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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혜주, 이제 대세는 ‘소비재’

화장품·의류·음식료 등 제조업체 주가 급등…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뀐 덕

문형민│뉴스핌 증권부 차장 ㅣ 승인 2012.03.19(Mon) 20: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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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한국의 중저가 브랜드 화장품은 관광객들의 필수 쇼핑 품목이 되고 있다.

“중국 여성들이 화장을 시작했어요. 간단한 기초 화장도 안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색조 화장까지 하고 있어요.”

서울 명동에서 일본·중국인 관광객과 마주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밀려오는 중국 관광객들로 인해 여행사, 항공사, 호텔 등 여행업계는 물론 여러 산업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중국 관광객이 반드시 사가는 상품 가운데 하나는 한국 화장품이다. 한국 화장품이 품질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은 이들에게 상식이다. 한국 드라마와 K-팝 등 한류에 힘입어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2009년까지만 해도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구입하는 사람의 80% 이상이 내국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내국인 비중이 50%에 그쳤고, 중국인 비중이 40%로 치솟았다.

중국 정부, 저소득층 겨냥한 소비 부양책 펴

중국은 지난해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세계 경제의 ‘G2’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고성장 덕에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제1의 무역국이다. 이로 인해 ‘중국이 기침을 하면 우리 경제는 감기에 걸린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경제의 거울과 같은 존재인 주식시장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그대로 반영된다. 중국이 투자를 확대하면 관련 산업과 기업의 매출 및 이익이 늘어나고, 주가도 올라간다. 반대로 중국이 금리를 올리거나 규제 정책을 강화하면 연관된 산업은 위축된다. 이로 인해 증권가에서 ‘중국 효과’ 또는 ‘차이나 쇼크(China shock)’ ‘중국 수혜주’ 등 여러 가지 신조어가 쓰이고 있다. 중국 수혜주란 중국의 정책과 경제에 따라 이익이 증가하는 기업이다. 근래 중국 수혜주에 지각 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투자 중심의 성장에서 소비와 민생 안정을 통한 성장으로 중심을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수혜주도 산업재 기업에서 소비재 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지난 3월14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이같은 중국 정책 변화를 확인시켜주었다. 전인대에서 중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7.5%로 제시했다. 2005년 이후 처음으로 8%를 밑도는 성장률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이번 성장률 목표 하향에 대해 ‘경제 구조 전환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경제 발전을 유도해 양질의 성장을 장기간 지속하기 위함’이라고 명시적으로 설명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던 고성장에서 ‘안정 속 성장’으로 방향을 바꾸겠다는 얘기였다. 즉, 성장의 속도보다 질, 투자보다 소비로 정책의 중심을 이동시키려 함을 시사한 것이다.

올해 중국의 9대 경제 과제는 소비 진작, 농업 발전 및 농촌 소득 향상, 민생 개선(주택 시장 안정책)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런 경제 과제는 정부의 지출 계획을 동반한다. 농·임업 및 수자원 보호, 교육, 사회안전망 및 고용 창출 등에 대한 중앙 정부의 지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15%에 달한다. 이는 전체 중앙 정부 지출 증가율인 8.1%를 훨씬 웃도는 규모이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경제는 고성장 후 구조조정이 필요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지난해 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시행 시기를 늦춰왔다. 이번 전인대는 구조조정을 통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중국이 성장에서 내수의 기여도를 높임으로써 글로벌 경기 변화에 대한 변동성을 줄이고 선진국형으로 바뀔 수 있다”라며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서울 신촌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 ⓒ 시사저널 전영기
이같은 중국 정부의 전환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음식료, 의류, 자동차, 전기전자(IT), 콘텐츠 업종 등이 새로운 중국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이다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도시 인구가 확대되면 주민들의 소득이 늘어 소비가 활발해질 것이다. 소비재 쪽에서는 한국 프리미엄 등에 따라 음식료와 의류 업종, 내구재 쪽에서는 연비 효율이 높은 국내 자동차업체가 성장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그는 “교육 정보화가 진행되면 대규모 IT 관련 설비 투자가 이루어져 국내 업체 중에서는 IT 솔루션,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종,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업체들이 수혜를 받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전인대 이후 4월 한 달을 전국적인 ‘소비 촉진의 달’로 선포한 것도 소비재 기업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김선영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비 촉진의 달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품목·규모·방법 등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인터넷쇼핑, 홈쇼핑, 전자 거래 활성화나 사치품 관세 인하, 문화 산업 육성 등 세칙 등이 나올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최근 증시에서 아모레퍼시픽, 코스맥스, 에이블씨엔씨 등 화장품업체와 휠라코리아, 베이직하우스 등 의류업체, 오리온을 비롯한 음식료, 락앤락, CJ오쇼핑, LG생활건강 등 소비재업체들의 주가가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2월 중순 96만원이었으나 1백17만8천원(3월14일 종가)으로 한 달 사이에 22%나 급등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화장품업체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들은 자체 브랜드 없이 주문을 받아 화장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이다. 코스맥스는 중국 상하이에 100% 지분을 보유한 현지 공장을 두고 이 공장의 생산량 80%를 중국 화장품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주가는 최근 한 달 사이 각각 13%, 23% 상승했다.

“중저가 소비재 생산 기업에게만 득 될 뿐”

‘초코파이’ 등 과자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오리온의 주가도 한 달 새 60만원대에서 80만원대로 28% 뛰어올랐다. 오리온이 주식시장에 들어온 이래 처음으로 기록한 80만원대 주가이다. 밀폐 용기 생활용품 전문 기업인 락앤락도 중국 수혜주로 분류된다. 중국인들의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집집마다 냉장고를 들여놓고, 냉장고를 사용하면 락앤락 같은 밀폐 용기도 쓰게 된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이같은 중국의 정책 변화가 국내 경제와 증시에는 전체적으로 마이너스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의 90%는 자본재나 원자재이고, 소비재 비중은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소비재의 경우 브랜드를 앞세운 글로벌 기업, 싼값을 내세우는 중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점으로 지적되었다. 박승영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의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춘 소비 부양책을 펴면 중저가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에게 득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존 중국 수혜주의 대표 선수로 꼽히던 이른바 ‘기·화·철(기계, 화학, 철강)’ 같은 산업재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정책 변화와 아울러 유럽 재정 위기로 세계 경제가 당분간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전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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