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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112부터 긴급 구조하라

재난관리법 등 현행 법·제도로는 유사 사례 방지 불가능…신고 접수 요원 등의 전문성 강화도 시급

표창원│경찰대 교수 ㅣ 승인 2012.04.17(Tue) 00: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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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 4월9일 경찰청을 방문한 유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 일요일에도 공장에 나가 일을 한 뒤 친구를 만나고 귀가하던, 아무 죄 없는 20대 여성이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우리 모두의 딸 같고 누이 같은 그 여성의 죽음이 우리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그녀가 무자비한 범인의 집에 갇혀 있으면서도 용기와 기지를 발휘해 112에 신고했지만, 우리 경찰이 그녀를 끝내 구조해내지 못했다.

구조해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출동한 경찰이 밤새 엉뚱한 곳을 헤매거나 CCTV 검색도 하지 않고 동네 주민들의 불만이 두려워 집 안에 들어가 보지도 않는 소극적 탐색에 그쳐 현장에 동행한 가족들의 가슴에 멍과 한을 남겼다.

그 뒤에 이어진 경찰의 축소와 왜곡, 거짓말은 유족과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경찰청장과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연이어 사퇴 발표를 하는 대한민국 경찰 역사상 초유의 사태로까지 이어졌지만, 성난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경기지방경찰청의 112 신고 접수 요원과 지령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과 그들의 상관들의 잘못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경찰청의 감찰 조사를 통해 책임의 무게가 가려져 그에 합당한 처벌이 내려질 것이다. 하지만 기막힌 우연의 일치로 가장 무능한 경찰관들이 동시에 한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라면, 그들만 탓할 수도 없다. 그들이 받은 교육과 훈련, 근무 여건과 규정 및 매뉴얼, 근거 법규와 제도 문제를 짚어보지 않는 한 유사 사례를 방지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현행법상 경찰은 위치 추적할 권한 없어

우선,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위치 추적’ 문제이다. IT 기술과 위치 기반 서비스의 발달로 인해 중요한 인권인 동시에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는 ‘위치 정보’를 적절하고 올바르게 활용하는 한편, 오·남용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제정한 법률이 ‘위치 정보의 이용 및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률은 본인의 동의나 허락 없이 위치 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긴급 위기 상황 시 인명 구조를 위해 필요할 경우 재난관리법에 정한 ‘긴급 구조 기관’에 한해 위치 정보를 확인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용하고 있다(제29조).

그런데 재난관리법에서는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만을 긴급 구조 기관으로 정하고 있어 경찰(112)에 본인이나 가족이 구조 요청을 해도 자동적으로 위치 추적을 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안이 2010년에 마련되었지만 ‘경찰이 위치 정보 추적을 수사나 사찰에 불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반발에 부딪쳐 통과되지 못했다.

또 다른 문제는 기술적 한계이다. 기존의 ‘기지국’ 추적 방식을 이용하면 최소 100m, 최대 2㎞ 반경이라는 넓은 위치 정보만 알 수 있어 도시 공간에서는 별 실익이 없다. 신형 스마트폰 등에 부착된 GPS 방식을 이용하면 최소 10m 이내로 위치를 특정해낼 수 있다.

이번 수원 사건 피해자의 경우 구형 슬라이드폰을 가지고 있어 GPS 방식 추적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GPS 방식 역시 콘크리트 벽이 두터운 실내 혹은 지하에 있을 경우 신호가 잡히지 않아 위치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Wi-Fi(무선인터넷)나 RFID(무선 인식 전자 태그) 혹은 Zigee(근거리 무선통신) 등의 새로운 방식이다.

경찰이나 소방 등 국가 기관에서는 이용하지 못하지만 애플이나 구글 등 거대 다국적 기업 및 친구 찾기 앱 등에서 본인 동의를 전제로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 인명 구조라는 국가 작용보다 상업 활동이 훨씬 효과적인 위치 추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둘째, 위치 추적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112 신고 접수 요원의 전문성이다. 위기에 처한 피해자에게서 침착하고 합리적인 대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복잡하고, 생각을 필요로 하는 질문을 던져서는 안 된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단순하고 간단한 질문을 통해 위치와 상황의 특성을 파악해 빠르고 적절한 지령을 하달해야 한다.

지령의 분초 차이와 하달하는 정보의 양과 질에 따라 생사가 갈리는 특수 업무이다. 그런데 우리 경찰에서 112신고센터 근무는 특별한 자격이나 교육 훈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경찰관 중에 아무나 임의로 차출해 배치할 뿐이다. 100만 건의 신고 전화 중 정말 출동이 필요한 응급한 상황은 10% 미만에 그칠 수 있다.

응급성 여부와 출동 위치 및 상황 특성 등 정보를 파악해내는 능력이 ‘긴급 구조 전화 응대의 전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장난 전화에 대한 과태료 부과 건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반드시 자격을 갖춘 전문 요원을 선발해 충분한 교육 훈련을 실시한 뒤 배치하고 있다. 네덜란드 같은 곳에서는 청각이 발달한 시각장애인을 채용해 응급 구조 전화 접수 요원으로 활용하는 등, 각국이 응급 구조 전화 접수 요원의 전문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12와 119 분리로 인한 문제 발생도 많아

   
셋째, 긴급 구조 기관 간 연계와 협력이 긴요하다. 위험에 처한 피해자나 이를 목격한 시민은 그 상황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때가 많다. 사고인지, 범죄인지, 주취자인지, 시체인지…. 그런데 범죄 신고 112와 화재 및 긴급 구조 신고 119로 분리된 우리나라에서는 종종 상대방에게 떠넘기거나, 한 기관만 출동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예도 많다.

시민들도 혼란스럽다. 범죄 현장에 경찰만 출동하면 상처 입은 피해자는 어쩌란 말인가? 구조하러 출동한 소방대원이 무장한 범인에게 공격당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넷째,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 피해자를 구조해내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소란과 불편, 손실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평온한 저녁과 수면의 자유 정도는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시민정신이다. 하지만 경찰은 우리 시민들이 그렇게 너그럽지 않다며 두려워한다. 시민들은 무슨 소리냐며 비겁한 경찰을 질타한다. 정당한 공무 집행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보상해주는 법·제도의 미비 역시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소송, 민원, 진정을 당해 징계나 배상, 심지어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데 어떻게 함부로 밤중에 온 동네 문을 두드리고, 응답이 없고 의심되면 문을 부수고 들어갈 수 있느냐’는 일선 경찰의 볼멘소리는 경찰 수뇌부의 책임이다. 국회와 부딪히고, 여론에 호소해서라도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지 졸지에 사랑하는 딸을 잃은 유족 앞에서 할 소리는 아닌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찰 민생 치안 활동의 전문성과 효과성 문제이다. 신임 순경 90% 이상이 대졸이라며 고학력을 자랑하는 우리 경찰이, 대다수 경찰관이 고졸 학력인 미국이나 영국 경찰에 비해 범죄 예방과 수사, 응급 상황 발생 시 대처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져 늘 그들에게서 배우고 있다. 이번 수원 사건에서 드러난 허술한 수색과 대처, CCTV조차 확인하지 않는 체계성 없는 대응은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다’는 비판 앞에 할 말이 없다.

대책은 나와 있다. 얼마나 바꾸고 변화해낼 수 있느냐 하는 의지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위치정보법을 개정해 경찰 112 신고를 제29조에 포함하든지, 119와 112 신고 접수 시스템을 통합한 뒤 재난관리법을 개정해 위치 추적이 가능한 ‘긴급 구조 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 경찰관 대신 대화 능력과 판단력이 뛰어난 민간인을 채용해 112 신고 접수 요원으로 전종시키든지, 경찰관을 고집하려면 전문 교육 훈련과 일정 기간 근무를 의무화하는 등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경찰의 당당한 법 집행을 위해 필요한 법제를 정비하되 이를 위해 필요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과감한 개혁이 전제되어야 한다. 시험 성적이 아닌, 경찰 업무에 필요한 적성과 인성, 덕목을 평가해 선발하고 승진에만 매달리지 않는 인사 및 처우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집회 시위 대응 전술에 못지않은 예방 기법과 수색, 긴급 배치 전술을 개발하고 가다듬고 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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