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밭 가는 경제계 인사, 누가 있나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2.03.2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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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벤처 출신 신인들 다수 공천…민주당은 지명도 높은 전문 경영인들 앞세워

매번 총선에서는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던 인사들이 새롭게 출사표를 던지고 정치권에 합류한다. 이번 총선에도 새로운 인물들의 참여가 기대되었다. 특히 벤처 쪽에서는 나우콤 대표이사를 지낸 대표적인 벤처기업인인 문용식 민주당 인터넷 소통위원회 위원장이나 새누리당에서 서울 강남 갑 공천을 받았던 박상일 파크시스템 대표이사가 거론되면서 벤처 인맥의 여의도 입성이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막상 예선 레이스에서 두 인사는 모두 밀려났다. 문위원장은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고 박대표는 공천까지 받았지만 설화로 인해 공천이 철회되었다. 두 사람의 중도 탈락으로 벤처기업인의 국회 진출은 멀어지나 싶었지만 한나라당이 전하진 전 한컴 대표이사(현 SERA인재개발원 대표이사)를 경기 성남 분당 을에 깜짝 공천하면서 벤처 인맥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다.

새누리당은 전위원장을 공천하는 한편 비례대표에도 이른바 ‘벤처’ 출신을 두루 기용했다. 당선권으로 꼽히는 20번 안에 윤명희 라이스텍 대표이사(3번), 강은희 위니텍 대표이사(5번), 박창식 김종학프로덕션 대표이사(20번)를 올려놓은 것이다. 라이스텍은 현미를 가공해 유통시키는 업체로 윤명희 대표가 발명 특허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업주부였던 윤대표는 남편이 사업에서 실패한 뒤 쌀 포장 사업을 하면서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2000년에 즉석 도정 맞춤쌀을 표방한 한국라이스텍을 세워 이 회사를 현미 전문 가공·유통회사로 키워냈다. 씻지 않고 밥을 지을 수 있는 후레시라이스나 현미 누룽지, 쌀빵 등의 제품을 생산해 마트와 할인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위니텍은 강대표가 남편과 함께 창업한 IT솔루션업체이다. 두 회사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경북 쪽을 기반으로 한 중소 벤처기업이라는 점이다. 새누리당 대구 북구 갑에 공천된 권은희 ㈜헤리트 대표이사도 벤처 인맥으로 꼽을 수 있다. KT네트웍스 전무 출신인 권후보는 새누리당의 안마당인 대구에 공천된 만큼 당선 가능성이 크다.

경제인끼리 맞붙는 동작 을이 특히 관심 끌어

새누리당에서 새롭게 수혈된 경제인 중에는 건설 쪽 출신이 많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군에 공천된 박덕흠 후보는 현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회장이자 원화건설 대표이사이다. 또 서울 도봉 갑에 공천된 유경희 후보는 유한콘크리트산업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 밖에 2세 경제인으로 꼽히는 정몽준 의원(서울 동작 을)과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은 재공천되었다.

새누리당에 공천을 냈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최종적으로 자유선진당의 충남 서산·태안 지역구에 공천되어 이번 총선 본선 레이스에 참여한다. 또 강원 속초·고성·양양에 새누리당 지역구 후보 신청을 했던 현대건설 전무 출신의 손문영 후보는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는 비례대표나 지역구에서 이렇다 할 경제계 출신의 신인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지명도 있는 전문 경영인 출신은 제법 있다. 풀무원 대표이사 출신인 원혜영 의원이나 현대차 대표이사 출신인 이계안 전 의원이 이번에도 나선다. 이번에 새로 투입된 인물로는 전주 완산 을에 공천된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이 눈에 띈다. 서울 서초 갑에 공천된 이혁진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대표이사도 눈에 띄는 인물이다. 그는 마이에셋자산운용과 하이자산운용을 거쳤다. 하이자산운용 시절에는 부동산 상품을 관리했고 이후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을 창업했다. 이 기업은 지적자산권이나 부동산, 엔터테인먼트 등의 특별 자산 상품 운용에 특화된 솜씨를 보였다.

그는 특히 펀드로 돈을 모아 특허를 사서 애플로부터 특허 라이센스료를 받아낸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총선에서 경제인 선거구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지역은 이계안 전 현대차 사장과 정몽준 의원이 맞붙는 서울 동작 을이다. 외양상 오너와 고용 사장이 정치판으로 무대를 옮겨 맞붙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선거에서는 뉴타운을 내세운 정몽준 의원이 승리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뉴타운 호재가 사라졌고, 흑석이나 상도 지역 등에 새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지역구 유권자 성향도 과거와는 다르게 변한 것으로 알려져 선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은 사세가 줄고 관심 밖으로 벗어났지만 1990년대 말 1차 벤처 열풍이 불 때 한글과컴퓨터는 벤처의 대명사였다. 그때 대표이사를 지낸 전하진 SERA인재개발원 대표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는 최근에 했던 일에 대해서 “좌절하는 젊은이를 많이 보았다. 사람을 대학 이름이나 성적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것과 상관없이 성실하고 리더십 있는 친구가 많다. 그것을 변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만든 회사가 세라이다. 이것을 통해서 회사는 인재를 찾고 젊은이는 일자리를 찾으면 좋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출마가 ‘당의 영입 제의’ 때문이었다는 그는 “몇 차례 고사를 하다가 가까운 벤처 분들이 벤처업계를 위해서라도 나가보라고 해서 출마하게 되었다. 나도 분당에서 살기는 했지만 먼저 이곳에서 준비를 했던 분에게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여권 성향이 강한 지역이라서 이곳에 공천된 것이 운이 좋다고 말하는 분도 있지만, 솔직히 두렵다. 해본 경험도 없고. 하지만 이곳이 수원이나 판교의 벤처 단지와 가깝고 지역 분들이나 정치권의 힘을 빌려서 그동안 해왔던 벤처 지원이라는 일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는 것 같다”라는 그는 벤처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는 말에 이런 대답을 했다.

“현 정부의 벤처 정책이 현장의 요구와 엇나가는 것이 없지 않았다. 스키 타러 가면 넘어지는 법부터 배우지 않나. 창업 지원에 대해서 쉽게 말하지만, 벤처를 육성한다면서 실패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잘되어서 성공하는 비율이 5% 남짓인데 망가지는 95%에는 신경을 안 쓴다. 그런 부분에 대한 세심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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