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피어나는 4월 축제의 선율 넘친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2.03.27 00: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영국제음악제 필두로 교향악·실내악의 향연 잇따라

통영국제음악제에 초청된 헝가리 출신의 4중주단 켈러콰르텟(왼쪽)과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캐롤린 비드만(오른쪽). ⓒ MarcoBorggreve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것은 대개 매화나 산수유, 벚꽃의 개화이다. 하지만 문화계에서는 음악 축제가 봄을 알린다. 남도에 벚꽃이 필 때쯤인 3월 중순 통영에서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와 4월 초의 교향악축제, 그리고 저녁에 야외 음악회까지 열 수 있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4월 말부터 시작되면 한반도 구석구석에 봄이 만개했다는 신호이다.

올해 교향악축제에서는 좀 더 특별한 악단들 참여해 주목

통영에서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3월23~29일, 이하 TIMF)는 관광 상품으로도 매력적이다. 동백과 벚꽃, 도다리, 음악까지 눈과 귀와 입을 통해 한 번에 호사를 즐길 수 있다. 주최측에서도 1박2일간의 관광 프로그램과 연계된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TIMF는 고정 팬이 생길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30석 한정으로 내놓은 전 공연 관람 스페셜 패키지 티켓이 모두 매진될 정도이다. 켈러콰르텟이나 바이올리니스트 캐롤린 비드만, 상트페테르부르크 카펠라 합창단 등 오직 TIMF만을 위해 내한한 팀도 여럿이다.

현대음악에 특화된 TIMF이지만 전체 프로그램을 보면 현대음악과 잘 알려진 고전 레퍼토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 올해 음악제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와 하이든 사이에 현대음악 작곡가인 다이 후지쿠라의 곡을 연주한다. 올해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상주 단체로 출발한 TIMF앙상블이 모체가 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가 처음 선보인다는 것이다. TFO에는 TIMF앙상블 멤버와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멤버 그리고 유명 솔리스트들이 합세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개막식 공연 등 두 번의 공연을 하는 TFO는 한 번은 낭만파 음악으로, 또 한 번은 윤이상과 스트라빈스키로 채워진 현대곡 위주의 공연을 선보인다. 이번 음악제에 초청된 연주자 중 켈러콰르텟은 쿠르탁과 리게티 등 현대 작곡가의 작품을 잘 소화해내는 것으로 유명한 헝가리 출신의 4중주단이다. 지난 2007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내한 공연이다. 대관령음악제에서 쿠르탁의 작품으로 호평을 얻었던 이들은 이번에도 국내에서는 라이브로 듣기 쉽지 않은 쿠르탁과 바르톡, 윤이상의 4중주곡을 선보인다.   

통영까지 가기에 너무 먼 수도권 거주자들에게는 4월1일부터 한 달 가까이 열리는 교향악축제(4월1~24일)가 기다리고 있다. 1989년 예술의전당 개관 1주년 기념으로 시작된 교향악축제는 올해로 벌써 스물네 번째이다. 교향악축제는 국내 거의 모든 오케스트라가 참가하고 짧은 기간에 다양한 교향악 레퍼토리를 비교적 싼값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제일 비싼 좌석이 3만원인 것은 기업(한화)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하다.

22개 팀이 참가하는 올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특별한 교향악단들이 참여한다는 점이다. 한예종의 KNUA오케스트라와 이화여대 오케스트라, 부산 소년의 집에서 태동한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 그리고 운파 메모리얼 오케스트라가 그들이다.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는 ‘한국판 엘 시스테마’로 불린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음악 교육 프로그램으로 거리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음악 교육을 시켜 범죄 행위를 예방하고 아이를 보호하는 것으로, 베네수엘라에는 55개의 유소년 오케스트라가 있다. 이 시스템에서 성장한 구스타프 두다멜이 미국 LA필하모닉의 상임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엘 시스테마는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부산 소년의 집은 아동청소년 보육 기관이다. 소년의 집에 살고 있는 소년들로 알로이시오 관현악단이 만들어진 때가 1979년이다. 지휘자 정명훈씨가 지난 2005년부터 후원 관계를 맺고 이들을 음악적으로 돌보고 있다. 2010년에는 정씨의 아들 정민씨가 이들을 지휘해 카네기홀 무대에도 섰다. 이번 서울 공연에서도 정민씨가 지휘대에 선다. 객원으로 서울시향의 멤버들도 가세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클래식 마니아 위한 패키지 프로그램 마련

서울 스프링 페스티벌. ⓒ SSF 제공
정민씨는 이번 서울 공연으로 아버지와 함께 공식적인 무대에 나란히 서는 셈이 되었다. 부자가 동시에 한 축제 무대에 지휘자로 서는 것도 흔치 않는 기록일 것이다. 그 밖에도 이번 축제에는 바쁜 출연자들이 두 명이나 있다. 수원시향의 상임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김대진 한예종 교수는 한 번은 지휘자로, 한 번은 협연자(부산시향)로 나선다. 한예종 정치용 교수도 상임을 맡고 있는 창원시향 무대는 물론 크누아심포니오케스트라의 무대 지휘봉도 잡는다.

올해 가장 인기 있는 레퍼토리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이다. 강남심포니와 전주시향, 목포시향이 메인 프로그램으로 이 곡을 각각 올린다. 작곡가별로 보았을 때는 드보르작의 교향곡이 네 번이나 채택되었다. 드보르작의 6번 교향곡을 인천시향과 창원시향이 골랐고, 7번은 KBS교향악단이, 8번은 춘천시향이 선곡했다.

쇼스타코비치의 팬이라면 4월3일 경북도향의 공연도 기대해볼 만하다. 이날 공연 프로그램은 모두 쇼스타코비치로, 그의 <축전> 서곡과 첼로 협주곡, 10번 교향곡이 무대에 오른다. 협연자로 최근 솔로와 트리오 활동으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양성원 연세대 교수가 가세했다.

봄 음악 축제의 대미는 4월의 마지막 날 문을 여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 4월30일~5월13일)가 책임진다. 2006년 시작된 SSF는 국내 실내악 운동에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강의실로 움츠러들었던 중견 연주자들이 대거 무대에 서면서 유명 오케스트라의 공연에만 몰리던 국내 음악 시장의 편식을 바로잡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SSF의 주제는 ‘피아니시모’로, 피아노를 주인공으로 다양한 실내악을 선보였다. 올해의 주제는 ‘미스티컬 보이스’로, 바이올린이 주인공이다.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한 강동석 음악감독은 “바이올린이 인간의 목소리, 특히 노래하는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악기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나 역시 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라고 밝혔다.

1백80여 명이 참가하는 올해 음악인 중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이다. 다소 기름지면서 격정적인 연주를 하는 것으로 이름을 얻은 벤게로프는 2000년을 전후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22세가 되던 해인 1996년 첫 내한한 이후 수차례 내한 무대를 가졌고, 국내에서도 4장짜리 벤게로프 연주곡 세트가 발매될 만큼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2004년 어깨에 부상을 입은 그는 이후 연주 무대에는 서지 못하고 지휘자로 무대에 섰다. 2010년에는 지휘자로 내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방한에서는 오롯이 연주자로서의 모습만 보여준다. 어깨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4월30일 개막식 무대에서는 협연을, 5월1일에는 단독 공연을 한다. 그 밖에 훙웨이황 서울시향 비올라 수석을 중심으로 결성된 서울스트링콰르텟의 무대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스프링페스티벌을 싸게 즐기는 방법이 있다. 전 좌석을 구매할 경우 50%의 할인이 주어지는 클래식 마니아 패키지가 있다. 전석 구입이 부담스러울 경우 3월31일까지 예매하면 30%를 깎아주는 조기 예매 할인 혜택이나, 프로그램을 5개씩 묶어서 30% 할인 판매하는 패키지 프로그램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