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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이전투구 부른 ‘밀양 사건’ 실체는?

현직 경찰 간부의 검사 고소 사건 놓고 조직 운명 건 정면 대결 ‘검찰의 부당 수사 지휘’냐, ‘경찰의 과잉 표적 수사’냐가 핵심

경남 창원·밀양·조해수 기자 ㅣ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2.03.19(Mon) 2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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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 한상대 검찰총장(가운데)이 지난 1월6일 점심 식사를 위해 대검찰청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오른쪽 사진) 조현오 경찰청장(가운데)이 3월13일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한 인천 시민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사반장으로 있는 한 경찰(황정민 분)이 팀장으로 승진하기 위한 욕심에 다소 무리한 수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관할 지청 지휘 검사(류승범 분)는 사사건건 수사에 꼬투리를 잡으려 든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우연히 검사의 비리를 감지하게 된다. 그는 검사에게 은근히 비리 관련 자료를 흘리며 압박을 가한다. 수세에 몰린 검사는 경찰의 뒷조사를 실시하고 결국 결정적 비리 혐의를 포착한다. 검사를 상대로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던 경찰은 결국 그 앞에서 팬티를 제외한 옷을 모두 벗은 채 무릎 꿇고 “죄송하다”라고 사죄한다. 지난 2010년 10월에 개봉되었던 영화 <부당거래>의 내용이다.   

마치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현직 경찰 간부가 관할 지청 지휘 검사를 고소한 것이다. 이 사건을 놓고 지금 검찰과 경찰이 조직의 운명을 건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다. ‘검찰의 부당한 수사 지휘’냐, 아니면 ‘경찰의 과잉 표적 수사’냐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끊임없이 대립해온 검찰과 경찰은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치명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사가 수사 축소를 지시·종용했다는 혐의가 입증될 경우, 검찰의 권위는 다시 한번 곤두박질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무혐의로 밝혀질 경우 경찰은 무리한 수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함은 물론 ‘기획 고소’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7일 경남 밀양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정재욱 경위(30·경찰대 22기)는 “밀양 지역의 ㄱ폐기물업체 수사 도중 당시 창원지검 밀양지청 소속 박대범 검사(38·사법연수원 33기)로부터 수사 축소 압력과 개인적인 모욕·협박을 당했다”라며 경찰청장에게 직접 고소장을 발송하고, 이같은 내용을 사이버경찰청 경찰발전제언방에 게시했다.

이 가운데 모욕죄와 관련해서는 목격자의 진술이 나오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경위는 박검사가 지난 1월20일 자신을 밀양지청 사무실로 불러 “야 인마, 뭐 이런 건방진 자식이 다 있어. 정신 못 차려. 니네 서장·과장 불러봐”라는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에는 검찰 계장 두 명과 여직원 한 명, 그리고 일반 민원인 한 명이 있었는데, 이 중에서 특히 민원인의 진술은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 이 민원인은 밀양·창녕 지역구에서 4·11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성표씨이다. 박씨는 총선에 출마한 상대 후보를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했는데, 당시 박검사 사무실에서 이와 관련한 고소인 조사를 받고 있었다. 밀양 현지 사무실을 방문한 기자에게 박씨는 “검사가 고함을 치며 한동안 야단을 쳤다. 야단을 맞는 사람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 사람이 경찰인지도 몰랐다.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는 당시 경황이 없어 잘 모르겠다. 진짜 욕설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박씨의 주장 중에 경찰은 ‘검사가 고압적인 자세로 고함을 질렀다’라는 부분을, 검찰은 ‘욕설은 없었다’라는 부분을 각각 강조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검찰과 경찰이 이 파문이 불거지자마자 즉각 박씨에게 모두 참고인 조사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때까지만 해도 이 사건에 대한 관할서조차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었고, 검찰이 직접 수사 지휘를 하는 경우도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측 모두 놀랍도록 재빠른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과연 수사 과정에서 박검사가 부당한 수사 지휘를 했느냐는 점이다. 정경위는 고소장에서 ‘지난해 9월 밀양의 ㄱ폐기물처리업체가 농민을 속여 사업장 폐기물 5만t을 농지에 무단 매립했다는 제보를 듣고 수사에 착수해 대표이사를 구속하고 직원을 불구속 입건하는 과정에서 박검사가 수차례에 걸쳐 수사 범위를 확대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라고 밝혔다. 한 지역 신문 기자가 ㄱ업체 대표로부터 3년간 1백50여 회에 걸쳐 8천7백만여 만원의 금품을 받아온 사실을 밝혀내 해당 기자를 알선 수재·배임 증재·공갈 등의 혐의로 송치했지만, 박검사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또한 매년 1회 이상 점검하게 한 환경부 훈령을 어기고 3년 동안 ㄱ업체를 방치해 직무유기 혐의가 있는 밀양시청 공무원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기획 고소설’ 싸고도 설전

   
영화 <부당거래>의 한 장면.
이에 대해 검찰측은 증거가 불충분했기 때문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일 뿐이며, ㄱ업체 대표가 범죄예방위원을 맡고 있을 정도의 지방 유력 인사임에도 구속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수사를 지휘했다고 항변했다. 실제로는 ㄱ업체 대표가 기자와 공무원에 대한 수사에 협조하지 않자, 오히려 정경위가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해 인권 침해 문제로까지 확대된 사건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정경위의 주장 중 한 가지 주목되는 점은 ㄱ업체의 변호인으로 밀양지청 검사 출신이 선임되고 난 후, 검찰측의 수사 축소 압박이 거세졌다는 내용이다. ㄱ업체의 변호인들 중 박충근 변호사는 밀양지청장까지 지냈으며, 안병구 변호사 또한 밀양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위는 “밀양지청장 출신 변호인이 선임되고 나서 ㄱ업체 대표는 구속된 지 한 달여 만에 보석으로 석방되었다. 또한 박검사가 ‘지청장 관심 사건이라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ㄱ업체 변호인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일축했다. 안변호사는 “전관예우가 있었다면 ㄱ업체가 무려 세 차례나 압수수색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창원지검에 고소하기 전에 경남지방경찰청에 세 차례나 진정을 넣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밟았다. 경찰이 표적 수사를 했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정경위의 수사 축소 주장에 대해 검찰은 고소의 순수성이 의심된다며 반격을 가했다. 이준명 창원지검 차장 검사는 지난 3월1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고소가) 누군가에 의해 기획된 고소인지도 되짚어봐야 한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 갈등의 앙금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박검사가 지난 2월 대구지검 서부지청으로 옮긴 후 경찰 출신 이인기 새누리당 의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내사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경찰 조직이 배후 조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경찰측에서는 “검찰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서 괜히 이의원 건을 끄집어내 경찰의 기획 고소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라고 반발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의혹의 목소리는 나온다. 특히 ‘비(非)경찰대’ 출신들 사이에서는 “경찰대 출신들의 기획에 의한 오버액션이다”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비경찰대’ 출신의 한 밀양서 경찰관은 “정경위가 고소를 경찰청에 바로 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고소는 피고소인의 주소지나 사건 발생지에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밀양서나 경남지방경찰청에 하면 된다. 밀양서장이 ‘비경찰대’ 출신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경위의 경찰대 한 해 선배인 ㄴ경위는 “내가 아는 정경위는 그렇게 치밀하게 준비하거나 음모를 꾸밀 만한 성격이 아니다. 본인이 순간적인 분개를 참지 못해서 고소를 한 것일 뿐, 경찰대 출신들의 조직적인 대응은 전혀 본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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