. 그나마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오바마 인기 높여주고 공화당 이미지는 악화

슈퍼 화요일은 경선을 끝내지 못했다. 공화당 유권자들은 상당 기간 지겨운 경선에 참가해야 한다. 롬니에게서는 골프 클럽 차원의 자본주의 이상의 리더십을 찾기 어렵다. 샌토럼은 극단적 이념의 포로이다. 그에게서 대안적 아이디어를 고려하거나 자신과 다른 견해를 경청하는 아량을 기대하기 어렵다. 인간사에는 이견이 있기 마련이다. 샌토럼은 롬니보다 더 극단적이다. 특히 동성 결혼과 동성애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수용하지 못한다. 그는 종교가 정치와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60년 존 F. 케네디가 정교분리를 천명했을 때 구토할 뻔했다는 그의 발언은 유명하다. 그는 21세기의 정치 지형에는 이단자이다.

롬니는 다소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극우 성향을 입증하기 위해 동성 결혼과 낙태, 심지어 출산 조절까지 공격할 정도로 무모했다. 일관성도 없었다. 샌토럼의 옹고집을 비난하지도 않았다. 고난에 빠진 노동자들에게 부자 증세 이외의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두 후보는 오바마의 모든 정책을 공격하는 데 보조를 같이했다. 그것도 현실을 왜곡하면서였다. 아무리 필요한 정책이라도 오바마가 원하는 것은 반대했다. 유가 인상은 오바마의 환경 정책 탓으로 돌렸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요 증가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오르는 현실은 외면했다.

이들은 오바마의 외교가 너무 물렁하다고 비난했다. 롬니는 오바마를 카터 이래 가장 ‘만만한(feckless) 대통령’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고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무력화시킨 업적 따위는 이들의 기억에 없는 듯하다. 공화당식 강경책으로 이런 일이 가능했을지 묻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이스라엘에 이란을 공격하라고 압박한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두 전쟁에서 죽은 5천여 명의 미국인과 천문학적 전비에는 말이 없다.

공화당 정치인들은 오바마를 공격하면 표가 나올 것으로 오판했다. 다수의 미국인은 이에 동조하지 않는다. 공화당 후보들이 공격하지 않은 정치·사회 이슈는 하나도 없다. 알래스카 주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 리자 머코우스키는 공화당 후보들이 동성애나 낙태 문제를 놓고 여성과 전쟁을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많은 여성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 

퓨(Pew) 연구소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10명 중 3명은 프라이머리 기간 중 공화당의 이미지가 더 악화되었다고 응답했다. 공화당 경선을 지켜본 민주당원의 49%는 오바마에게 투표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대답했다. 12월 조사에서는 36%가 그런 응답을 했다. 공화당 경선은 결과적으로 오바마의 인기는 높여주고 스스로의 인기는 떨어뜨린 셈이다. 그렇다고 오바마가 매사에서 잘했다고 말하는 것도 시기상조이다. 그 역시 갈 길은 멀다. 공화당 후보들이 심기일전해 참신한 정책을 개발한다면 말이다.

슈퍼 화요일이 상징하는 오하이오 ‘결투(duel)’는 모두의 패배, 어쩌면 미국 정치의 총체적 패배로 귀결되었다. 이 파장의 심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현재로서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유권자를 분열시킨 대가를 누군가가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이 암울한 전망의 책임마저 남에게 돌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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