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갖춘 대권 전쟁, 최후 승자는?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2.04.1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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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미트 롬니 확정…50대 초반 현직 대통령에게 60대 중반 전 주지사 ‘도전장’

미국의 백악관행 레이스가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 간의 본선 대결로 전환되면서 점차 가열되고 있다. 지난 4월10일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이 레이스를 포기하면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사실상 미트 롬니 후보로 확정되었다. 백악관을 수성하려는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을 탈환하려는 롬니 후보는 여러모로 상반된 배경과 캐릭터, 승부수를 가지고 있어 흥미진진한 대결,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는 11월6일 실시되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50대를 갓 넘긴 현직 대통령과 60대 중반인 공화당 도전자가 맞붙게 되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961년 8월4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출생해 올해 51세이다. 이에 비해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는 1947년 3월12일 미시건 주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올해 65세이다. 통상적으로 노련한 현직 대통령과 패기에 찬 도전자의 싸움으로 펼쳐지던 선거전과는 상반된 것이다. 최근 들어 미국 대선에서는 현직 민주당 출신 대통령에게 노회한 공화당 도전자들이 잇따라 도전했다가 모두 실패했다.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1996년 대선 당시 50세였던 빌 클린턴 대통령은 73세의 공화당 도전자 밥 돌 상원의원을 손쉽게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2008년 대선에서는 당시 47세였던 오바마 후보가 72세였던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제압했다. 이번에는 공화당 도전자가 70대가 아니라 60대 중반이기 때문에 결과가 어떨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4월5일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운데)가 펜실베이니아 주의 텅크해녹에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는 출생 배경부터 상반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흑백 혼혈로 태어난 데다가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다. 그의 아버지는 케냐에서 온 흑인 유학생이었다. 미국 태생인 백인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떠나버려 편모 슬하에서 자라야만 했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어린 시절 인도네시아에까지 가서 계부 밑에서 생활하기도 했고, 주로 외할머니 손에서 성장해야 했다. 반면 롬니 후보는 아버지가 미시건 주지사를 3선했던 인물이어서 유복한 가정 환경 속에서 어려움 없이 자라났다.

똑같은 하버드 법과 대학원 출신

롬니 후보와 오바마 대통령의 경력 중에서 일치하는 거의 유일한 분야가 하버드 대학 로스쿨(법과 대학원) 동문이라는 점이다. 롬니 후보는 스탠포드에 입학했으나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한 직후 몰몬교의 해외 선교 활동에 나서 파리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바람에 학업을 중단했다. 귀국 후 몰몬교 계열인 브리검영 대학으로 옮겨 영어 전공으로 평점 3.97이라는 최우등으로 졸업해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런 다음 하버드 대학원에 진학해 로스쿨과 경영대학원을 동시에 이수하고 MBA와 법학 박사를 받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와이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문과계열 단과대학으로는 유명한 옥시덴탈 대학을 2년간 다닌 후 아이비리그 대학인 컬럼비아 대학으로 편입해 2년을 다닌 후 졸업해 정치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더 큰 꿈을 위해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했으며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유명한 <하버드 로우 리뷰>의 편집장을 맡게 되면서 상원의원, 대통령에까지 오르는 발판을 마련했다.

두 사람의 정치 경력도 모두 승승장구했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쪽이고 롬니 후보는 행정 쪽이라는 점이 다르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로 터를 잡고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으로 있다가 연방 하원의원직에 도전했다가 한 번 고배를 마신 적이 있으나 4년 후에 곧바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었기 때문에 승승장구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탁월한 연설 솜씨와 압도적인 득표로 2004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전당대회에 핵심 연설자로 혜성같이 등장했다. 그로부터 불과 4년 후 2008년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타고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영예를 안았다.

미트 롬니 후보 또한 화려한 정치 경력을 가지고 있다. 롬니 후보는 당초 1984년에 베인캐피털을 설립해 억만장자가 된 사업가이다. 망해가는 회사를 헐값에 인수해 닦고 조이고 기름 친 후에 비싼 값에 되파는 방법으로 수억 달러를 모았다. 롬니 후보는 2002년 유타 주에서 열린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정치 무대에 본격 등장했다. 롬니 후보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역임하며 경제 호황, 의료 혜택 등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냄으로써 그의 핵심 정치 이력을 쌓았다.

정반대 정책 내걸고 정면 승부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는 정반대의 국내 정책을 내걸고 백악관을 차지하려는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대침체에 직면해 적절한 경제 처방으로 금융 위기를 진화하고 불경기를 끝냈으며 경제를 다시 회복시키고 있다는 경제 성과를 내세우고 있다. 다만 워낙 골이 깊게 패인 대침체였기 때문에 미국민들이 체감할 정도로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 성장을 촉진시키려면 4년 더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승부수는 편 가르기로 꼽히고 있다. 자신은 98%의 중산층 서민을 보호하려는 대통령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산층의 세금은 계속 깎아주고 정부 혜택은 늘려줄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다. 이에 비해 2%의 부유층들에 대해서는 백만장자에게는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이른바 ‘버핏세’를 신설하고 25만 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한 부시 감세 혜택을 종료하는 등 세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롬니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3조 달러 이상의 엄청난 돈을 풀고도 경제 살리기에 실패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무분별하게 정부 지출을 늘려 나라 살림을 적자투성이로 만들었고, 결국 미국을 빚더미 위에 오르게 했다고 공격하고 있다. 롬니 후보는 미국 경제를 다시 살리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미국의 정책과 지도자를 모두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롬니 후보는 미국 경제를 살리는 최선의 방법은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낮추며 적자를 줄이고 자유 무역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첫날 다섯 가지 입법 조치를 취하고 다섯 가지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공약했다. 오바마의 경제 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롬니 후보는 법인소득세를 25%로 인하하고 비(非)안보 분야 예산을 5% 즉시 삭감하며 자유 무역을 확대하고 미국 내 석유 시추를 늘릴 것이라고 공언해놓고 있다.

그렇다면 상대방에게 공격 타깃이 되고 본인들에게는 아킬레스건이 될 만한 취약점은 무엇일까. 오바마 대통령의 취약점은 구호는 많았는데 결과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4년 전 갖가지 변화와 개혁을 외쳤지만 헬스케어 개혁법을 제외하고는 거의 공수표가 되어버렸다. 헬스케어 개혁법마저2014년 공식 발효 시행되기도 전에 올해 6월 연방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아 핵심 조치인 전 국민 의료보험 가입 의무화가 폐기 처분될지 모르는 위기를 맞고 있다. 롬니 후보는 오바마의 웅변뿐인 헛공약 기록을 집중 공격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롬니 후보는 말 바꾸기가 최악의 결점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도 한 연설에서 다섯 가지나 틀린 주장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면서 오바마를 공격했다가 언론들이 지적하면 말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롬니 후보는 불법 체류 청소년 구제 조치인 드림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했다가 이제는 미군에 입대하면 구제하는 데 찬성했다고 입장을 번복했으며, 그것도 토론에서 즉흥적으로 다른 후보를 따라가면서 말을 바꾸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의 말 바꾸기 태도를 집중 공격하고 토론 대결에서 횡설수설하게 만들면 최종 승부에서 그를 압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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