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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극복한 자에게 ‘동아줄’이…

축구 선수의 정년 / 33세로 통했는데 최근 35세 이상으로…스포츠의학 발달해 노장 활약 ‘눈길’

서호정│축구 칼럼니스트 ㅣ 승인 2012.04.16(Mon) 23: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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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9일 안정환 선수가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3차 예선 쿠웨이트와의 경기 중간에 은퇴식을 치르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축구 선수의 정년은 보통 33세로 통하고 있다. 근지구력과 민첩성, 회복력이 33세를 기점으로 확연한 하락세를 보인다. 2002년 월드컵의 주역인 홍명보, 황선홍, 유상철, 김태영 등은 33세를 전후해 은퇴했다. 이후 3~4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최근에 선수 정년이 35세 이상으로 옮겨졌다. 불혹을 넘긴 김병지와 이운재는 여전히 최상급 기량을 보여준다. 김상식, 김한윤은 많은 활동량을 보이는 수비형 미드필더임에도 지난해 30경기가 넘게 풀타임 출전했다. 1979년생인 이동국과 김은중은 만 33세인 올 시즌에도 여전히 득점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8월 볼턴의 이청용이 쓰러졌다. 프리미어리그 개막을 보름 앞두고 가진 5부 리그 뉴포트카운티와의 친선 경기 중 상대 선수 톰 밀러의 고의적인 태클에 정강이뼈가 부러진 심각한 부상이었다. 일반인라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는 것조차 두려웠을 정도의 큰 부상이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최근 이청용은 팀 훈련에 복귀했다. 수술 후 뼈가 접합되기까지 안정을 찾는 데 3개월이 걸렸고 이후 5개월간은 단계적인 재활을 거듭했다. 볼턴의 오언 코일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나기 전에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10년 전만 해도 이청용이 당한 복합 골절은 선수 은퇴로 직결될 수 있는 중상이었다. 접합 수술까지는 국내 의료 수준으로 책임질 수 있지만, 이후의 재활을 맡길 만한 시설이 없었다. 스타급 선수는 부상을 당하면 자비를 들여서라도 독일·스위스 등 유럽으로 떠났다. 한국에서 수술하고 재활하면 손해를 본다는 고정 관념이 강했다. 이청용은 초기 치료와 관리를 온전히 유럽에서 했다. 몸 상태가 안정을 찾자 한국에 돌아와 구단의 매뉴얼대로 재활을 했다. 복귀를 위해 본격적인 재활을 시작한 지난 3개월간은 아예 한국으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축구는 여러 스포츠 중 부상 위험이 유달리 크다. 운동량이 많고 직접적인 충돌이 잦다. 반복되는 기계적 동작에 의한 손상보다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의 무리한 동작이 많다 보니 골절·파열 등의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한번 부상을 당하면 그로 인한 2차, 3차 부상이 온다. 운동 능력도 온전히 회복할 수 없다.

전 대한축구협회 의무팀장인 최주영 트레이너는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 일어나면 기존 운동 능력의 20% 정도는 잃는다고 보아야 한다. 다시 부상이 생기면 또 같은 상황이다. 그렇게 몸 상태가 점차 마모된다”라고 말한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유럽 진출 후 무릎에 세 차례 칼을 댔다. 2002년 PSV 에인트호벤 이적 후 무릎 이상이 발견되어 첫 수술을 했다. 한창 활약하던 2007년 3월 두 번째 수술대에 올랐다. 무릎 연골과 인대가 닳아 세계 최고의 권위자인 미국의 리처드 스테드만 박사가 담당했다. 2009년 또다시 무릎에 이상이 왔다. 하지만 현재도 무리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무릎 상태를 완화시키기 위해 국가대표 은퇴를 선택했고, 팀에서도 로테이션 시스템의 배려를 받은 덕분이다.

반면 같은 부상을 당했던 동년배의 이관우(수원)는 2011년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국내에서 한 1차 수술이 실패로 끝나 유럽으로 가서 재수술을 받고 돌아왔다. 하지만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팀에서 방출당했고 새 소속팀을 구하지도 못했다. 초기의 잘못된 수술과 치료가 낳은 비극이었다.

부상당했을 때 구단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골 넣는 수비수’로 유명한 곽태휘(울산)는 1년 사이 두 번이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2008년 초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었다. 국내 병원에서 검사했을 때는 발목 염증과 인대가 살짝 늘어난 정도라고 했던 것이 2개월이 지나도록 회복되지 않았다. 오진이었다. 결국 독일로 건너가 수술을 받고 그해 여름에야 복귀할 수 있었다. 11월에는 빗속에서 경기를 치르다 반대쪽 무릎 인대를 다쳤다. 오른 발목 부상을 신경 쓰다 밸런스가 무너져 반대편에 무리가 온 것이다. 2년 뒤 남아공월드컵 직전에는 무릎 부상이 재발해 결국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국내 스포츠의학은 유럽은 물론 일본과 비교해도 그 수준이 떨어진다. 국내에서 뛰는 선수와 유럽에서 뛰는 선수의 선수 생명에는 간격이 발생하고 있다. 자기 관리도 중요하지만 부상을 당했을 때 정확한 치료와 재활, 보강 훈련을 하는 데 구단이 얼마나 뒷받침해주느냐가 관건이다. 1979년생 설기현(인천)은 3년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이 있지만 유럽에서 쌓은 요령 덕에 작은 신호가 와도 곧바로 치료와 재활에 나선다. 그 덕에 20대 선수 못지않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1980년생 차두리(셀틱)는 20대 중반 잦은 근육 부상에 시달렸지만 끝내 이겨내고 최근 유럽 진출 후 첫 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국내 상황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 대표팀을 담당했던 의료진이 문제 의식을 가지고 스포츠 전문 병원을 개설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들어 노장 선수의 활약 지표가 늘어나고 있다. 늘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던 이동국(전북)은 만 33세에 기량이 만개하고 있다. 올 시즌 그는 K리그 개인 최다골 기록과 최다 공격 포인트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강희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금부터가 동국이의 진짜 전성기라고 보면 된다. 4~5년은 더 잘할 수 있다”라고 장담했다. 37세의 김상식(전북), 38세의 김한윤(부산), 34세의 김남일(인천), 33세의 김은중(강원) 등도 주전으로서 후배와 경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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