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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노조, 조목사 정조준하다

단순 파업 넘어 조용기·민제 부자 동반 퇴진 주장…순복음교회 내부의 권력 투쟁이 주요 변수로

원성윤│기자협회보 기자 ㅣ 승인 2012.04.10(Tue) 01: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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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30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씨티에스 지부가 국민일보 파업 100일 100인 지지 선언 및 온국민응원단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뉴시스

“우리가 그동안 이런 자들을 먹이고 입혀줬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는 최근 주일예배에서 100일 넘게 파업을 하고 있는 국민일보 노동조합을 겨냥해 불쾌한 심정을 토로했다. 국민일보와 순복음교회의 특수 관계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발언이지만, 1988년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의 헌금을 통해 설립된 국민일보의 창간 역사를 이해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국민일보는 발행 부수만 놓고 보면 국내 4대 종합 일간지이다. 2010년 ABC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민일보는 조선일보(1백80만부), 중앙일보(1백31만부), 동아일보(1백24만부)에 이어, 발행 부수 4위(29만부)를 기록하고 있다. 한겨레(28만부), 한국일보(28만부), 경향신문(26만부)보다 앞서는 수치이다. 일반 신문 구독자들이나 학계에서 흔히 평가하는 신문의 영향력과 다소 차이가 나는 것은 바로 순복음교회 성도들이 국민일보 부수 확장의 일등 공신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평생 구독자가 되거나 성도 한 명당 수십 부씩 구매할 정도로 국민일보에 애정을 쏟아왔다. 여기서부터 국민일보 노사 간, 조용기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 간의 복잡한 관계가 시작된다.

두 아들 검찰 수사 시작되면서 노사 공방 시작

   
집회 중인 장로들을 향해 손짓하는 조용기 목사. ⓒ 시사저널 유장훈
국민일보 노사는 최근 3년간 화기애애한 사이였다. 조용기 목사의 둘째아들인 조민제 현 국민일보 회장은 자신이 사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8월, 어머니 김성혜 한세대 총장과 큰형 조희준 전 회장이 자신의 경영권을 침탈하려 하자 노조와 함께 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했다. 당시 비대위는 △조희준 전 회장이 교회와 신문에 2천4백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김성혜 총장의 부동산 불법 투기 등을 특보까지 발행하며 비난했다. 노사가 힘을 모아 싸운 덕분에 조민제 당시 사장은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에 성공했다.

노사가 갈라진 것은 지난해 3월이다. 노조는 당시 조사장에게 김총장을 고발할 것을 촉구했다. 조사장도 당초 “어머니를 고소할 수 있다”라고 자신했지만, 돌연 말을 바꿔 고소를 거부했다. 폐륜을 저지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노조는 “가족과 한편이 될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비대위 구성을 지시하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가 지키려고 한 것은 조사장이 아니라 국민일보 경영권이었다”라며 반발했다. 조사장은 “비대위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하고, 노조와 결별했다.

조사장이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경윤하이드로에너지에서 발생한 거액의 횡령과 배임 행위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노사 간의 공방이 시작되었다. 노조는 지난해 5월26일 국민일보 이사회인 국민문화재단에 조사장에 대해 해임 건의서를 제출하기에 이른다. 노조는 △교회 지원금으로 주식 투자를 했는지 여부 △개인 기업 투자로 인한 배임 혐의 △미국 국적의 조사장에 대한 국적 회복 허가 반대 △비대위 결성 기간 어머니 김총장과 조사장 간에 체결된 부동산 근저당 설정 등 조사장 관련 의혹을 부각했다.

노조가 이처럼 계속 문제 제기를 하자 조사장은 조상운 노조위원장(기자 출신)의 해고를 검토한다. 조사장은 “나와 조상운 둘 중에 한 명은 회사를 떠나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실·국장들에게 노조위원장 해고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경영전략실장과 비서실장은 조심스레 해고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사장은 이 두 사람마저 회사 밖으로 내보내며 노조위원장을 해고했다. “노조위원장의 사장 비난 수준이 도를 넘었다”라는 것이 해고 이유였다.

기자들은 폭발하기 시작했다. 노조위원장 해고뿐만 아니라 국민일보의 지면에 대해서도 “지면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기 시작하던 때였다. 노조는 지난해 9월에도 공정보도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기사 주문이 많아져 편집국 구성원들은 주체할 수 없는 무력감과 침체된 분위기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재벌 총수·청와대 광고성 기사가 많고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라고 간부들을 비판했다.

노조, 교회 문제에 방관해온 지면에 반성도

여기에는 교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지면에 대한 반성도 들어 있었다. 조상운 노조위원장은 “종교면의 경우 조용기 목사가 좋아할 내용이면 크게 쓰고, 돈 있고 권력 지향적인 목회자에 지면을 할애해 가장 보수적인 기독교계 대변지가 되었다. 파업을 하지 않으면 상태가 더 이상 나아지지 않겠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종교국의 한 기자 역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태 때 국민일보는 침묵함으로써 사태를 방관했다”라고 자사 보도를 비판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편집국 기자 1백69명은 김윤호 편집국장에 대해 불신임을 결정했다. 이후 12월 노동조합은 95%의 찬성률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국민일보 노조의 싸움은 단순히 파업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조용기 목사와 아들 조민제 회장이 함께 퇴진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조용기 목사 가족들은 각종 고소·고발 사건에 연루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이 국민일보에 있는 한 독립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조목사는 순복음교회 장로 29명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이다. 조목사가 당회장 시절 교회 돈을 가져다 장남 조희준씨의 주식 투자에 2백억원 넘게 사용하도록 한 혐의가 배임에 해당된다는 이유이다. 이 밖에도 수백억 원이 넘는 퇴직금 등이 논란거리이다.

또 검찰은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과 차남인 조민제 현 국민일보 회장을 배임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박규은)는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회사에 3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전 넥스트미디어그룹 회장 조희준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그가 2005~06년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용역업체에서 담보 없이 36억5천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김영종)는 자신이 대대주로 있던 ㈜경윤하이드로에너지(이하 경윤)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 혐의로 조민제 회장 역시 불구속 기소되었다. 검찰은 조회장이 경윤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사채업자 박 아무개씨의 자금 1백5억원을 매입 대금으로 끌어왔고, 이에 대한 대가로 경제적 가치가 없는 박씨의 관련 주식 45억원을 사들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있다. 또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서도 국민일보 윤전기를 도입하는 과정과 국민문화재단의 배임 등과 관련한 조회장의 혐의에 대해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민제 퇴진 수순’을 조목사가 뒤집어

파업 도중 조민제 회장의 신문법 위반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기도 했다. 바로 조회장의 국적이 미국으로 되어 있는 것이 문제였다. 신문법상 대한민국 국적이 아닌 자는 종합 일간지의 대표이사를 맡을 수 없다는 규정을 노조가 뒤늦게 찾아낸 것이었다. 이같은 사실을 접한 문화부는 지난 3월5일 미국 국적의 조민제 대표이사 체제의 국민일보에 대해 신문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문화부는 최대 3개월 발행 정지 명령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주무 관청인 서울시에 통보했다. 이에 국민일보 유일 주주인 국민문화재단은 지난 3월13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조회장의 거취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사회가 열리기 전날 조민제 당시 사장은 신문법 위반으로 사실상 국민일보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대신 사장 자리에는 도지사를 지낸 ㅇ씨 내정설이 나돌았다. 사실상 국민일보 노조가 승기를 잡는 듯했다. 조용기 목사가 원로목사로 물러난 뒤 당회장이 된 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 역시 이같은 뜻에 동의하고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들과 타 교단 목사들로 이루어진 국민문화재단 이사회는 ㅇ씨를 내세우기로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이사회가 열린 3월13일 오전에 결정은 뒤집어졌다. 조용기 목사는 국민일보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신문법 위반 지적을 받은 조민제 사장은 회장으로 승진하게 되었다. 논설위원실장인 김성기씨가 신임 사장으로 취임했다. 조목사의 막강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순간이었다. 노조는 “병역 불이행, 배임 혐의로 인한 피고인 신분 등 조사장의 언론사 경영자로서의 부적격성도 재판에서 드러났다. 이번 결정은 조용기 목사 일가의 국민일보 세습 야욕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라며 허탈해했다.

새 사장 체제에서 국민일보 사태는 해결될 수 있을까. 김성기 신임 사장은 지난 3월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조용기 회장이 국민일보 명예회장으로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사장은 노조가 제기하는 신문의 사유화라는 표현에 대해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조용기 목사는 창간 때 산파 역할을 했기 때문에 명예회장으로 남아 상징적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순복음교회는 지역별로 형제교회를 두고 있다. 판매 확장에 있어서는 형제교회들이 큰 역할을 한다. 그 연결 고리가 원로목사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사장은 노조위원장 해고, 기자들의 편집권 독립 문제에 대해 합의할 뜻을 밝혔다.

국민일보 파업 사태의 전개 양상은 보도의 불공정성 등을 이유로 파업을 벌이고 있는 KBS, MBC, YTN, 연합뉴스와는 확연히 다르다. 총선 이후 개시될 것으로 보이는 조용기 목사와 아들 두 명에 대한 검찰 수사, 순복음교회 내부의 권력 투쟁이 향후 국민일보의 향배를 가늠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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