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단, 이번엔 ‘매머드 살리기’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3.27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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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박사팀의 이종 간 복제 기술력 인정한 러시아, 프로젝트 제안…최근 공동 연구 협약 맺어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야외 특별전시장에서 열렸던 ‘Hello, 맘모스! 2012 ? 러시아 야쿠트맘모스 발굴 대 탐험전’. ⓒ 시사저널 임준선

영화 <쥬라기 공원> 같은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오래전 지구상에서 사라진 매머드를 복원하는 연구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그것도 한국인의 손에 의해 매머드가 복원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 가능성은 5년 내에 판가름 난다.

매머드는 마지막 빙하기 때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당시 죽은 매머드는 지구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80% 정도는 러시아에서 나왔다. 특히 러시아에는 매머드가 떼로 죽은 지역도 있다.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매머드를 복원하려고 했다. 지난 1997년부터 일본 팀과 함께 연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뾰족한 성과가 없어서 공동 연구 협약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의 황우석 박사팀이 멸종 위기 동물인 코요테를 복제하는 데에 성공했다. 개과 동물의 이종 간 복제로는 세계 최초였다. 코요테 체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개의 난자에 이식해 대리모(개)에 착상시키는 방법(체세포 핵이식)을 사용했다. 그동안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복제한 개, 고양이, 늑대 등은 모두 동종 간 복제였다.

이종 간 복제는 매머드 복원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특히 개과 동물의 이종 간 복제는 다른 동물에 비해 매우 까다롭다. 기술력을 인정한 러시아 과학자들은 황박사팀에게 연락했다. 매머드 복원을 제안해온 것이다. 여러 차례의 협의를 마치고 지난 3월13일 한국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러시아 북동연방대학은 매머드 복원을 공동 연구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러시아는 매머드 생체 조직을, 한국은 복제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이 매머드를 세계 최초로 복원해낼 위치에 서는 순간이었다.

살아 있는 세포나 핵 확보가 열쇠

지난 3월20일 서울 방배동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서 황우석 박사가 실험용 개의 난자를 채취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매머드 복원 프로젝트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의 황우석 책임연구원이 총괄 지휘하고, 신태영 부원장이 실무 책임을 맡았다. 이 연구팀은 5단계로 나누어 매머드 복원에 도전한다. 1단계는 한마디로 매머드의 ‘씨’를 찾는 일이다. 그 옛날 빙하기에 순식간에 얼어붙은 매머드를 찾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 매머드에서 생체 조직을 떼어내 살아 있는 세포를 얻어야 한다. 만일 살아 있는 세포를 확보하지 못하면 죽은 세포에서라도 ‘쓸모 있는’ 핵을 건져야 한다. 말라비틀어진 것이 아니라 복원에 사용할 수 있는 핵을 발견해야 한다.

꽁꽁 얼어붙은 매머드를 발견하는 순간부터 생체 조직은 말라버리기 시작하는데, 매머드에서 생체 조직을 떼어내고 다시 한국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모든 세포는 죽어버린다. 확실한 방법은 핵을 현지에서 확보하는 것이다. 황박사팀은 올해 러시아 현지로 간다. 매머드가 매몰된 지역에 이동 실험실까지 설치하고 현지에서 핵을 확보할 계획이다. 매머드가 순간적으로 얼어붙을 때 털 부위가 가장 먼저 얼어붙으므로 세포가 살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황박사팀은 우선 매머드 털의 모근에서 핵을 확보하는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신태영 부원장은 “물론 매머드 생식기에서 살아 있는 세포를 얻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그러나 모근에서라도 살아 있는 세포나 핵을 확보할 수 있다면 매머드 복원은 가능하다. 매머드가 매몰된 지역은 영하 수십 ℃로 떨어지는 곳으로 1년에 한 달 동안만 인간이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연구팀은 5년이라는 시간을 잡았다. 이 기간에 어떻게든 매머드 세포 핵을 확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매머드의 핵만 확보하면 그 다음 단계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확보한 매머드 핵을 현존하는 포유동물의 난자에 이식하는 일이 다음 단계이다. 황박사팀은 코끼리 난자를 이용할 계획이다. 유전자적 근연 관계를 따져보면 매머드와 가장 가까운 포유동물이 코끼리이다. 그중에서도 아시아 코끼리가 유전적으로 매머드에 가깝다는 판단을 내렸다. 동남아시아 지역에 서식하는 인도코끼리에서 채취한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매머드 핵을 이식해서 수정란을 만든다. 그 수정란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가지고 가서 현지의 인도코끼리를 대리모로 이용할 계획이다. 그 수정란을 대리모 코끼리의 자궁에 넣은 후 큰 이상이 없다면 6백여 일간의 임신 기간을 거쳐 매머드 새끼가 태어난다. 신태영 부원장은 “매머드 새끼가 태어나면 그 자체가 세계 생명공학계의 쾌거이다. 한국의 동물 복제 기술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무엇보다 매머드 복제에 이용한 모든 기술은 사용하기에 따라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인류의 질병 치료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코요테 복제가 어떤 의미이기에 러시아가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 매머드 복원을 제안했는가?

우리가 매머드 복원을 계획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제안해온 것인데, 그 단초가 코요테 복제였다. 사실 우리는 코요테뿐만 아니라 늑대, 개, 리카온, 코요테 등 여러 동물의 이종 간 복제를 시도했다. 리카온이라는 아프리카 들개를 복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다. 리카온은 개체 수가 수천 마리밖에 되지 않는 멸종동물이어서 꼭 성공하고 싶었다. 코요테가 이종 간 복제라면, 리카온은 이속 간 복제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어려운 대상이었다. 리카온의 핵을 개의 난자에 이식하고 개가 임신하는 것까지 성공했다. 그런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40일 만에 유산되었다. 유산된 새끼는 유전자 검사에서 리카온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생명으로 태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절반의 성공이었다. 그래서 발표하지 않았고, 완전히 성공한 코요테 이종 간 복제만 발표했다. 이것만으로도 러시아 과학자들은 매머드 복원의 가능성을 보았을 것이다.

매머드를 복원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매머드가 시베리아 빙하에 얼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부패한 조직으로는 복원이 불가능하다. 영하 수십 ℃에서 수십 년 동안 보존한 쥐를 일본 과학자가 복원하는 데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코끼리를 대리모로 이용해서 태어난 매머드를 순종 매머드라고 볼 수 있나?

코끼리를 대리모로 이용하지만 매머드 핵을 이용하므로 매머드임에는 틀림없다.

매머드가 복원되어도 문제이다. 그 시대와 지금은 환경에서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털이 많은 매머드를 보면 꼭 추운 환경이 필요할 것 같지만 사실 그 옛날에는 털이 없는 누드 매머드도 있었다. 현재 지구 환경이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또 현재 환경에 매머드를 적응시키는 방법도 있다.

매머드 복원에 또 다른 위험 요소는 무엇인가?

지금은 없지만 당시에 존재했던 치명적인 바이러스나 세균이 매머드 복원으로 다시 이 세상에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에는 인류에게 재앙으로 닥칠 수 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매머드가 탄생하면 격리된 환경에서 보호하면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생체 조직에서 살아 있는 세포나 핵을 구하지 못하면 매머드 복원은 요원한 것인가?

미국은 매머드 유전체(게놈)를 많이 해독했다. 인공적으로 매머드 게놈을 만들 수 있으므로 매머드가 없어도 매머드를 복원할 길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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