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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풍경 허물어뜨리는 부자들 ‘빗나간 한옥 사랑’

김진령 기자·고우리 인턴기자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12.03.19(Mon) 20: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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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이나 관광객들의 나들이 코스로 각광받고 있는 서울 북촌 한옥마을 일대의 부동산값이 엄청나게 뛰어올랐다. 20평대의 작은 한옥 한 채 값도 리뉴얼 비용까지 합치면 10억원이 훌쩍 넘는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소박한 삶의 상징이던 한옥이 어쩌다 부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일까. <시사저널>은 북촌 한옥마을의 등기부등본을 통해 북촌 한옥마을의 집들을 사들인 부자 주인들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거기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씨,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등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북촌 한옥마을의 골목길. ⓒ 시사저널 전영기

최근 북촌과 삼청동 일대가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한 장소로 부각되고 있다. 내·외국인, 세대를 불문하고 아기자기한 작은 가게와 한옥이 들어서 있고 미로 같은 골목이 나 있는 북촌과 삼청동 일대를 가벼운 나들이 코스나 사진 촬영 장소로 여기며 찾고 있다.

그래서일까. 북촌의 부동산 가치도 시절과 거꾸로 가고 있다. 대로변은 평당 1억원, 차도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골목 안 집도 평당 최소 4천만~5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한옥마을 운동이 본격화되기 전인 1990년대 말 대로변이어도 평당 1천만원이 안 되던 땅값이 10배 이상 치솟은 것이다. 대지 20평대의 작은 한옥도 리뉴얼 비용까지 포함하면 1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웬만한 중산층은 꿈도 꿀 수 없는 곳으로 한옥이 날아가버린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아주 작고 소박한 삶의 상징이던 한옥이 어쩌다가 부호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일까.

<시사저널>은 이른바 북촌 한옥마을의 등기부등본을 일일이 확인해보았다. 그 결과 지난 10년 동안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씨,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크라운제과 창업주 2세인 윤영주 가회헌 사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부인 등 부유한 유명인들이 2004년을 전후해 대거 북촌의 한옥집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노른자위가 된 가회동 31번지

북촌 한옥마을의 주인이 대거 바뀐 시점은 대략 2000년대 초반이다. 등기부상 손 바뀜이 자주 일어나는 시점도 2002년 이후이다. 재미있는 점은 가회동 한옥마을은 2005년 이전에, 삼청동에 면한 한옥마을은 2005년 이후에 손 바뀜이 격렬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옥 소유 붐’의 진원지가 가회동 31번지 일대임을 부인할 수 없다.

2000년대 들어서 아름지기나 한옥 아끼는 모임 같은 것이 등장했다. 김대중 정부 말기에 한화가 가회동 1번지를 밀고 ‘양식 한옥’을 지었다. 이어 가회동 31번지에 집중적으로 외부인의 유입이 이어졌다.

가회동에서 가장 높은 지역인 감사원 맞은편에 자리한 한화 김승연 회장의 집은 가회동 1번지로 통한다. 그는 1960년대부터 이곳에 살던 터줏대감이다. 하지만 최근처럼 김회장 집을 둘러싸고 한화건설 명의의 건물들이 성처럼 둘러싼 형태로 변한 것은 2000년대 이후이다. 임직원 명의의 땅도 다 한화건설 명의로 바꾸고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김회장의 장남인 김동관씨의 움직임이다. 지난 2006년 김동관씨가 가회동 1번지 아버지 자택 옆의 삼청동 35번지 일대에 본인의 이름으로 집 한 채를 마련하자 그 좌우로 비슷한 시기에 한화건설이 다시 집을 사들이고 있다. ‘김승연 타운’의 2차 확장에 들어갔고 그 선두에 김동관씨가 선 셈이다.

‘김승연 타운’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가회동 31번지 일대는 그래도 ‘모범적’인 한옥마을로 불린다. 한옥 담벼락이 붙어 있고 처마가 이어진 작은 집들이 모여 있어서 가회동 한옥마을의 쇼케이스로 불리고 가장 많은 답사객이 찾는다. 그래서일까. 2000년 이후 가장 손 바뀜이 많이 일어난 지역이기도 하다.

부유층의 유입은 2000년이 기점이다. 이곳 지역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서미갤러리의 홍송원씨가 가회동에 터를 잡으면서 ‘부유층 사모님’의 가회동 러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홍씨가 가회동에 처음 건물을 사들인 것은 1996년 5월이다. 현재의 서미갤러리를 사들였다. 이어 2001년, 2003년 등 차례로 붙어 있던 땅을 남편 이름이나 아들 명의로 사들여 현재의 서미갤러리타운을 만들었다. 홍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크라운제과 윤영달 회장의 동생인 윤영주 사장이 가회헌 부지를 마련하는 데도 한몫했다. 광화문에서 ‘나무와 벽돌’을 운영하던 윤사장은 2005년 홍송원씨의 아들인 박필재씨가 가지고 있던 부지를 샀다. 박씨가 그 땅을 사들인 지 1년도 안 되어 윤사장에게 되판 것이다. 윤사장은 2006년에 추가로 그 옆 땅을 사들여 현재의 민가헌을 만들었다. 서미가 착근을 도운 곳은 가회헌뿐만이 아니다. 가회동 10번지의 이도갤러리 부지도 2007년 2월에 홍송원씨가 사들여 그해 12월에 현 소유주에게 넘겼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갤러리의 북촌 진출 러시 못지않게 부유층이 북촌에 한옥을 마련하는 것이 붐처럼 이어졌다는 점이다. 가회헌 윤사장도 사업장을 확보하기 이전인 2004년 가회동 31번지에 53평 규모의 한옥을 마련해 가회동 한옥마을 입주민이 되었다. 물론 그도 다른 이주민들처럼 서대문 쪽에 실제 거주하는 집이 따로 있다.

홍라희 관장도 공식적으로는 2009년 31번지에 진출했다. 그는 31번지에 두 채의 집을 가지고 있다. 한 채는 원주민 소유의 집을 2006년 김 아무개씨가 사들였다가 2010년 홍관장에게 팔았다. 나머지 한 채는 2009년에 홍관장 명의로 직접 사들였다. 눈길을 끄는 점은 2010년에 사들인 집의 전 주인인 김씨가 삼성의 부동산 관리 계열사의 고위 임원이라는 점이다. 맞붙은 이 두 집을 리뉴얼 공사를 할지, 전면 재시공을 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재미있는 점은 그동안 가회동 주민들 사이에 홍관장의 집으로 알려진 집은 따로 있었다는 점이다. 확인 결과 이 집은 서울 시내 한 대학 미술사학과 교수의 집이었다. 이 집은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을 보낸 집과 아래위 집 사이이다.

프랑스 국적으로 국내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필립 티로 씨는 가회동 31번지에 지난 2003년 집 한 채를 사들이더니 2005년에는 가회동 11번지에도 한 채를 더 마련했다. 티로 씨는 지난해 4월 11번지의 집을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에게 팔고 7월에 31번지에 한 채를 더 마련했다. 31번지에 ‘올인’ 한 셈이다.

원주민이 남아 있는 몇몇 집을 빼고는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세컨드하우스로 북촌에 한옥을 마련하고 있다는 말이 낭설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결코 향기롭지만은 않다.

   

마구잡이 개조로 미관 흐트러져

31번지 일대가 투기 자본의 먹잇감이 된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인 이 아무개씨가 소유한 31-101번지 일대의 맞붙은 3필지 총 1백8평은 모두 금융기관에 압류된 상태이다. 이씨는 이 땅을 2007년에 사들였지만 강남에서 시행하던 부동산 개발 사업이 금융 위기에 말리면서 가회동 땅이 모두 압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명 인사 대다수의 한옥이 무늬만 한옥이라는 점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기존 건물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아니라 숫제 밀어버리고 건물의 밑부분을 콘크리트로 하고 위에 드러난 부분만 목재와 기와로 마감했다. 이런 한옥은 관의 지원금을 받아 2004년 외지인 러시 이후 대거 지어졌다. 또 경사진 길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처마 곡선도 집주인이 지하층을 높게 지어 사실상 2층집을 만들면서 파괴되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할 한옥의 담벼락과 처마가 들쭉날쭉하다.

이런 난맥상이 가장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곳이 출판인인 이 아무개씨의 한옥 공사가 한창인 골목이다. 이씨의 집과 그 앞집은 경사지에 있음에도 처마의 높이가 거의 같다. 남쪽을 향해 앉은 앞집이 지하층을 거의 담벼락 높이까지 올리는 바람에 이씨의 집은 남향 쪽으로 시야가 완전히 가려졌다. 

최근 북촌에 이어 서촌 개발 붐이 일고 있다. 북촌에서 벌어진 일들이 서촌에서도 반복될 지 주목된다.  


건축가 백문기씨가 본 ‘북촌의 일그러진 얼굴’  

   
북촌 마을을 설명하고 있는 건축가 겸 북촌한옥문화마을가꾸기 고문이자 종로구 건설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인 백문기씨. ⓒ 시사저널 전영기

건축가 백문기씨의 직함은 서울 종로구청 건설교통분과위원회 위원장 겸 종로구청 비전위원회 부위원장이자 북촌한옥문화마을가꾸기 고문이다. 그가 가회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0년대 초 가회동 11번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그 프로젝트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11번지 일대는 일부는 재개발이 되었고 일부는 손실되었다. 일부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지대를 충분히 뽑아내 이득을 취하려는 지주와 세입자, 관공서의 이해관계가 엇갈린 것이다.

 

그는 “결과적으로 북촌을 떠난 사람이나 양옥으로 신축한 사람은 망한 것이고 참은 사람은 좋아졌다. 부동산 가치로나 입지로나 이 일대가 명소가 되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지나치게 뛰고 있는 땅값에 우려를 나타냈다. “월세가 오르니까 초기에 들어와 동네에 윤기를 주었던 아마추어 작가들이 다 쫓겨나고 있다. 동숭동도 그래서 망가졌다. 여기도 그렇게 망가질 가능성이 있다. 북촌이 재미있는 것은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북촌 일대의 투기 바람에 대해 “1992년에 북촌마을 가꾸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대로변은 평당 7백만원, 골목 안은 4백만원 정도였다. 지금은 7천만~1억원 정도 한다. 한옥 자체가 사람이 살 수 있는 골동품으로 여겨지면서 가치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투기는, 안 되는 것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한옥지구가 변형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백씨가 현재 공들이고 있는 북촌 가꾸기의 3대 사업은 율곡로 복원과 헌법 재판소 이전, 송현동 호텔 신축 반대 세 가지이다. 이 가운데 창경궁과 종묘를 잇는 사잇길을 터널로 덮어 옛 지세를 되살리는 사업은 현재 진행 중으로 내년이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또 창덕궁 돈화문 앞 월대 복원 사업은 율곡로 복원 사업과 맞물려 함께 진행 중이다. 돈화문 앞 두 개의 주유소가 이미 철거되었고 진통을 겪었던 삼환기업의 협조도 얻어내 공사가 속도를 더하고 있다. 그는 창덕여고 터에 들어선 헌법재판소도 북촌의 흐름을 꺾으므로 법조 타운으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송현동 호텔 부지이다. 북촌문화마을가꾸기협회 등 시민단체에서는 중재안으로 종로구청으로 쓰이고 있는 옛 수송초등학교 건물과 송현동 부지를 맞바꾸는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는 “과거처럼 그냥 소나무 언덕(松峴)으로 놔둬도 충분하다”라는 의견을 냈다.


 

 북촌 한옥, 누가 얼마나 사들였나 

 
북촌에 있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집 입구. ⓒ 시사저널 전영기

■ 북촌 일대에서 가장 많은 땅을 소유한 사람으로는 한화 김승연 회장과 더불어 불교미술관의 권대성 관장을 꼽을 수 있다. 권관장은 불교미술관이 자리한 135번지 일대에 자리한 불교미술관 주변의 땅을 ‘안동권씨감은사’라는 이름으로 10여 개 지번에 걸쳐 확보하고 있다. 안동권씨감은사가 원서동 일대에 처음 땅을 확보한 것은 1986년. 이후 2000년대 들어 미술관 본관 주위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 북촌 일대에서 가장 번듯한 한옥을 가지고 있는 이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산사스식품 회장이다. 신선호 회장이 북촌에 입성한 것은 지난 1986년으로 원서동의 가장 깊숙한 곳인 창덕궁과 맞붙은 지역에 3백40평가량의 한옥에 살고 있다. 신회장은 슬하에 2남2녀를 두었는데, 큰딸이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부인인 신유나씨이다. 신회장은 자신의 집과 맞붙은 대지 52평짜리 한옥을 지난 1999년에 사들인 뒤 둘째딸인 리나씨에게 2006년 증여했다.

북촌 일대의 민간 소유 한옥 중 가장 큰 규모는 운현궁과 맞붙은 4백65평의 한옥으로 대원군의 큰아들이 살던 집이다. 이 집은 김영무 변호사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등기부상에는 김씨가 지난 1977년에 증여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 북촌에는 유명 화가나 연예인들도 많이 산다. 배우 윤석화씨는 2004년 삼청동 쪽에, 양희은씨는 2005년에 계동 쪽에 작은 한옥을 마련했다. 배우 김상경씨나 무용가 홍신자씨는 2005년에 삼청동에 들어왔다가 각각 2011년과 2007년에 집을 매각해 떠난 경우이다. 서촌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교수는 서촌인 누하동에 주소를 두고 있지만 2010년 계동에 작은 한옥을 마련했다.

■ 북촌의 ‘회장님 댁’으로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 삼환기업 최종환 명예회장, 운산그룹 이희상 회장 댁이 있다. 이 중 근래에 가장 활발히 집을 늘리고 있는 회장 댁은 이희상 회장 댁이다. 1977년에 가회동에 이사 온 이회장은 2005년 이후 아내와 아들 명의로 옆집을 사들이며 평수를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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